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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교수의 이야기 가야사 여행 <41> 섬진강 유역 쟁탈전

고구려에 밀려 남하한 백제, 섬진강 유역 가야땅 쟁탈

남원 일대 고분군 5세기까지는 '가야색' 뚜렷 이후 백제풍 변모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7-11-15 21:03:43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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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시 아영면의 월산리고분 전경. 5세기 중반의 가야 계통 고분이다.

지난주에 이미 대가야의 멸망을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동쪽 신라 관계만을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서쪽에서 백제와 큰 싸움 벌였던 사실을 빠뜨렸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얘기를 좀 하려고 합니다.

전라도의 가야국

'삼국유사'에서 일연스님은 가야의 서쪽 경계를 지리산으로 전합니다. 지금도 지리산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나누는 경계지만, 보다 확실한 경계선은 섬진강이 좋을 겁니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섬진강을 경계로 서쪽은 백제, 동쪽은 가야라는 생각이 일반적이었습니다만, 근년에는 진안 장수 임실 남원 등의 전북, 구례 순천 등의 전남 일부와 같은 섬진강 서쪽 지역에서도 가야의 고고학적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고고학적 증거들이란 가야 계통의 고분군과 거기에서 출토되는 대가야 계통의 유물들을 말합니다. 이들 지역에 수십 수백의 떼를 이루고 있는 가야고분군은 대개 5세기 전반에서 6세기 전반까지 100여 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만들어졌던 것들입니다. 무덤 스타일에 대한 보수적 성향을 생각할 때, 이러한 고분들이 가야문화의 일시적 영향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이들 고분에서 출토되는 대가야 계통의 유물은 대가야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가야 소국(小國)의 존재를 증명해주는 것입니다. 섬진강 중상류를 기문(己汶)으로 표기한 '일본서기'에 따르면 가야 계통의 월산리고분군이 존재하는 남원시 아영면 일대에는 기문국(己汶國)이라는 가야 소국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외교역로 확보전쟁

지리산의 서쪽을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섬진강은 전라도와 경상도 모두에서 남해로 나가는 중요한 교통로였습니다. 5세기 중반부터 경북 고령의 대가야가 섬진강 수계로 진출하려 했던 것도 중국이나 일본 열도로 통하는 교통로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고, 475년 고구려에게 한성(漢城·서울)을 함락당하고 웅진(熊津·공주)으로 내려온 백제는 가야지역에 대한 진출과 왜 왕권과의 교섭을 위해 487년부터 섬진강 수계에 대한 진출을 본격화합니다. 따라서 대가야와 백제는 이때부터 무려 50여 년 동안이나 섬진강 수계를 둘러싼 치열한 다툼을 벌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본서기'에 가야 사람이 백제장군을 살해하고 산성을 쌓아 백제와 왜의 통교를 차단했다든지, 백제가 군사를 파견해 가야국을 점령했다는 기록은 바로 이때 남원의 기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섬진강 유역 쟁탈전의 상황을 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대가야와 백제의 갈등과 충돌은 진안 황산리고분군, 장수 삼고리고분군, 임실 금성리고분군, 남원의 월산리·두락리·건지리·초촌리고분군 등에서 보이는 유물의 변화에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대가야의 대리전과 백제의 승리

월산리·두락리·건지리·초촌리고분군 등이 있는 남원의 아영과 운봉 일대는 바로 경남 함양과 이웃하고 있는 곳입니다. 남원시보다는 함양군에서 더 가까워, 전라도보다는 오히려 경상도 의 느낌이 강한 지역입니다. 시대 순으로는 5세기 중반의 월산리고분군이 가장 오래 되었고, 두락리와 건지리 고분군을 거쳐, 6세기 전반의 초촌리고분군이 가장 새롭습니다. 문화적으로는 월산리고분군이 가야계인데 반해, 초촌리고분군은 백제계이고, 두락리와 건지리 고분군은 양쪽의 요소를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지역을 둘러싼 시대적 추이는 이렇습니다. 5세기 중반까지는 가야 일색이었다가, 5세기 후반부터 점차 백제적인 특징이 나타나기 시작해, 6세기 전반이 되면 백제 일색으로 변합니다. 섬진강 유역 쟁탈전이 백제의 승리로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그 이전의 월산리 M1호분 A호석곽에서 출토된 둥근 고리 자루 큰 칼(環頭大刀)과 철제 목 보호 갑옷(頸甲)은 가야 소국의 왕의 위상을 보여주기에 충분하였으며, 많은 대가야 계통의 토기들은 백제와 전쟁하던 기문국의 배후에 대가야가 자리하고 있었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습니다. 큰 칼의 칼자루는 화려하게 금실과 은실로 상감 장식되었는데, 거북 등 같은 육각형 안에 예쁜 꽃모양이 새겨진 일급품이었습니다.

인제대 인문사회대학 학장·역사고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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