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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를 찾아서 <18> 대한공권유술협회 강준 회장

"정당한 싸움이라면 반드시 싸워야 살아 남는다"

'왕따'는 스스로 판 무덤… '싸움 법칙'만 이해해도 호신 가능

"칼 든 자에겐 무조건 도망가라" "3단 돌려차기 실전엔 못써"

  • 국제신문
  •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
  •  |  입력 : 2007-12-20 19:25:08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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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세상. 도처에 위험이 깔려 있다.

나 한 몸 착하게 살아보자고 마음 먹어도 세상은 이를 받아들여줄 만큼 부드럽지가 않다.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누가 칼로 위협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딱 하나. 무조건 도망가야 한다. 이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상식. 하지만 오랜 세월 합기도 유도 등 갖가지 운동을 했다는 사람이 이런 대답을 한다면 어찌된 일일까. 그것도 국내외에 적지 않은 수의 도장을 두고 있는 무도인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면. 근데 그 말이 구구절절 옳다.

"지금 서점에 나와 있는 호신술 책을 한번 보십시오. 대부분 칼을 든 손을 막은 뒤 꺾어서 제압하라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아무리 무술고수라도 들어오는 칼을 잡아서 꺾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도 20년 이상 수련을 했지만 그렇게 못합니다. 그 책을 쓴 사람보고 한번 해보라면 어떨까요. 아마 자기도 못할걸요. 칼은 든 상대를 대할 때는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냥 도망가는 게 상책이고 그게 안되면 칼을 꺼내기 전에 미리 대비를 하는 게 중책입니다. 그리고 하책은 호신술 책에서 일러주는 대로 칼을 휘두르는 상대의 손을 잡아서 꺾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그건 그냥 죽으라는 소립니다."


   
강준 대한공권유술협회 회장이 강력한 발차기를 하고 있다. 상대방의 일그러진 얼굴에서 그 위력이 느껴진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싸움에도 법칙이 있다

강준(39) 대한공권유술협회 회장.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무술을 가르치고 있는 젊은 무도인. 그러나 지난해 개봉된 '싸움의 기술'이라는 영화의 상당 부분이 그가 쓴 책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한다면 고개를 끄덕일 만 하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애지중지하는 책이 '싸움에서 무조건 이기는 방법'. 강 회장이 직접 쓴 것이다. 영화에 나오는 '눈 찌르기'나 '동전 던지기' 역시 이 책에 실려 있다.

철저한 실전무술을 추구하는 강 회장은 이외에 '최강의 파이터'(입문편, 실전편), '한 판 뜨자' '싸움의 법칙' 등 모두 아홉 권의 책을 냈다. 하나같이 이른바 '싸움을 잘 하는 기술'을 거론한다. 한데 이 대목에서 강 회장은 일단 제동을 건다. 자신이 지난 1996년 창시한 공권유술을 통해 제자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싸움이 아니라 호신술이라는 것. 그럼에도 책 제목이 그처럼 자극적으로 나간 것에 대해서는 세태 때문이라고 너털웃음을 짓는다. 호신술이라는 글이 들어간 제목으로는 거의 관심을 끌지 못하던 책이 '싸움 잘하는 법' 운운하니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책과는 다른 호신술 교본을 원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근데 정말 싸움을 잘하는 방법이 있기는 한 것일까.

"싸움에는 법칙이 있습니다. 그걸 숙지하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죠. 예를 들어 오른손잡이가 작은 물건을 든다면 반드시 상대방의 왼쪽을 때립니다. 칼을 들었다면 거의 배를 찌르게 마련입니다. 목을 겨냥하거나 눈을 찌르지는 않습니다. 각도와 구도가 그렇기 때문이죠. 무술을 모르는 일반인이 상대의 얼굴을 때린다면 거의 턱 부분입니다. 몽둥이를 휘두른다면 몸통을 때리게 되죠. 머리를 때리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따라서 이런 것만 알아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방어는 그렇다 쳐도 상대를 제압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 회장은 간단한 기술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을 호신술로 정의했다. 따라서 이럴 때는 적극적인 호신술을 구사해야 한다. 꼭 이겨야 하는 싸움이라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겨야 하는 까닭에서다. '싸움에서 무조건 이기는 방법'이라는 책에 눈 찌르기나 동전 던지기 등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이처럼 목숨을 걸고 싸울 일은 별로 없을 터.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싸움에서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강 회장은 자신감을 든다.

"저는 왕따는 싸움을 하지 않아 생긴다고 봅니다. 만약 단 한 번만이라도 자신을 괴롭히는 상대와 싸웠다면 절대 왕따는 되지 않습니다. 보통 아이들이 맞고 들어오면 싸우지말고 사이좋게 지내라고 부모들이 가르치죠. 하지만 억울하게 당했다면 싸우라고 해야 합니다. 몇 대 맞더라도 덤빌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가르쳐야 합니다."

무술은 나이가 아닌 실력

어찌보면 강 회장은 무술계에서 이단아로 통할 만하다.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무술은 자신을 갈고 닦는 것이라며 정신수양을 강조하는 반면 '어떻게 하면 싸움을 잘하는가(?)'를 가르치고 있는 까닭이다. 강 회장도 이 점은 일부 인정한다. 하지만 무술계에서 손가락질을 받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그가 젊은 나이에 하나의 독립된 무술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여러 가지 기술을 같이 사용할 수 있는가를 고민했습니다. 예를 들어 태권도와 유도를 같이 수련한 사람이라도 실전에서는 가장 자신이 있는 한 가지 분야의 기술만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태권도의 발차기나 유도의 꺾기 메치기 등을 종합해 실전용인 공권유술을 만들었습니다."

공권유술은 세력이 미미하던 초창기에는 별다른 시달림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알음알음 소문이 나면서 적지 않은 견제가 들어왔다. 뿌리도 없는 무술이라거나, 심지어 사이비 무술가라는 악평도 들었다. 강 회장은 이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한다. 유구한 역사가 있는 무술이라도 처음에는 걸음마단계부터 시작하지 않았느냐는 논리다. 더 나아가 이른바 '장사를 위해' 전통이라는 이름을 고수하는 일부 무술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전통무술은 탄생배경과 상황이 지금과 전혀 다른데도 그것이 현대에까지 유효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

"외국인들은 공권유술을 처음 접하고는 체계와 수련방법 등을 질문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관장의 나이부터 먼저 묻습니다. 그리고 개인이 만들었다면 다짜고짜 미친 사람 취급을 하죠. 나이가 어리더라도 좋은 무술을 개발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공권유술은 어떻게 하면 실전에 가장 맞는 무술이 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만들었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권유술의 정의야 그렇다 치더라도 왜 강 회장은 왜 이처럼 '싸움의 기술'에 집착하는 것일까. 아니할 말로 그동안 쌓은 무술 실력을 바탕으로 적당히 근엄한 표정을 지은 채 제자들을 가르쳐도 큰 부족함이 없을 터에.

"지인 가운데 무술 고수가 있었습니다. 공중 발차기 등도 화려했고요. 그런데 이 사람이 막상 시비가 붙게 되자 서로 상대방 머리를 잡은 채 보통 사람이 하는 막싸움을 하는 겁니다. 여태껏 배운 것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더군요. 사실 실제 싸움에서 엎어치기 돌려차기하는 것 봤습니까. 그럼에도 도장에서는 죽어라고 공중 3회전 발차기만 가르칩니다. 그래서 과연 실전에서 쓸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인지를 연구하게 된거죠."

강한 게 최고는 아니다

내친 김에 일반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인 여러사람과의 싸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고수 가운데는 한 번의 동작으로 십 수명을 눕혔다는 식의 무용담을 자랑하는 사람도 있지 않던가. 강 회장은 그런 화려한 활약 대신 여기서도 '싸움의 법칙'을 제시했다.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한꺼번에 덤벼들 수는 없어 공격하는 숫자는 한 두 명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과거에 자영업을 할 때 동네 불량배들이 몰려와 소란을 피웠습니다.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장사가 안될 것 같아 밖으로 불러냈습니다. 먼저 한 명을 제압한 뒤 계속 싸울 자세를 취했는데 다 덤벼들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1~2분 동안 아무 말이 없이 멍하니 서 있더군요. 갑자기 당하게 되면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나보다 강한 사람이구나라고 포기하게 됩니다. 덕분에 모두를 벽에 세워놓고 따끔한 훈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다자 간 대결에서는 기선제압이 필요한 거죠. 참, 근데 서로 모르는 사람들과 싸움을 한다면 제압을 한 뒤 에는 여유있게 걸어가다 골목길을 돌면 반드시 죽어라고 뛰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정신을 차리면 맞은 것이 억울해 무기를 들고 다시 덤비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하."

강 회장은 실전기술에 관한 책을 낼 때마다 많은 곤란에 처했다. 뜬금없이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 "니가 그렇게 싸움을 잘하면 한 번 붙어보자"고 도전을 해오기 일쑤. 직접 도장으로 찾아오는 이도 많았다. 처음에는 좋게 타일러 보냈다. 그런데 그게 능사가 아니었다. 돌아간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한 번 쳐다보니 꼼짝못하고 꼬리를 내리더라"는 식으로 떠들고 다녔기 때문. 그래서 그냥 돌려 보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에서 도전자와 대련을 벌였다. 그러나 대개 그런 도전자들은 허풍쟁이가 많았다. 2~3초 안에 결판이 난 적도 있었다. 강 회장은 대련을 할 때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각서는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는 것. 맞은 사람이 고소를 하면 걸리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도전자들도 자존심이 있었던지 신고를 하지 않아 큰 낭패를 보지는 않았다.

무수한 실전을 치른 강 회장. 그러나 그는 싸움을 찬양하지 않는다. 다만 정당한 싸움은 나쁜 게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가령 가족 중 누군가가 봉변을 당한다면 그때는 마땅히 싸워야 한다는 점을 주장할 따름이다.

"열두 살때 아버지의 손에 끌려 일본 무술인 야와라에 입문한 뒤 유도선수 시절엔 하루 8시간 가량 운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시합에서 상대를 이길까라는 생각만 했죠. 어릴 때는 강한 게 최고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다른 철학이 생기더군요. 저는 무도인입니다. 싸움의 기술에 관한 책은 힘이 없어 당하는 일반인들을 위한 호신술을 소개한 것입니다. 모름지기 무술인이라면 도장뿐 아니라 책을 통해서도 후학을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닙니까."


■ 공권유술이란

- 맨손으로 최상의 공격·방어 구사

별다른 무기를 가지지 않은 채 맨손으로 최상의 공격과 방어를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는 무술. 강준 회장이 지난 1996년 만들었다.

공권유술의 타격기법은 정권지르기 정권치기 늑골치기 일직권지르기 등 기본수기와 정강이 중단 상단차기, 왼발 하단 막고 왼발 중단 하단 상단차기 등의 기본족술로 나뉜다. 또 허리치기 오금당기기 등 유술기법과 팔펴 눌러꺾기 등의 와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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