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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교수의 이야기 가야사 여행 <50> 아라국의 가야사(중)

'말의 갑옷' 묻힌 마갑총 발굴…5세기초 역사 세상 밖으로

고구려 고분벽화 속에 그려진 마갑

실물로 확인된 유일한 사례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01-24 20:41:36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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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마갑총 발굴 현장. 오른쪽 위에 말의 갑옷(마갑)이 펼쳐져 있고 왼쪽 아래에 굴착기가 흙을 퍼내 움푹 꺼진 부분이 보인다.
마갑총(馬甲塚)의 발견

1992년 6월 6일. 장맛비가 오락가락 하던 현충일. 함안 가야읍의 한복판에서 아라국을 지키던 기마전사가 1500여 년의 긴 잠에서 깨어나게 되었습니다. 말산·도항리고분군 능선의 북쪽 끝자락에서 진행되고 있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의 일이었습니다. 아파트의 배수관 공사에서 굴착기로 땅을 파헤치는데, 퍼올려진 흙에서 토기와 철기가 함께 나뒹구는 모습을 마침 신문배달하던 고등학생이 발견하였습니다. 이 소식은 다행히도 역사학을 전공했던 지국장에게 전해졌고, 함안군청에 신고됨으로써 역사적인 마갑총의 발견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합니다. 말의 갑옷이 발견된 무덤이라 마갑총(馬甲塚)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마갑총이 발견된 해동아파트의 현장과 말산·도항리고분군은 경전선의 철로를 사이에 두고 있어 별개로 보이기도 하지만, 같은 능선이 철로와 도로의 개설로 단절되었을 뿐입니다. 마갑총 역시 아라국 왕릉묘역인 말산·도항리고분군의 일원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오히려 말산·도항리의 대형무덤들이 높은 곳에 위치한 석곽묘(石槨墓)인데 비해, 마갑총은 낮은 곳에 위치한 목곽묘(木槨墓)로서, 시대적으로 앞서는 인물의 무덤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가야의 무덤이 목곽에서 석곽으로 변하였고, 낮은 데에서 높은 데로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마갑총의 주인공

마갑총의 발견이 왜 역사적인가 하면, 마갑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고구려에서도 발견된 적이 없고, 신라와 백제 그리고 다른 가야에서 조차 이렇게 완전한 상태로 출토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러한 마갑과 마갑총의 주인공에 대한 추적을 통해 5세기 초에 광개토왕의 군대를 맞아 싸우던 아라국 전사의 모습이 되살려지고, 아라(安羅)와 왜(倭)의 연합군이 신라를 공략하고, 고구려가 신라 편에서 구원하던 고대 동아시아의 역동적인 역사가 함안의 아라국을 중심으로 복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주인공 왼쪽의 마갑은 굴착기에 의해 절반 이상이 파손되었지만, 오른쪽의 갑옷은 완전하게 남았습니다. 말의 좌우 양쪽을 어깨에서 엉덩이까지 커튼처럼 드리우는 5,6단짜리 2줄이 1벌을 이루는 데, 이런 모습은 북한 평양의 개마총(鎧塚)과 중국 집안의 삼실총(三室塚)과 같은 고구려의 고분벽화에서 실감나게 묘사되고 있는 그대로입니다.

고고학적 연구에 따르면 마갑총은 5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무덤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마갑총의 주인공은 이미 5세기 초에도 활동하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5세기 초라면 저 광개토왕릉비가 전하는 400년의 전쟁과 겹치는 시기입니다.

광개토왕릉비의 아라군

이 부분의 비문은 훼손이 심해 판독에 여러 가지 생각이 난무하기도 하지만, 400년에 고구려의 광개토왕이 보병과 기병 5만을 보내 신라를 돕게 하였고, 신라성에 도착한 고구려군이 왜군을 깨뜨리고, 달아나는 왜군을 쫓아 임나가라(任那加羅)를 치고, 아라국의 군사와 충돌하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아라(安羅)의 표기는 이 짧은 문장 속에서 3번이나 반복되고 있습니다. 비문의 '안라인(安羅人)'을 '신라인을 안치하다'로 해석하는 연구자도 있지만, 광개토왕릉비가 한 문장에서 '안(安)'이라는 같은 동사를 3번씩이나 반복해 쓸 만큼 치졸한 문장이 아닙니다. 아라국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이기 때문에 3번씩이라도 반복해 쓸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결국 5세기 중엽 함안의 마갑총은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려진 마갑의 실재를 보여주는 유일한 예입니다. 그 실물이 유일하게 아라국 왕릉묘역에서 나왔다는 것은 400년 고구려와의 전투에서 획득되었을 가능성을 짐작하게 합니다.

고구려의 영향을 받은 아라국 제작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자랑스럽게 전리품으로 보유하고 사용하던 주인공의 죽음과 함께 무덤에 넣어졌던 것으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한 해석일 겁니다. 이러한 아라국 기마전사의 모습은 김해에서 출토된 국보 275호 기마인물상토기와 거의 닮았을 겁니다. 말의 좌우에 5단으로 된 마갑을 두르고 있는 기마전사의 모습입니다.

인제대 인문사회대학 학장·역사고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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