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영식교수의 이야기 가야사 여행 <56> 경남 고성의 가야국(하)

서울 풍납토성의 가야토기 출토는 고자국 위상 증거물

5세기경 백제-왜 초기 외교교섭에 매개자 역할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03-13 20:01:25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고성송학동 1B-1호분 돌방무덤. 왜 계통 문물과 천정에 주칠이 선명하게 보인다.


고성에서 서울까지

서울에서 경남 고성스타일의 가야토기가 출토되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근년 유적의 보존문제와 개발논리의 첨예한 대립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서울 한강 가의 풍납토성에서 가야토기 5점이 출토되었습니다. 완형은 아니지만, 그릇받침과 뚜껑의 파편은 누가 봐도 고성스타일이 분명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둘러보았던 김해 고령 창녕 함안 등의 가야토기에 있었던 뚜렷한 지역적 컬러처럼 고성 가야국만의 특징이 있습니다. 고성·사천식 또는 소가야식으로 불리는 토기입니다. 가운데가 둥글게 부풀어 오른 뚜껑, 수평의 입가장자리나 뚜껑턱받침, 다리부분에 삼각 또는 사각으로 길게 뚫은 창문, 부드럽게 퍼져 내리던 다리를 크게 한번 접어 넓은 단을 지운 굽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토기가 초기 백제의 왕성으로 생각되는 풍납토성에서 출토되었다는 것은 고성의 가야왕권과 서울의 백제왕권 사이에 일정한 교류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가야토기와 출토되었던 유구에 대한 연대추정을 통해 5세기경의 역사적 사실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고자국의 전성시대

5세기대의 고자국과 한성백제의 교류를 전하는 문자기록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전후의 관련사실에서 교류의 가능성은 충분히 점쳐질 수 있습니다. 한 때 고대 한일관계사의 최대 쟁점이었던 칠지도 명문과 일본서기의 관련기술을 통해, 4세기 후엽에 백제(서울)가 일본열도의 왜와 왕권차원의 교류를 시작했던 일은 유명하고, 6세기 백제(부여)의 성왕이 남부가야에서 왜와 외교교섭을 전개하고 있었던 것 또한 일본서기에 상세하게 나옵니다. 4세기후엽에는 창원의 탁순국이, 6세기에는 함안의 아라국이 각각 매개자로 기술되고 있습니다. 결국 신라에 통합될 때까지 백제와 왜의 외교교섭은 남해안 가야국들의 중간자적 역할로 원만히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5세기대 고성의 가야토기가 한성시대의 백제 왕성에서 출토되는 것을 가지고, 백제와 왜의 초기교섭에 남해안의 고자국이 깊이 관여하고 있었던 증거로 해석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을 겁니다. 5세기대의 고자국은 그럴만한 실력이 있었습니다. 5세기에서 6세기 전반에 걸치는 고성 스타일의 토기는 북으로 의령(천곡리고분군)·합천(저포리·삼가고분군)으로 뻗치고, 북서쪽으로는 진주(가좌동·우수리·귀곡동고분군)로 진출하여, 경호강을 따라 산청(중촌리·명동·묵곡리·옥산리고분군)·함양(손곡리고분군)을 거쳐, 남원(월산리·건지리)·장수(삼고리고분군)의 전북지역까지 북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 모두를 고자국의 영역으로 생각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5세기경에 보여주고 있었던 고자국의 높은 위상을 짐작하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고성 송학동고분군

5세기후반이 되면 대가야(고령)의 팽창으로 위축되기도 하지만, 6세기 전반까지도 동쪽으로 마산을 건너다보는 동해면(내산리고분군), 서쪽으로 영오면(연당리·영대리고분군)·사천(예수리고분군)·하동(고이리고분군)까지에도 그 세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진주에서는 남강을 경계로 북쪽의 수정봉·옥봉고분군이 대가야 일색으로 바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 남쪽의 가좌동고분군은 여전히 고성적 색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시기 고자국 왕권의 실재와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 고성읍내에 위치한 송학동고분군입니다. 말끔하게 정비된 3개의 거대한 봉분은 보는 이들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고분군 옆에서 공사 중인 박물관이 완성되면 여러분들도 쉽게 그 내용을 살펴보시게 되겠지만,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진행되었던 발굴조사는 이 고분군을 둘러싼 그동안의 논쟁과 국제적이었던 고자국 최고지배자의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읍내에서 바라보는 고분군의 외형이 일본의 왕릉 같다는 추정과 그에 따른 과장된 해석이 말끔하게 해소되었고, 인공의 산을 먼저 만들어 필요할 때마다 다시 파들어가면서 무덤을 만들었던 고성만의 축조방법도 확인되었습니다. 천정에 붉은 칠을 한 돌방무덤과 거기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강한 왜 계통의 색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발굴단은 출토된 유리구슬과 목걸이들로부터 여성의 무덤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고자국왕에게 시집왔던 왜의 여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인제대 인문사회대학 학장·역사고고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2. 2"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3. 3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4. 4[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5. 5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6. 6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7. 7트럼프 “韓 알래스카 안 해도 괜찮다…더 청구하면 돼”
  8. 8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9. 9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10. 10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1. 1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2. 2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3. 3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4. 4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5. 5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6. 6‘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7. 7[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8. 8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9. 9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10. 10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 1"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3. 3“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4. 4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5. 5"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6. 6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7. 7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8. 8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9. 9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10. 10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1. 1[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2. 2[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3. 3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4. 4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5. 5“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6. 6“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7. 7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8. 8‘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9. 9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0. 10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9. 9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