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영식교수의 이야기 가야사 여행 <23> 대성동고분군-하

가야의 여전사는 가공된 인물 아닐까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7-07-05 19:48:31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김해 대성동고분 57호 목곽묘에서 출토된 인골을 토대로 복원한 가야 여인.
▲역사스페셜의 위력

2005년 8월, 대성동고분군은 다시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끌게 됩니다. KBS HD역사스페셜 '가야에 여전사(女戰士)가 있었다'라는 역사다큐멘터리 덕분이었습니다. '아마조네스'라도 연상시킬 제목처럼 그 반응도 제법 선풍적이어서, 2007년 4월에는 비슷한 주제의 '거미'라는 역사소설도 출간되었고, 김해시 공무원의 필독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저도 본의 아니게 이 다큐에 얼굴을 내밀었기에 한 마디 해야겠습니다. 원래 기획 자문과 출연 인터뷰에 응할 때까지의 방송 주제는 '해상왕국, 가야'였습니다. 마침 '불멸의 이순신'이 안방극장을 독차지하고 있어, 남해안 최초의 해전이었던 '포상팔국의 난'과 고대 동아시아 해상무역의 주체를 재조명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취지로 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방영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발굴단인 경성대박물관의 인터뷰에서 같은 얘기가 나왔고, 급기야 방송 주제는 '가야의 여전사'로 변경되었습니다. 저는 분명히 해상왕국에 대한 인터뷰를 했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가야의 여전사'에 얘기를 보탠 꼴이 되었던 겁니다. 물론 학술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도 목적하지 않은 새 사실이 발견되면 주제를 바꾸기도 합니다만, 그에 따른 별도의 고민과 숙성 과정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방영이 임박한 시점에서 전혀 다른 주제로의 전환은 제대로 검증되지 못한 내용을 역사적 사실처럼 전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여전사'는 '신비의 가야'나 '수수께끼 왕국'과 비슷한 어감의 수식어로, 일반의 흥미를 끌기 좋을지는 몰라도,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보다 저급한 것으로 인식시키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역사스페셜의 위력은 실로 막강해 외부 강연을 나가면 아직도 '여전사'의 질문이 심심치 않고, 심지어는 우리 학생들까지도 사실 여부를 묻습니다.

▲57호분의 여성인골

물론 발굴조사보고서도 '여성 중무장의 가능성과 여전사의 존재도 상정할 수 있다'고 서술하였습니다. 그러나 여전사로 추정되는 대성동 57호분의 인골과 매장 상태를 보면 그렇게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57호분 주인공의 발치 쪽에는 20~30대의 여성 3명이 가로 방향으로 나란히 누워 있었습니다. 주인공을 따라 죽었던 순장자인데, 머리맡에서 5개의 철제 투구와 갑옷 조각, 안쪽 좌측에서 판갑조각이 각각 발견되어 추정은 시작되었고, 넓적다리뼈와 정강이뼈의 가자미근선에서 다리 근육의 발달이 확인됨으로써 여전사의 추정에 날개가 달렸습니다. 벽쪽의 A가 152.6㎝, 가운데의 B가 148.7㎝, 안쪽의 C가 147.7㎝의 신장으로 '얼마간의 노동'이 인정되기는 합니다만, 1~2회의 출산 흔적도 아울러 확인되고 있답니다. 57호분은 4세기 후반의 무덤이기 때문에, 400년 고구려 광개토대왕과의 전쟁에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인데도, 소설에서는 같은 전쟁에서의 활약을 얘기하는 모양입니다.

▲여전사 추정의 걸림돌

그러나 이들을 '가야의 여전사'로 추정하는 데 최대의 걸림돌은 투구와 갑옷은 있었지만 착용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일 겁니다. 순장자는 생전에 주인공을 모시던 모습으로 매장되는 것으로, 진시황릉의 병마용이 유명합니다. 비록 순장을 대신하는 도용(陶俑)이긴 하지만 갑옷을 차려 입고 무기를 든 군단들이 생전의 진시황을 모시던 모습으로 늘어서 있지 않습니까? 키가 큰 A는 투구 위에 머리를 놓아 목이 앞으로 꺾여 있었고, 가운데의 B는 머리맡에 세워있던 투구가 넘어져 머리를 덮쳤습니다. 더구나 투구는 5개인데, 순장 여성은 3인입니다. 도굴로 인골이 없어졌을 수도 있지만, 머리맡과 C좌측 유물의 남은 상태를 보면 일단 발치 쪽에 순장자가 더 있었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결국 투구와 갑옷은 주인공의 것이지, 순장 여성들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인골 분석에 따르면 다리 근육도 역사스페셜이나 소설의 '훨씬'이 아닌 '다소'의 발달이었고, 군사훈련이 아닌 '얼마간의 노동'과 1~2회의 출산을 경험했던 여성들이었습니다. 성장 과정에서는 영양 장애도 경험했던 이들은 여전사보다는 가락국 왕실에 봉사하면서 아이도 낳았던 첩과 같은 사람들은 아니었을까요?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박물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어떻게생각하십니까) “허위매물 내리라는 게 죄?”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 부동산 가격 폭등에 입주민 입건까지
  2. 2부산 코로나 30명대…목욕장·요양병원 등 집단감염 지속
  3. 3[영상뭐라노] 펄펄 끓는 바다…푸른바다거북 동해까지 북상
  4. 4장유계곡, 예술의 향기에 흠뻑 젖다
  5. 5선박 몰려드는 영도 물양장… 장기계류선에 일대 매연 심각
  6. 6임희정, BMW 레이디스 챔스 3R 단독 1위…고진영, 2위로 맹추격
  7. 7경남서 36명 확진 … 거제 기업체 감염 등
  8. 8부산 아파트 복도 유모차서 방화 추정 불…주민 20명 대피
  9. 9[날씨 칼럼] 감기·천식질환 지수 아시나요
  10. 10코로나 확진자 1500명대 초반…109일째 네 자릿수
  1. 1해수부 장관, 북항 트램 유권해석 사과
  2. 2여 “윤석열 대통령 돼도 탄핵사유” 야 “이재명 국감 위증 검찰 고발방침”
  3. 3이재명 경기도지사직 25일 사퇴 예정
  4. 4대장동 핑퐁게임…대선 대리전 된 국감
  5. 5이재명 조만간 지사직 사퇴…‘명낙’회동은 미정
  6. 6“스텔라데이지호 침몰…외교부, 수색·구호 등 작업 의지 없었다”
  7. 7부산 여당 시의원들 이재명 지지선언 불발…‘원팀’ 만만찮네
  8. 8윤석열 해명 과정서 또 전두환 두둔 논란
  9. 9TK 집결한 국힘 후보 4인방, 원팀으로 뭉쳐 이재명 때리기
  10. 10이재명 때리고 박정희 찬양하고…야당 후보 보수심장 TK 구애 작전
  1. 1서부산·원도심 용적률 10% 높인다
  2. 2한국형 첫 발사체 누리호, 고도 700㎞ 성공적 발사…더미위성은 궤도 못 올려
  3. 3쌍용차 품는 에디슨모터스 “전기차로 테슬라와 경쟁” 포부
  4. 4화물차 사고 전국 최다, 자갈치역 인근 등 부산 3곳
  5. 5부산항 기항 크루즈 내년 4월 재개
  6. 6해양물류 경쟁력 강화 교류의 장 ‘활짝’
  7. 7“공공기관 이전 효과 한계점 봉착”
  8. 8ETF 날개 단 비트코인, 반년 만에 사상 최고치
  9. 992년 소형위성 쏘아올렸던 한국, 30년 만에 이룬 ‘우주독립’
  10. 10호박유령·괴물이 점령한 매장…유통가 ‘반갑다, 핼러윈’
  1. 1(어떻게생각하십니까) “허위매물 내리라는 게 죄?”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 부동산 가격 폭등에 입주민 입건까지
  2. 2부산 코로나 30명대…목욕장·요양병원 등 집단감염 지속
  3. 3[영상뭐라노] 펄펄 끓는 바다…푸른바다거북 동해까지 북상
  4. 4장유계곡, 예술의 향기에 흠뻑 젖다
  5. 5선박 몰려드는 영도 물양장… 장기계류선에 일대 매연 심각
  6. 6경남서 36명 확진 … 거제 기업체 감염 등
  7. 7부산 아파트 복도 유모차서 방화 추정 불…주민 20명 대피
  8. 8[날씨 칼럼] 감기·천식질환 지수 아시나요
  9. 9코로나 확진자 1500명대 초반…109일째 네 자릿수
  10. 10국민 70% 백신 접종 완료 … 위드 코로나 발판 마련
  1. 1임희정, BMW 레이디스 챔스 3R 단독 1위…고진영, 2위로 맹추격
  2. 2안나린 임희정, BMW 레이디스 챔스 2R 공동 선두
  3. 3이다영, 그리스 무대 데뷔 합격점
  4. 4안나린, 8언더 굿샷…첫날 깜짝 단독 선두
  5. 5역시 해결사 호날두…2경기 연속 역전골
  6. 6한국, LPGA 신인왕 6시즌 연속 배출 실패
  7. 7한국 탁구 내년 1월, 프로리그 출범
  8. 8'고수를 찾아서 3' 태권도 이색 도구(TATOOL) 대결
  9. 9LPGA 한국 200승 역사 쓸까…기장서 별들의 샷
  10. 10황선홍호, U-23 아시안컵 예선 위해 출국
  • 맘 편한 부산
  • 2021조선해양국제컨퍼런스
  • 제10회 국제신문 골프대회
  • 제23회부산마라톤대회
  • 극지논술공모전
  • 조선해양사진 및 어린이 그림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