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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북방 역사 기행 <7>방안에 화장실을 둔 읍루인들

영하 수십도 겨울 이겨낸 극동 원주민의 후손 … 발해 기층문화로 연결

보온에 유리한 깊은 구덩이서 생활

추운 한겨울엔 집안에서 '볼일' 처리

독화살· 철제무기로 옥저 등 공격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05-08 20:43:27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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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아무르강 수추섬에서 발굴된 3500년 전의 주거지. 깊이가 2.5m가까이 되지만 정작 벽에 출입구는 없다(문화재연구소 발간 '아무르 연해주의 신비' 중 발췌).


국사교과서에 나오는 고대사 지도를 보면 한반도 동북한 지역에 옥저와 읍루가 있다. 이름만 나오고 그 실체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과연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으며 우리와 어떤 관계가 있었을까? 서기 3세기경에 편찬된 중국의 고대 역사책인 삼국지(三國志)에 기록된 읍루의 모습은 썩 유쾌하지는 않다. 읍루인들은 깊게 판 주거지에 살았다. 그 깊이가 최고 9단이었고, 방 한가운데에서 대소변을 처리해 매우 불결했다고 한다.

왜 그렇게 땅을 깊게 파고 살았을까? 땅을 파고 집을 지으면 습기가 올라오고 출입이 불편한 단점도 있지만, 보온이 잘되는 장점 때문에 추운 지방 사람들은 땅을 깊게 파고 산다. 실제 극동 지역을 발굴하면 읍루에 대한 기록과 잘 부합하는 주거지들이 발견된다. 필자가 2002년 발굴했던 수추섬에서는 기원전 1500년경의 신석기시대 주거지가 발견되었는데, 그 깊이가 2m를 넘었다. 들끓는 모기들과 싸우면서 내 키를 넘은 구덩이를 발굴하는 건 고역이었지만 주거지 바닥을 정리할 때는 참 신기했다. 구덩이 높이는 2m가 넘는데 정작 출입구는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출입했을까? 바로 그 답은 18세기 러시아인들의 탐험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극동 원주민은 바로 주거지 한가운데 뚫린 연기구멍을 통해서 출입했던 것이다. 중국 역사기록에 아홉 개 계단을 만들어서 내려가기도 했다는데 바로 연기구멍의 출입구를 말한 것이다. 기나긴 겨울, 세상이 온통 눈으로 덮여있을 때 읍루인들의 마을에서는 마치 무덤처럼 볼록 볼록 솟아있는 집의 구멍사이로 연기가 퐁퐁 솟았을 것이다.

추운 겨울 바깥 화장실에 왔다 갔다 할 수 없는 노릇이니 대소변을 집안에서 처리하는 게 당연했을 것이다. 집안에는 겨울을 날 훈제연어가 그득했는데 그 안에서 볼일까지 봤으니, 18세기 러시아인들이 캄차카 반도 원주민을 조우한 기록을 보면 고약한 냄새 때문에 집안으로 도저히 들어갈 수 없었다고 돼 있다. 게다가 읍루인들은 몸에 돼지기름까지 발랐으니 오죽했을까. 그래도 러시아 탐험대의 코사크인들은 캄차카 여인들과 같이 살고 결혼도 했으니 역시 인간은 적응하기 나름인가 보다.

재미있는 것은 영하 수십 도를 넘나드는 추운 지방이지만 밑이 터진 바지를 입고 있었다는 점이다. 읍루에 대한 기록에도 나오고 실제 극동 원주민도 갈라진 옷을 입었다. 그래서 쉬로코고로프 같은 학자는 극동주민이 따뜻한 온대지방에서 살다가 다른 민족들의 공격에 밀려서 북쪽으로 도망간 증거라고 보기도 했지만, 사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즉, 볼일을 볼 때 굳이 바지를 벗지 않고 그냥 앉아서 신속히(?)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하 수십 도의 날씨에 바지춤 내리고 어쩌고 하다보면 체온이 급격히 손실되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이쯤 되면 독자들은 읍루사람들이 엄청나게 미개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실상은 강력한 무기로 주변지역을 위협하던 공포의 존재였다. 이들은 산간에 숨어살다가 평지에서 사는 옥저인을 비롯한 정착민들을 공격했다. 특히 강력한 활로 쏘는 독화살이 유명했다. 이 화살에 맞으면 즉사했다고 한다. 읍루에 해당하는 뽈체문화는 철촉을 비롯한 강력한 철제무기를 바탕으로 기원전후 시기에 평지에 살던 끄로우노프까 문화인(옥저)를 밀어낸 고고학적 증거가 확인되고 있다.

읍루인은 바로 혹독한 겨울을 지내야하는 극동 원주민의 후손이었다. 얼핏 미개하게 보이는 이들의 삶은 영하 수십 도의 겨울을 이겨낸 자랑스러운 삶의 흔적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추운 데에서 고생하며 살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겨울이 추운 대신에 여름에는 먹을거리가 풍부했으며 주변사람들이 높은 값에 가죽을 구입하는 모피동물이 많이 살았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혹독한 환경이기 때문에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안 살아서 상대적으로 다른 집단과의 생존 경쟁도 덜했으니 그렇게 손해보는 셈은 아니었을 것이다.

읍루인, 이름만 남아있을 뿐 우리에게는 생소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국 옛 기록은 이들은 동이족의 한 지파로 기록했으며, 최근 환동해지역의 고고학 발굴로 그 실체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읍루의 호전적인 문화는 이후 발해의 기층문화를 이루었던 말갈로 이어졌고 나아가서 여진, 청나라의 문화로 이어졌으니 결코 우리 역사와는 뗄 수 없었던 사람들이었다. 부경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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