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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교수의 이야기 가야사 여행 <53> 임나일본부란 무엇인가(상)

'통치본부'로 둔갑한 고대 일본의 외교사절단

아라국 국제회의 기록 남아있는 일본서기에도 외교활동 기술뿐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02-21 20:50:33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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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일본부가 기술된 일본서기 중 흠명기편.
일본서기 속으로

오늘은 유적을 찾아 떠나는 답사여행이 아닙니다. 서기 732년 고대일본에서 편찬된 일본서기(日本書紀) 속으로의 여행입니다. 일본서기는 6세기 전반에 아라국왕이 함안에 고당(高堂)이란 국제회의장을 세우고, 가야 여러 나라의 왕과 백제와 신라의 사신들을 불러들여, 외교적 현안을 논의하는 데 함께 참가했던 왜인(倭人)들을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 또는 아라일본부(安羅日本府)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표현과 내용이 한국이나 중국의 역사서에는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단순한 창작이나 거짓으로 간단히 무시해버릴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일본학계는 행정관청을 뜻하는 부(府)의 한자표기에 집착하여, 고대의 일본이 4~6세기의 200년 동안 한강 이남의 백제 신라 가야를 근대의 식민지같이 지배하였고, 그 통치기관으로 가야에 설치되었던 것이 임나일본부였다고 강변하여 왔었습니다. 1960년대 말~1970년대 초의 대대적인 재검토를 거친 지금, 역사학자로서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은 거의 없게 되었고, 임나일본부의 실체를 외교사절로 보는 것에 한일 양국 학계가 어느 정도의 접근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와서 일본의 주장이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가야사연구의 보고

물론 중등학교 일본사 교과서의 일부에는 여전히 그와 같은 해석들이 남아 있고, 최근에는 과거의 주장을 역사적 사실처럼 서술한 우익의 일본사 교과서가 일본정부의 검인정을 통과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러한 교과서의 문제는 한일 양국의 정치적인 문제이고, 과거 일본학계의 주장을 극복하지 못해서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려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의 임나일본부가 기록되어있는 부분들이 바로 우리의 가야사를 되살릴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나일본부가 서술된 흠명기(欽明紀)는 일본사가 아니라 한국의 역사서와 같은 느낌입니다. 좀 오버하면 일본 관련의 기록은 흠명왕의 즉위와 장례에 관한 정도에 불과하고, 대다수가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에 관한 기술로 채워져 있는데, 그 대부분은 다시 가야에 관련된 기술들입니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없는 내용들로 가득해 이것을 잘 활용한다면 새롭고 풍부한 가야사를 복원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넘지 않으면 안 될 허들이 있는데, 그 첫 번째 가 바로 임나일본부의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일본서기로 가야사를 복원한다는 것은 오히려 고대일본의 가야 지배사를 드러내는 결과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가야사 복원의 자료를 획득하기 위해서도 임나일본부란 허들은 넘어야 합니다.

과거의 허망한 생각들

임나일본부의 실체에 대해서는 고대의 총독부와 같이 본 과거 일본의 주장도 있었고, 한반도가 아니라 일본열도에서 일어난 일로, 오카야마~히로시마에 세워졌던 가야분국(分國) 임나(任那)를 둘러싸고, 규슈 북부의 백제분국, 규슈 동부의 신라분국, 나라·오사카의 왜국이 쟁탈전을 벌인 결과, 승리한 왜국이 세웠던 통치기관으로 보는 북한학계의 해석도 있었습니다. 또한 북한의 비판에 자극되어 가야에 이주해 살던 왜인들의 자치적 행정기관으로, 일본의 왜왕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일본인 연구자의 수정론도 있었고, 고(故) 천관우 선생님처럼 원래는 백제가 가야에 세웠던 군사령부 같은 것이었는데, 일본서기가 백제를 일본으로 바꿔치기했다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같은 일본서기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들이었지만, 통치나 행정 또는 군정(軍政)을 위한 기관으로 해석했던 것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한글로 번역된 일본서기도 있으니까 한번 훑어보시기 바랍니다. 왜 이런 해석들이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으실 겁니다. 왜의 통치기관이나 백제의 군정기관이었다면 왜나 백제가 가야에서 세금을 거두고, 군사를 동원하고, 소와 말을 징발하거나, 가야의 왕과 인민을 강제하는 기술들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러한 기록은 단 한 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로지 외교활동에 관한 기술들뿐입니다. 왜 저 유명한 한일의 석학들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해석을 했던 것일까요? 국가와 시대라는 허울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인제대 인문사회대학 학장· 역사고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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