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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북방 역사 기행 <8> 공자도 인정한 숙신족의 화살촉

진나라서 발견된 숙신족 화살촉 … 고대 문화교류 흔적

원시민족 상징 유물 돌화살촉…중국 북방 내몽고에서도 발견

극동-중원 잇는 교역길 존재 가능성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05-15 20:17:43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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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에서 기원전 8~6세기에 발견된 돌화살촉과 석검들. 공자가 보았던 화살촉도 이런 형태가 아니었을까?
지난 7회 칼럼에서 읍루인들의 발달된 무기에 대해서 얘기했었다. 읍루인의 조상은 숙신인데, 그들의 화살은 일찌감치 정평이 나있었나 보다. 공자도 숙신의 화살촉에 대해서 한마디 했으니 말이다.

'사기(史記)' 공자가어(孔子家語)는 공자가 진(陳)나라에 머물 때의 일을 기록하고 있다. 공자는 진나라에 3년간 있었지만 정작 그 나라 왕은 그를 보고싶어하지 않았다. 공자가 홀대받음을 자탄하고 있을 법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진왕은 궁전뜰에서 매(또는 기러기) 한 마리가 화살에 맞아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화살대는 싸리나무로 만들었고, 처음 보는 돌화살촉으로 돼 있었다. 진 왕은 이게 길조인지 흉조인지 불안하다가 당대 최고의 석학인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는 명쾌하게 답했다. 이것은 숙신의 돌 화살촉으로 주나라가 중원을 제패한 직후(기원전 12~11세기)에 조공을 바친 적이 있었다고 했다. 중원에 도가 있었을 때에는 사방의 오랑캐들이 스스로 조공을 바치고 귀의했는데, 지금은 도가 땅에 떨어져 멀리서 조공을 바치는 오랑캐도 없고 중원의 사람들도 이러한 화살의 출처조차 모른다는 뜻이다. 공자로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이상정치를 진나라에서 펼 것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진나라에서 제대로 대접받았다는 기록은 없으니 아마 진 왕은 그냥 가벼이 넘어간 듯하다.

공자 말대로 돌화살촉은 이후 읍루 숙신으로 이어지는 극동의 원시민족을 상징하는 유물이 되었다. 일찍이 유득공은 '숙신노가(肅愼弩歌)'를, 추사 김정희는 '석노시(石弩詩)'를 지었다.

특히 추사 김정희는 함경남도 청해 북청토성을 직접 답사한 후 돌도끼, 청석 계통의 돌화살촉 등을 발견하고 이를 공자의 석노기사와 비교했다. 이는 실증적인 태도로 고문에 접근했다는 의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고고학 유적을 답사하고 유물을 토대로 그것들이 무엇인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한국 최초의 고고학적 연구로 꼽힌다. 추사 김정희는 북청토성의 유물이 곧 숙신의 유물이라고 판단하고 예부터 동이족이 화살을 잘 쏘기로 유명했으니 바로 실제 유물이 그를 증명한다고 했다.

그러면 공자가 봤다는 그 화살촉은 어떤 것일까? 현재로서는 별다른 증거는 남아있지 않지만 몇 가지 추정이 가능하다. 아마도 흑요석 또는 점판암 계통의 청석제 화살이었을 것 같다.

청석을 갈아서 만든 화살촉은 가벼우니 날짐승들을 잡는 데 쓰였을 것이고, 실제로 기원전 10세기 경의 연해주 유적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화살촉이다. 백두산 근방에서 나는 흑요석제 화살촉 또한 빼놓을 수 없겠다. 흑요석은 날카롭지만 아름답고 단단해서 석기시대의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던 돌이었다. 그런데 산지가 백두산, 연해주 시호테-알린 산맥 근처, 일본의 규슈 등이어서 한반도 여러 곳에 살던 주민들은 수백㎞ 떨어진 산지와 교역해서 이 흑요석을 구했던 증거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부산 동삼동에서는 일본 규슈의 흑요석이, 강원도 양양 오산리에서는 백두산제 흑요석이 발견되었으니 극동에서 중원지역까지 교역길이 존재했을 법도 하다. 다른 기록인 시경(試經)의 대아한역편에는 한후(韓候)가 예맥족까지 영향력을 행사해 주나라에 모피를 바쳤다고 하니, 아마 모피 같은 것도 교역했던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있다. 기러기 또는 매 같은 새가 연해주에서 중원까지 어떻게 날아갔을까 하는 점이다. 연해주뿐 아니고 중국의 북방인 내몽고에서도 돌화살촉은 널리 쓰였으니 차라리 그쪽이 더 가능성이 높을 법하다.

어쨌든, 숙신족과 돌화살촉 이야기는 기원전 10세기경 연해주와 중원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문화적 교류를 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앞으로 많은 고고학 자료가 나오면 두 지역간 관계도 더 많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걱정되는 것은 이런 자료가 나오면 중국은 만주지역을 넘어서 연해주까지도 자기들의 땅이었다고 주장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은 러시아의 동부 시베리아-연해주는 자기들의 땅이었는데 '불법'적으로 러시아가 침탈했다고 공공연히 얘기하고 있다. 고대 문화교류를 보여주는 숙신과 돌화살촉 얘기가 중국의 팽창적 중화주의에 이용된다면 돌아가신 공자도 개탄해하지 않을까? 부경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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