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괘의 기호

복(復)은 형(亨)하니 출입에 무질(无疾)하여 붕래(朋來)라야 무구(无咎)리라. 반복기도(反復其道)하여 칠일(七日)에 래복(來復)하니 이유유왕(利有攸往)이니라(복은 형통하니 출입에 문제될 것이 없다. 벗이 와야 허물이 없을 것이다. 그 길로 되돌아옴을 이레만에 와서 회복하니 갈 곳이 있음이 이롭다).

(初九·초구) 불원복(不遠復)이라 무지회(无祗悔)니 원길(元吉)하니라(머지않아 돌아온다. 뉘우침에 이르지 않으니 크게 길할 것이다).

(六二·육이) 휴복(休復)이니 길(吉)하니라(아름답게 돌아오니 길하다).

(六三·육삼) 빈복(頻復)이니 려하나 무구(无咎)리라(자주 돌아오니 위태로우나 허물은 없을 것이다).

(六四·육사) 중행(中行)하되 독복(獨復)이로다(중도로 행하되 홀로 돌아온다).

(六五·육오) 돈복(敦復)이니 무회(无悔)하니라(두텁게 돌아오니 뉘우침이 없다).

(上六·상육) 미복(迷復)이라 흉(凶)하니 유재생(有災)하여 용행사(用行師)면 종유대패(終有大敗)하고 이기국(以其國)이면 군(君)이 흉(凶)하여 지우십년(至于十年)이 불극정(不克征)하리라(돌아올 길을 잃어 흉하다. 천재도 있도 인재도 있어서 군사를 움직이면 마침내 크게 패함이 있고, 그 나라에 쓰면 임금이 흉하여 십년이 되도록 갈 수가 없다).

복괘는 스물네번째 괘로서 위는 땅이고 아래는 우레이다(地雷復). 앞의 박괘(剝卦)를 뒤집은 모양으로서 그에 대한 반전을 말한다. 박괘는 양이 음에 밀려 하나 남은 상황이지만, 복괘는 다시 양이 회복하기 시작하여 장차 음을 밀어낼 형국이다. 복괘는 동지(冬至)에 대응된다. 자연에서는 일년 중 하지(夏至) 때 처음 음이 아래에서 생기기 시작하여 양을 밀어내 가을, 겨울이 되는데, 동지가 되면 다시 아래에서 음이 시작되어 봄, 여름을 준비한다.

복괘는 양기의 회복이다. 하나의 괘는 여섯 효로 이루어지므로 맨 아래에 음이 생기기 시작하여 일곱 번째 효만에 다시 양이 시작된다(七日來復). 복괘는 박괘에서 무너진 세계가 다시 회복됨이며, 군자가 다시 소인을 몰아냄이다. 이 괘는 한 우주가 다시 생겨남이요, 한 나라가 다시 시작됨이요, 한 사람이 개과천선함이요, 난세가 지나 다시 치세가 시작됨이다. 이제 다시 양이 시작되는 단계이므로 뜻을 같이 하는 이의 도움이 필요할 때다(朋來无咎).

초구는 아래에서 처음 양기가 회복되는 때이다. 만물은 극에 이르면 되돌아온다. 비록 악이 뒤끓는 세상이라 하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선으로 회복되며(不遠復), 세상은 음들을 몰아낼 새로운 희망을 싹틔운다. 육이는 하괘의 가운데에서 자신이 지킬 바를 알아서 장차 아래에서 양기가 올라옴이 대세임을 간파하고 그와 친하며 바른 도리로 아름답게 돌아간다(休復). 그런데 육삼이 되면 하괘 윗자리의 불안한 특성이 드러난다. 선을 회복했다가 다시 나태해짐을 반복하는 회복의 권태기다(頻復). 봄이 왔다가 꽃샘추위가 올 수도 있음이다. 즉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春來不似春) 때이다.

육사는 이 괘에서 아주 의미 있는 효이다. 장차 양기가 회복됨이 대세이나 세상은 아직 맨 아래 하나의 양기만 있다. 장차 군자가 주도할 세상이 올 것이나 아직 소인이 설치는 상황이다. 이 때 비록 음의 편에 속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홀로 중도를 행하여 의로운 행동을 하는 이가 있음(中行, 獨復)이 이 육사이다. 나찌의 잔학행위의 와중에 선을 행하는 쉰들러(Oscar Schindler)이다. 살벌한 독재의 시대에 홀로 의로운 판결을 하는 법관이다. 육오는 소인이 물러가기 시작하는 시대에 지도자의 위치에 있음이다. 적극적 선을 행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 상육은 양기의 회복 국면에서 가장 멀리 있다. 회복이 아직 난망한 상황이다(迷復). 소인인 구시대세력이 가장 횡행함이다. 군자가 나서서 활동하기 어렵다.

부산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