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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교수의 이야기 가야사 여행 <32> 대가야 왕릉-하

인골없는 순장곽은 묻힐 사람이 연줄 동원 살생부서 빠진 듯

내륙지역 왕릉서 생선뼈와 조개 유물 하동까지 세력 뻗쳐 해산물 구입 방증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7-09-06 19:56:53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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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고령 지산동 44호분에서 출토된 대구뼈.
대가야에도 연줄이(?)

고령 지산동 44호분의 주인공을 둘러싼 32기의 순장곽 중에는 인골은 물론 한 점의 유물도 나오지 않은 것이 5기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것을 빌 허(虛)자 허장(虛葬)이라 부릅니다. 계획도 하고 시설도 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사람도 부장품도 전혀 매장되지 않았던 무덤입니다. 반면에 이러한 허장은 가야시대에도 연줄(?)이 작용하고 있었다는 의외의 사실을 보여줍니다. 왕이 돌아가자 순장자 리스트가 작성되었고, 그에 따라 순장곽도 설치했지만, 순장되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었던 겁니다. 44호분의 왕을 계승한 새로운 왕과 가까운 사람들이 연줄을 대어 순장자 리스트, 즉 살생부(殺生賦)에서 빠졌던 결과였을 겁니다. 1500년 이전의 가야사회에도 국왕의 명령까지 바꿀 수 있었던 연줄이 통했던 모양입니다. 현대의 우리와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대가야 사회의 끈적거리는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한 것도 사실입니다.

대가야 왕의 음식

고령 지산동고분군에서는 여러 종류의 음식물들이 토기에 담겨진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닭과 꿩의 뼈가 나왔고, 누치·청어·대구와 같은 생선뼈와 고둥·소라·굴과 같은 조개들이 출토되었습니다. 이중에서도 청어와 대구 그리고 소라고둥과 같은 바다 생선과 조개의 존재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 생선뼈와 조개 모두는 주인공의 석실이 아닌 순장자의 석곽에서 출토되었기 때문에, 대가야 왕실의 '대장금'과 같은 직역의 분화를 추정할 수 있는 근거도 되지만, 바다의 생선과 조개라는 특징은 대가야의 영역적 팽창을 생각할 수 있는 중요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대가야의 고령은 바다가 없는 내륙입니다. 그런데도 대가야 왕의 무덤에서는 바다 생선과 조개가 나옵니다. 대가야에 예속되어 있던 남해안의 가야에서 공납과 같은 형태로 바쳐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출토되는 44호분과 45호분은 479년에 대가야 왕 하지(荷知)가 남해를 통해 양자강 하류의 중국과 외교할 때의 무덤입니다. 따라서 내륙 고령에 바다 생선과 조개가 들어 올 수 있는 길은 낙동강과 섬진강이 생각됩니다만, 이 시기의 낙동강은 부산 동래지역을 확보하고 있던 신라가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가야가 이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섬진강 하구의 하동과 같은 곳에서 남해로 나아갔을 것이고, 고령 지산동고분의 바다 생선과 조개도 여기에서 공급되었을 겁니다. 지산동고분에서 발견되었던 생선과 소라고둥은 5세기 중 후엽 경에 대가야가 하동을 포함하는 서부경남 일대를 장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웅변해 주고 있습니다. 생선과 조개로도 가야사는 복원될 수 있습니다.

대가야 왕릉전시관

이러한 지산동고분군의 내용과 대가야의 역사를 실감나게 살펴 볼 수 있는 곳이 대가야 왕릉전시관과 박물관입니다. 2000년 10월에 개관한 대가야왕릉전시관은 대규모의 순장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44호분을 발굴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한 곳입니다. 전시시설을 덮은 돔은 44호분의 봉토와 같은 모양과 규모로 만들어졌고, 최신의 전시방법과 내부시설은 최상급의 가야왕릉을 보여주기에 충분합니다. 전시관에서 박력을 느낄 수 있다면 좀 '오버'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일부러라도 고령까지 찾아가 살펴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가벼운 산책 삼아 지산동고분군을 돌아 내려오면 합천으로 통하는 국도 변의 전시관에 다다르게 됩니다. 중앙 석실에 누워있는 대가야 왕도 만나시고, 순장되었던 남녀 아이들은 누구였을까, 또 생사람의 순장자 들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도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아, 참! 44호분에서는 광조개로 만든 국자도 출토되었습니다. 야광조개는 일본 오키나와 남쪽의 심해에서만 채취되는 조개랍니다. 경북 내륙 깊숙이 들어앉은 대가야가 어떻게 일본열도는 물론 남방까지 교류를 가졌을 까도 상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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