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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북방 역사 기행 <9> 선사시대 국제교류의 중심지 부산 동삼동

일본 흑요석·러시아 융기문토기가 활발한 교류의 증거

일제강점기 日 아마추어 학자가 발굴

세계고고학 사전에 영도 등 이름 등재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05-22 20:38:06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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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자이사노프까 유적에서 발견된 조개장식. 동삼동 출토 조개가면과 유사하다(러시아과학원, 일본 구마모토대학 공동발굴보고서 중).
부산을 대표하는 신석기시대 유적지로 동삼동패총을 꼽을 수 있다. 영도 바닷가를 따라 가다보면 해양대로 가는 길 옆에 넓게 분포한 패총유적이다. 동삼동유적은 일제시대 부산에 거주하던 아마추어 고고학자들이 발견했고, 이후 경성제대의 요꼬야마 사부로라는 사람이 발굴을 했다. 정식 고고학과는 관계없이 독일철학을 강의했던 교양부 교수였던 요꼬야마는 군작전지역이었던 동삼동패총 지역을 자기 돈으로 직접 발굴했으니 참 대단한 정성이었다. 이 유적의 위력은 해방 후에도 이어져서, 미국출신의 고고학자는 이를 바탕으로 박사학위를 받기에 이르렀다. 1960년의 한국은 6·25 전쟁이 끝나고 겨우 7년이 지났을 시점이니 당시는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상황쯤 될 성 싶다. 위스콘신 대학 출신의 부부 고고학자는 한국의 고대문화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로 마음먹고 한반도의 이곳 저곳을 답사했다. 그들의 조사로 남한 최초의 구석기시대 유적인 석장리를 비롯하여 많은 유적이 발견되었고 동삼동 패총도 다시 발굴되었다. 발굴을 담당했던 L. 샘플 씨는 동삼동패총에 대한 연구를 미국 유수의 고고학잡지에 소개하고 부산지역 신석기시대의 변천을 각각 부산기 영도기 두도기 목도기 등 영도 주변의 지명을 붙여 구분했다. 그에 따라 한동안 세계고고학 사전에는 부산 영도 두도 등의 이름이 등재되기도 했었다. 샘플 씨의 연구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이 연차발굴을 했으니, 한마디로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 한·미·일 유명 고고학자들은 동삼동패총을 꼭 거쳐갔던 셈이다.

동삼동 패총에선 신석기시대 연해주, 일본과의 교류를 증거하는 많은 유물들이 발견되었다. 일본 규슈에서 들여온 흑요석, 이곳 일대에서 주로 여성 장신구로 쓰였던 한반도 남해안산 투박조개로 만든 팔찌가 발견되었다. 투박조개는 일본에서는 나지 않으며 한반도 남해안에서만 서식했다. 요즘 말로 하면 물 건너온 명품인 셈이다.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하면 당시 규슈의 죠몽시대 남자들은 아내에게 외제 조개팔찌를 장만해주려고 고생 좀 했을 성 싶다. 날씨가 쾌청하면 쓰시마가 훤히 보이는 영도 바닷가 거주인들이 일본쪽과 교류가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그런데 동삼동에는 일본뿐 아니라 환동해를 끼고 연해주지역과도 교류한 흔적이 보인다. 동삼동의 이른 시기 신석기시대 토기는 융기문토기(덧띠무늬토기)라고 해서 빗살문토기와는 다른 형태이다. 이런 형태의 토기는 일본의 죠몽시대에서도 분포해서 일본 학자들은 일본에서 동삼동으로 건너간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러시아 극동과 중국 만주지역에서도 융기문토기가 널리 유행됨이 최근에 확인되면서 일본기원이 아니라 북방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는 게 정설이다. 또 국사교과서에도 소개된 동삼동출토의 조개가면도 유명하다. 조개 위에 구멍을 세 개 뚫어서 어찌보면 함박웃음 짓는 어린아이의 모습 같은데, 정작 이 가면은 고작 11㎝에 불과해서 사람이 쓰기에는 너무 작다. 동삼동의 조개가면과 비슷한 유물은 연해주의 신석기시대에도 흔히 발견된다. 그런데 입에 해당하는 구멍만 뚫려있을 뿐 두 눈은 없다. 연해주에서 나온 굴껍데기의 구멍에는 끈 같은 것으로 묶은 흔적이 보였다. 아마도 굴껍데기를 한데 모아서 묶어서 걸어두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동삼동 가면의 비밀은 풀릴 듯하다. 아마도 가면이 아니라 조개를 층층이 걸기 위해서 구멍을 뚫었는데, 그 위에 눈을 더 뚫어서 해학적인 사람 모양을 만든 것 같다.

필자가 러시아에서 조사할 때 실습 나온 러시아 대학생들에게 동삼동 조개가면을 이야기해주면서 돌이나 조개같은 것이 혹시 예술품인지 모르니 내버리지 말고 잘 살펴보라고 일러두었다. 그런 걸 발견하는데 대한 상품으로 보드카 1병을 걸었다. 그런데 예술품이 그렇게 흔할까. 아무리 찾아도 돌밖에 안 나와 지쳐갈 즈음에 한 학생이 불쑥 그냥 자갈돌을 내밀면서 "강 선생님, 러시아 최초로 눈이 없는 예술품을 발견했습니다"라면서 자갈의 갈라진 틈을 이리저리 돌리며 이거는 입이고 저거는 귀라며 생떼를 썼다. 나도 약속을 지켰다. 저녁 먹을 때 보드카 병에 물을 담아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 최초의 무알콜성 보드카를 상품으로 줍니다." 보드카(Vodka)의 어원은 '물'(Voda)이니 피장파장인 셈이었다. 밤새 그 학생의 텐트에서는 무알콜 보드카를 먹느라 왁자지껄했는데 나도 잠결에 저러다가 혹시 과음하는 것은 아닌지 슬쩍 걱정되기도 했다. 부경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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