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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북방 역사 기행 <1> 유라시아 태고의 신비로

연해주~부산 `환동해` 고대사 이야기를 풀다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03-27 20:19:15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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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러시아·중국의 3국 접경지대. 유유히 흐르는 두만강 사이에 러시아와 북한을 잇는 철교가 지나가고, 그 너머로 동해가 보인다. 언젠가는 우리도 열차로 저 다리를 통과해서 유라시아로 갈 수 있는 날이 있을 터. 북·러 국경은 출입금지 지역이라 중국의 국경초소인 팡추안(防川)에서 찍었다. 사진=강인욱


한국은 유라시아의 일부다. 하지만 북한과의 교류가 끊긴 지금은 섬일 뿐이다. 달리던 기차나 버스에서 잠시 내려 세관소를 통과하고 다시 올라타는 풍경은 먼나라의 얘기일 뿐인지 모른다.

부산은 태백산맥의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다. 태백산맥은 다시 백두대간으로 이어져서 낭림·장백산맥을 거쳐 지금은 러시아의 영토인 연해주로 이어진다. 이 산줄기는 시베리아 호랑이, 그리고 영물인 곰으로 유명한 시호테-알린산맥 줄기로 합류된다. 이 산맥은 북쪽으로 올라가 아무르강과 맞닿고 초원지대의 동쪽 끝자락으로 연결된다. 1980년대 후반부터 김해 대성동, 양동리 등의 가야고분에서 북방계 문화가 확인되었는데, 이런 지형을 보면 결코 우연은 아닐지도 모른다.

바로 부산은 유라시아 대륙으로의 출발점이다. 흉노와 같은 유목민족은 자기들을 중심으로 세계를 인식했다. 즉, 유목민족은 남과 북을 거꾸로 놓고 세계를 인식했기 때문에, 부산은 유목민족에게는 세계의 시작인 셈이다. 새로운 정보를 대량 생산하고 지역 간의 정보 유통이 순식간에 이루어지게 하는 인터넷이라는 정보수단이 세상의 중심인 지금 대한민국에 요즘 유목문화라는 코드가 대두되고 있다. 타의로 섬이 아닌 섬으로 살았던 대한민국은 이제 대륙본성을 드러내고 있다.

한민족의 기원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지역은 유라시아 초원지대와 연해주이다. 알타이어계에 속하는 한민족의 언어, 그리고 바이칼호수를 비롯해서 한민족과 흡사한 외모의 여러 북방민족 등 북방을 떠올리면 막연하게나마 우리 문화의 연원을 생각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북방지역에 어떤 문화가 존재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모른다. 과연 북방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그들과 우리는 어떤 관계였는가? 중·고등학교 시절에 우리 고대사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결국은 평생의 업으로 삼게 되었다. 만주지역의 비파형동검으로 석사논문을 쓰고 지도교수님의 권유로 러시아어도 모른 채 1996년 3월 러시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 후 6여 년간 러시아 시베리아의 대도시인 노보시비르스크의 과학원에서 유학하면서 이곳 초원지대를 누비며 발굴하고 답사했다. 시베리아의 숲속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하면서 여름 3개월간 발굴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양봉장의 벌처럼 달려드는 모기와 등에의 등쌀을 이기며 무덤을 발굴하기도 했고, 9월 말이 되면 밤에는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는 탓에 아침에 일어날 때 손가락이 곱아서 침낭을 못 풀어 고생하기도 했다. 당시 러시아는 경제사정이 한참 어려울 때여서 발굴단원이 돌아가면서 근처의 밭에서 감자 캐는 걸 도와주고 식량을 조달하기도 했고, 발굴 캠핑장 근처의 풀을 베어서 근처 농가에서 우유랑 바꾸어 먹기도 했다.

하지만, 광활한 지역에 대해 연구하고 그것을 다시 한국과 비교한다는 것은 결코 한 개인이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진정한 해답은 아직 요원한 것 같다. 그래도 수많은 지역을 답사하고 발굴하며 얻은 성과를 좀 더 쉽게 풀어서 논문과 저서에서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해 보고자 한다.

연재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었다. 먼저 연해주와 부산을 잇는 환동해지역의 문화권과 유라시아 초원지대의 이야기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었다. 먼저 시작하는 이야기의 주요 대상인 연해주는 발해의 옛 땅인 동시에 19세기 말부터 고려인이 정착하고 또 일제에 대항하여 독립운동을 한 거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해주와 한반도의 관계는 그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해서, 연해주에서 부산으로 이어지는 환동해 지역을 따라서 중국과는 이질적인 독자적인 문화를 공유했음이 최근의 조사 성과로 밝혀지고 있다. 환동해지역 간의 문화교류는 우리 문화의 독자성을 밝히는 데에도 중요한 부분이다. 가령, 한반도의 고대문화가 중국의 영향으로 형성되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 중국의 동북 공정론을 반박할 근거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구석기시대에서 발해에 이르는 시대를 아우르며 숨겨져 있는 얘기들을 풀어보기로 하자. 부경대 사학과 교수


▶약력= 현 부경대 인문사회대학 사학과 교수(고고학 전공).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 ,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 러시아과학원 시베리아 고고민족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 중국 동북지방, 유라시아 초원지대, 연해주의 청동기~철기시대와 한국의 고대문화의 관계에 대한 50여 편의 논문, 8권의 저서·역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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