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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교수의 이야기 가야사 여행 <52> 6세기 국제회의의 주역, 아라국

경승지에 건물 세워 왜 신라 백제 사신들과 함께 국제회의

격동기 6세기 나라 안녕위해 눈물겨운 외교전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02-14 20:21:25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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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안에서 발견된 건물 터. 아라국에서 제사나 회의를 개최한 국제회의장으로 추정된다.


가야의 누리마루

2004년 10월 20일, 아라국의 고도 함안에서 묘하게 생긴 유적이 발견되었습니다. 남해고속도로에서 가야 읍내로 들어가다 보면, 다리를 건너기 전에 왼쪽으로 함안중학교가 보입니다만, 그 뒤의 야트막한 언덕위에서 가로 40m 세로 16m나 되는 대형의 건물터가 발견되었습니다. 땅을 파고 기둥을 세웠다 하여 굴립주(掘立柱), 또는 마루가 높이 달린다하여 고상식(高床式)으로도 불리는 건물터였습니다. 가운데는 110~50㎝ 정도의 아주 굵은 기둥들이 일렬로 늘어섰고, 그 바깥쪽으로 43~33㎝ 정도의 기둥들이 타원형으로 촘촘하게 돌려져 있었습니다.

발굴조사를 담당한 동아문화연구원은 건물터의 크기나 모양으로 보아, 일반적 거주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제사나 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특수 목적의 건물로 판단하고, 기둥 둘레를 채워 다졌던 흙속에서 가야토기의 파편이 출토되는 것을 근거로, 서기 529년에 아라국에서 개최되었던 국제회의장으로 추정하였습니다. '일본서기'에 따르면 아라국왕은 가야 여러 나라, 왜 백제 신라 사신들이 참가하는 국제회의장으로서 고당(高堂)을 신축하였다고 전하는데, 바로 그 회의장이 발견되었다는 겁니다. 마침 현재의 지명도 당산(堂山)이고, 앞서 둘러본 아라국 왕궁터에서도 가깝습니다. 궁터에서 동북으로 2km 정도 떨어진 이 언덕은 당시에는 물가에 위치한 경승지였을 것으로, 지난번 APEC 때 세계정상들의 회의장이었던 해운대 동백섬의 누리마루와 비교해, 위치나 역사적 성격에서 닮았다하면 지나친 과장일까요?

격동기의 국제회의

아라국에서 국제회의가 개최되는 6세기 전반은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아라국을 비롯한 가야제국의 주변상황은 신라의 서진과 백제의 동진에 아울러 대항해야 할 만큼 급박해집니다. 신라는 532년까지 동래에서 낙동강을 건너 김해(南加羅)→진영(啄己呑)→창원(卓淳)으로, 백제는 529년까지 임실(上己汶)→남원(下己汶)→하동(多沙)→진주(下韓)로 각각 진출합니다. 신라가 진출한 창원(卓淳)과 백제가 진출하는 진주(下韓)는 바로 함안의 앞과 뒤입니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아라국이 가야국왕들을 회유하고, 왜(倭)와 연계하면서, 백제와 신라의 진출을 막아보려던 외교적 시도의 하나가 고당회의(高堂會議)였습니다. 이 때 함안에 주재하면서 아라와 신라, 또는 백제와 가야의 화해를 주선했던 왜의 사신들은 '일본서기'에서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나 아라일본부(安羅日本府)와 같이 표기되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다시 살펴보겠습니다만, 아라국왕의 의지에 따라 움직여지던 친(親) 가야계 왜의 사신들이었습니다. 아라국왕은 이러한 왜의 사신들을 백제와 신라의 외교일선에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아라를 비롯한 가야제국의 배후에 왜왕이 있는 것처럼 보여, 백제와 신라의 침입을 막아보려 했던 외교적 노력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노력은 백제와 신라 사이를 오가는 줄타기 외교와 같은 형태로 전개되기도 하였습니다. 신라가 낙동강을 건너면 백제와의 친선외교를, 백제가 섬진강을 건너면 다시 신라와의 친선외교를 추진하여, 각각의 군사적 침입을 막아보려던 외교적 노력이었습니다.

주최자 아라국왕

나라의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 왜를 끌어 들이고, 백제와 신라 사이를 오가는 외교적 노력은 참으로 눈물겹습니다만, 아라국왕의 국제적 위상이 그렇게 궁색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일본서기'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가야 여러 나라는 아라(安羅)를 형(兄)으로 받들었고, 백제의 소환을 거부하는 왜의 사신들은 아라국왕의 불허를 핑계로 내세웠으며, 백제의 성왕은 왜의 사신들이 아라국왕의 말만 따르기 때문에, 백제와 왜의 외교가 원활치 못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당에는 아라국의 왕과 대신 한두 명 그리고 왜의 사신만 올랐을 뿐, 백제와 신라의 사신은 몇 달 동안 여러 번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오를 수 없었고, 이를 분하게 여긴 백제와 신라가 전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아라국은 가야와 주변제국 모두가 인정하던 대국이었고, 그 외교 실현의 구체적 장소가 고당(高堂)이었던 겁니다. 지금까지는 성산산성이 제일의 후보지로 생각되었으나, 금번의 발견으로 또 하나의 유력한 후보지가 등장한 셈입니다. 인제대 인문사회대학 학장·역사고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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