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순주 사무장은 "승객분들이 국제선은 두 시간 전, 국내선은 40분 전까지 공항에 도착해 수속을 해 주시면 정말 고맙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윤민호 인턴기자

'새벽 4시30분에 기상해 5시20분 김해공항 도착. 6시20분 부산발 베이징행 보잉737기 승무원 미팅. 간단한 식사 후 7시15분 비행기 탑승. 기장 주재 브리핑 참석. 7시40분 승객 탑승 시작. 8시10분 출발. 10시40분 베이징 도착. 기내정리 및 보안점검. 11시30분 승객탑승. 11시50분 베이징 출발. 오후 2시5분 김해공항 도착'.

대한항공에서 14년째 스튜어디스로 일하고 있는 안순주(35) 씨의 타임 테이블이다. 새벽부터 오후까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어느새 베테랑이 된 그는 기내에서 모든 일을 총괄하는 사무장이다. 옛날엔 남자승무원들이 주로 맡는 자리지만 지금은 남녀 구분이 없다. 기내에서 어떤 일이 벌이질지 모르니까 종일 긴장 상태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부터 오후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신경이 곤두서 있지요. 요즘은 보안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아침미팅에서부터 승무원들에게 주지시킵니다. 기내점검, 탑승권 확인 등 하나도 소홀히 할 일이 없어요."

부산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노선은 일본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 정도다. 일본과 중국은 이처럼 당일 다녀오지만 방콕(태국)이나 하노이(베트남) 등 동남아 노선 비행기를 타면 2박3일 코스다. 여유가 있을 것같지만 밤에 출발해 이튿날 낮에는 현지에서 쉬고 그날 밤 다시 부산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 강행군이다. 밤에 비행하므로 사실상 무박3일이다. 당연히 기내에서 잘 수도 없다."현지에서 하루 쉬니까 여유가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낮에 자두지 않으면 피로를 이길 수 없지요. 물론 컨디션이 좋을 땐 간혹 시내구경을 가긴 해요."

그는 입사 후 처음 7년간은 서울서 근무했다. 결혼 후 시댁이 부산이어서 근무지를 부산으로 옮겼다. 서울 있을 땐 유럽과 미주노선을 주로 탔다.

학창시절부터 여행을 좋아한 그는 현재의 일이 너무 만족스럽다고 한다. 요즘도 휴가 때면 늘 해외여행을 갈 정도로 여행을 즐긴다.

"전 언제 어디서나 잘 자고 잘 먹습니다. 유럽이나 미주지역을 다녀와도 시차 때문에 고생한 적은 별로 없거든요. 지금도 개인적으로 주말이면 일본이나 동남아, 휴가 땐 미국이나 유럽을 다녀오곤 해요. 이럴 땐 승객 입장에서 승무원들을 보게 되니까 제가 하는 업무에도 도움이 됩니다. 저에겐 너무 맞는 직업인가 봐요."

안 사무장은 가장 곤혹스러운 때가 승객이 탑승했다가 내리려는 경우라고 한다. 일단 기내에 승객이 들어왔다가 내리면 모든 승객이 수하물을 들고 내리게 한 뒤 다시 기내 점검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20~30분 이륙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요즘은 보안검색이 철저하기 때문에 승객분들의 협조가 필요해요. 국제선은 두 시간 전, 국내선은 40분 전에 공항에 도착해야 여유있게 탑승할 수 있어요. 시간이 임박해 허둥대며 오는 분들도 흔히 있습니다. 물론 약간 늦어도 가능하면 탑승할 수 있도록 해요. 하지만 연착하면 결국 다른 분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지요."

비행기를 타다 보면 다양한 일들을 겪게 된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스포츠 선수 등 유명인사들에게 서비스하는 경우도 많다. 어떤 때는 출발부터 도착 때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아기가 울어 보모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있다."기내에선 많은 일들이 벌어져요. 음주하시고 소란피우는 사람도 있고…. 한번은 제주행 비행기를 탔어요. 탑승이 끝난 뒤 좌석쪽을 보니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놀라서 후배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했더니 웃는 거예요. 알고 보니 초등생들이 단체로 탑승해 머리가 하나도 안 보였던 거죠."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호락호락한 직업은 아니다"고 말한다. 늘 비행기를 타야 하고, 승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자세도 돼 있어야 한다. 체력과 인내심 유연한 자세 등이 스튜어디스에게 필요한 덕목.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여행할 때 항공료가 많이 할인되는 등 혜택도 적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 그는 "체력이 되고 여행을 좋아하는 여성이라면 정말 해 볼만한 직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