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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북방 역사 기행 <3> 세계 토기의 기원은 동해안인가?

1960년대 日서 1만년 된 토기… 문명발상지보다 몇천년 앞서 `깜짝`

1970년대 이후 러·中·한국 등지서 구석기 토기 발견

세계 고고학계 수수께끼 곧 풀려

환동해 석기문화 단절없이 이어진듯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04-10 21:22:03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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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강 유역에서 발견된 원시고토기
기원전 1만년 경에 빙하기가 끝나고 신석기시대로 바뀌면서 토기가 등장한다. 토기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정착하고 농경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 같은 문명의 발상지에서 토기가 등장한 것은 빙하기가 끝나고 3000~4000년 뒤인 기원전 5000년경이다. 그런데, 1960년대 이래로 1만 년 이전의 유적에서도 토기가 존재하는 것이 확인되기 시작해서 세계 고고학계를 놀라게 했다. 바로 그 토기가 발견된 곳은 일본열도였다.

세계2차대전 중에 핵폭탄 개발에 참여했던 미국의 핵물리학자 리비(Libby) 박사는 방사성 탄소의 반감기를 이용해서 고고학 유적에서 출토된 목탄이나 인골 등을 가지고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후에 리비는 이 업적으로 노벨상을 타게 되었고, 세계 고고학계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이루게 되었다. 새로운 방법으로 선사시대의 유적 연대를 측정해보니 예상외로 일본의 신석기시대 토기연대가 기원전 1만 년까지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1953년에 발굴된 동경만 근처의 나가시마(夏島)패총에서 9240±450년의 연대가 나왔고 1960년대 후꾸이(福井)동굴에서는 12400±350년의 연대가 나왔으며, 이외에도 몇 개의 유적이 더 발견되었다. 단지 연대가 1만2000년 나왔다는 것뿐 아니라 같이 나온 석기들도 후기 구석기시대의 것들이었다. 기존의 편년보다 5000~6000년 이상 이른 '구석기시대의 토기'라는 믿기 어려운 상황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었다. 심지어는 일본은 핵폭탄의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대기 중의 방사성 농도가 바뀌었다는 주장도 대두되었고, 일본만의 연대를 높이 올리려는 국수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명백하게 입증되지는 못했다. 결코 문명의 중심지라고 할 수 없는 섬에서 어떻게 그런 이른 연대가 나올수 있었는지 동아시아 고고학계의 숙제였다.

제주도 고산리 출토 원시고토기다. 모두 거친 태토에 풀 등을 섞어서 구은 토기다. 두 지역은 수천 km가 떨어져있지만 토기 만드는 방법에서 놀라울 정도로 유사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러시아 극동지역 중국 그리고 한국에서 비슷한 시기의 토기가 속속 발견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비단 일본뿐 아니라 환동해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시아의 보편적인 현상이었음이 밝혀졌다.

'구석기시대의 토기'를 먼저 감지한 나라는 러시아였다. 필자가 유학한 러시아과학원 노보시비르스크소재 고고민족학연구소의 V.E. 메드베데프 박사는 1975~76, 1980, 1988~90년 러시아 극동 하바로프스크시 근처 아무르강(흑룡강) 중류의 가샤유적을 발굴했다. 1975년 첫 발굴에서 메드베데프 박사는 구석기시대의 석기와 토기편이 같이 나오자 층위를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닌가 고심했다고 한다. 비유하자면 '거북선을 발굴했는데 기관총이 같이 나온' 셈이다. 일단 발표를 유보하고 10여 년의 조사와 연구를 거듭한 끝에 1990년대 초반에 그 층위는 틀림없으며 극동지역에서도 구석기시대 단계에 토기가 존재했음을 국제학술대회에 발표하고 국제학계에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이후 바이칼부터 극동에 이르는 여러 지역에서 구석기시대의 토기가 발견되고 있다. 중국은 1974년에 선인동 유적에서 토기가 반출된 문화층에서 1만여 년의 연대가 나와서 역시 원시고토기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적극적으로 제기되었다.

한국역시 이런 이른 토기가 출토되었다. 제주도 고산리유적에서는 거친 흙에 풀과 같은 유기물질을 섞어서 구은 거친 원시고토기가 후기 구석기시대 이래 사용되었던 석촉들이 같이 출토되었다. 고산리는 적어도 1만년전의 유적이라고 생각된다. 이밖에 동삼동 최하층, 강원도 양양 오산리의 토기들도 이른 시기로 추정된다.

유럽이나 중동지역은 후기 구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 사이에 몇 천년의 공백이 있고 또 석기도 아예 다른데, 환동해지역은 왜 그렇게 빨리 토기가 나올 수 있었을까? 물론, 정확한 해답은 없지만 두 가지 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첫 번째로 환동해 지역은 구석기~신석기시대의 문화가 단절없이 이어져서 구석기 시대의 석기를 만드는 전통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었다. 이것을 바꾸어 말하면 빙하기가 끝나고 현재의 기후로 바뀌는 격변기에 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기후의 변화가 심하지 않아서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두 번째로 토기의 기능은 저장에 있다. 나무나 풀을 엮어서 그릇을 만들기도 했지만, 토기는 액체의 저장이나 불위에 놓고 조리를 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살 수 있었던 당시 주민들은 정착하면서 겨울을 지내기 위해 식량을 저장할 필요성이 있었다. 요즘 러시아 극동지역 상황을 본다면 아마 연어같은 회유성 물고기를 잡았을 것 같다. 러시아 극동지역은 지금도 여름 한 철에 엄청난 양의 연어가 회유할 때에 그것을 잡아서 요리한다. 필자도 극동지역에서 발굴 할 때 알을 낳고 퍼덕거리는 연어를 삽으로 때려잡은 적이 있었다. 연어가 올라오는 때에는 조금만 노력하면 수백 마리의 연어를 순식간에 잡는다. 19세기 기록에 따르면 극동의 원주민은 연어가 올라오는 며칠 사이에 일인당 300여 마리의 연어를 잡아서 곧 기름을 뽑고 훈제해서 월동준비를 했다. 이 지역에서 발견된 토기도 바로 이런 연어기름 같은 것을 저장하기 위해서 만든 것은 아닐까?

토기는 흙을 구어서 만든 것으로 인간이 만든 최초의 화학적 변화를 이용한 물건이다. 최근에 근동아시아에서 가끔씩 1만년 가까이 되는 토기들이 발견된다고 하고, 구석기시대에 이미 흙을 구어서 만든 유물이 발견된다는 보고도 있으니, 앞으로 구석기~신석기시대의 원시고토기는 환동해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발견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환동해 지역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하며 세계에서 유례없는 독특한 토기문화를 발전시켜왔음은 분명하다.

부경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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