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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교수의 이야기 가야사 여행 <39> 대가야 왕도의 백제고분

대가야 親백제정책으로 고령 한복판에 자리잡은 군사동맹 상징체

가야고분과 달리 돌방무덤 형태 출토유물 별로없고 주인공 확실치 않아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7-11-01 20:06:03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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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고령 고아동 벽화고분 내부 연도.
고아동벽화고분

지금도 대가야 왕도의 한 복판에는 백제스타일의 고분이 남아 있습니다. 지산동고분군에서 대가야왕릉박물관을 지나, 고령여중 남쪽 담장 옆의 순환로를 따라 읍내로 가다, 회천을 마주보면서 오른 쪽의 얕은 산봉우리를 끼고 돌아 얼마쯤 내려가면, 고아동벽화고분이란 표지판이 보입니다. 표지판대로 가파른 돌계단을 조금 올라가면, 네모반듯한 돌을 쌓아 올린 돌방 입구의 큰 무덤을 만나게 됩니다. 가야지역에서 유일한 벽화고분입니다.

벽화의 보존을 위한 녹색철문은 언제나 굳게 잠겨 있습니다. 안내판의 내부 사진을 보게 되면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 온 가야의 무덤과는 전혀 다르게 생겼습니다. 먼저 4벽을 세우고 천정을 덮는 가야고분과는 달리, 짧은 벽 한 편에 입구를 만드는 돌방무덤으로 백제의 무령왕릉 같은 모양입니다. 벽돌 대신 깬 돌로 벽을 쌓았다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좁혀져 올라간 둥근 천정, 하얀 회가 칠해진 벽과 천정, 천정에 그려진 연꽃 등은 누가 봐도 6세기 중반 경에 만들어진 백제스타일의 고분임이 분명합니다.

군사동맹의 상징

마지막으로 대가야가 신라에 통합되는 것이 562년이니까, 6세기 중반까지라면 아직도 대가야가 독립국의 왕권을 유지하고 있을 때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백제스타일의 무덤이 대가야 왕도의 한 복판에 자리하게 되었던 것일까요? 당시에 대가야가 직면하고 있었던 국제정세를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삼국사기'와 '일본서기'에 따르면, 554년에 대가야는 백제와 함께 신라를 공격합니다. 왕자 창(昌)의 실수로 백제 중흥의 영주 성왕(聖王)이 전사하는 관산성전투입니다. 관산성은 충북 옥천으로, 경북 고령의 대가야 군이 거창을 나서 덕유산을 돌고 나제통문(羅濟通門)을 통해 북상했던 제법 먼 거리의 원정이었습니다. 더구나 이 전쟁의 8년 뒤에 신라군이 침입하자 대가야는 이렇다 할 저항도 못하고 멸망하고 맙니다.

결국 무리한 원정과 총력전을 무릅쓰면서까지 백제를 도와야 할 군사동맹의 관계가 기능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러한 대가야 멸망기의 친(親) 백제정책은 지난주에 살펴보았던 529년에 신라와의 결혼동맹이 결렬된 뒤에 새롭게 전개되던 대외정책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친 신라파의 우륵은 백제 편향의 대가야 왕권에 대한 불만으로 가야금을 안고 신라에 투항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이러한 멸망기 대가야의 친 백제정책은 고령 한 복판에 백제스타일의 고분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이 되었고, 그런 의미에서 고아동벽화고분은 군사동맹의 상징 같은 의미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백제인의 무덤?

고아동벽화고분은 완전히 도굴된 상태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출토유물도 별로 없었고, 무덤의 주인공을 알 수 있는 정보 또한 별로 없습니다. 1963년 서울대 고고인류학과, 1984년 계명대박물관의 조사에서 청동과 쇠못, 인골과 토기조각들이 출토되었을 뿐이지만, 고분의 하단을 두르는 호석 열과 봉토 사이에서 출토된 대가야 토기가 유일한 단서입니다. 이 토기가 다른 곳에서 흙을 퍼오는 데 섞여 들어간 것이 아니라면, 봉분 축조 과정에서 행해진 제사의 흔적으로 생각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대가야인들의 매장의례에 따라 묻힌 대가야 왕실의 인물을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가야 왕릉의 지산동고분군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독립 구릉에다, 안림천과 대가천이 만나 회천을 이루는 교통의 요지에 만들어져 있습니다. 가깝게 내려다보이는 회천의 고령평야도 해발 350m의 높은 지산동고분군에서 내려다보는 것과 매우 다릅니다. 더구나 여기에 서면 언제나 공주의 송산리고분군 같은 느낌이 듭니다. 군사동맹의 유지를 위해 파견되었던 백제인의 무덤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추가매장의 흔적은 분명하니까 단기간 출장인의 무덤으로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느 쪽이십니까?

어쨌든 대가야의 지배층이 백제파와 신라파로 갈려 심각한 내부 분열을 겪기 시작했다는 것은 멸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인제대 인문사회대학 학장·역사고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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