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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작년 5월에 필자가 촬영한 하동 적량의 중정차원 차밭. |
곡우가 지난 지도 벌써 열흘, 바야흐로 차의 철이 돌아왔는가 보다. '주역'에 "봄이 되돌아오는 것에서 천지의 마음을 본다"(復, 其見天地之心)고 하였던가, 아직 가 보지는 않았지만 차밭에서는 세작의 눈엽(嫩葉)들이 수줍게 올라오고 있으리라. 연이 있는 차농들에게서 한번 다녀가라는 연락들도 오고, 벌써 차를 보내오신 분들도 계시다. 책상에 앉아있으나 차밭의 정경이 눈에 선하여 얼른 달려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중국의 속담이지만 한 가정이 문을 열면 반드시 필요한 물품이 7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땔감 쌀 기름 소금 장 초 그리고 차"이다. 음력 정월과 이월에 담는 장은 올해는 이사 때문에 조금 늦게 담았으나, 한 해 차농사에만은 결코 늦고 싶지 않은 것이 차인의 마음이리라.
차는 음식으로도 쓰이지만 처음에는 약용으로 쓰였다는 것은 이미 앞에서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차의 약용 기능을 가장 먼저 기록한 것은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이다. 대략 동한(東漢) 말(AD.2세기) 경에 이뤄졌다고 보는 이 책에서는 신농이 여러 식물을 맛보던 중 하루에도 70가지 독을 만났지만 차를 씹어 해독했다고 되어 있다. '신농본초경'에는 약물(藥物) 365종을 싣고 있으며 이를 다시 상(君)·중(臣)·하(佐·使) 삼품으로 분류하고 약물의 명칭과 성질, 독성의 유무와 병의 치료 기능, 생장환경과 산지 등을 들고 있다. '신농본초경'은 차를 상품에 배열하고 있으며 다만 유래에 대해 다소 전설적으로 기술하고 있지만 최초로 차의 약효를 기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신농본초경'은 동양의 약학서로서는 기념비적 지위를 지니고 있으며, 위진남북조 시기에 도홍경(456~536)이 이 책에 집주를 달아 훨씬 풍부한 구성과 내용으로 발전시켜 이후의 약서들의 본이 되었다.
당대(唐代)에 와서 현경(顯慶) 4년(AD.659년)에 소경(蘇敬)·이적(李勣) 등이 공저(共著)하여 '신수본초(新修本草)'를 펴냈는데 이는 세계 최초의 정부에서 반포한 약전(藥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특징은 광범한 실지 조사를 기초로 하여 '정문(正文)' 20권, '약도(藥圖)' 25권, '도경(圖經)' 7권에 약물 850종을 실어 체계적인 약학의 선하를 이룬 것이나 아쉽게도 현존하는 것은 '정문' 뿐이다. 그러나 이 '신수본초'에는 차를 이미 독립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차의 약리작용을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다만 차를 도(途)와 명(茗)으로 나누어 "명은 맛이 달고도 쓰며 약간 차가운 성미를 지닌다. 독은 없다. 부스럼을 다스리고 소변을 쉽게 하며, 가래를 삭이고 열을 내린다. 사람으로 하여금 잠을 적게 한다. 고도(苦途)는 상기된 기운을 내리고 소화를 도운다"고 기술하고 있다. 당대에는 이 '신수본초' 외에도 '본초습유', '식료본초', '본초도경', '본초별설', '산가청공' 등의 많은 저작들에서도 차를 기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시기에 차에 대한 애호가 얼마나 각별하였던가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명대(明代)에 와서 동양 약학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저작이 탄생했으니 이것이 바로 이시진(1518~1593)의 '본초강목(本草綱目)'이다. '본초강목'은 52권의 방대한 저작으로서 약물 1892종, 그림 1160폭, 처방 1만1096수를 수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약물의 수를 많이 기재하고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약재를 다루는 방법에 있어서도 다양한 기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을 만하다. 차에 대해서는 "머리와 눈이 맑지 못하고 열기가 위로 치받으면 쓴 것으로서 그 열을 쓸어내려야 한다. 차는 그 몸이 가볍고 뜨며 싹이 막 돋아날 때에 잎을 따는데 바로 봄의 기운이 오르는 때이다. 그 맛이 비록 쓰기는 하나 기운은 엷다. 이것이 곧 음 가운데 양으로서 기를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것이다. 머리와 눈을 이롭게 한다는 것은 대개 여기에 근본을 둔 것이다"고 기록하고 있다. 명·청 양대의 본초류 가운데 차를 기록하고 있는 약서들은 이외에도 '일용본초', '본초원시', '식물본초', '구황본초', '야채박록', '본초경소', '본초도해', '상의본초', '본초봉원', '본초강목습유', '식물본초회찬', '본초구진', '수식거음식보' 등이 있어서 이 시기에는 차의 약리적 특성이나 효능 등에 대한 지식이 이미 보편화된 듯하다.
동의대 철학·윤리문화학과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