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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교수의 이야기 가야사 여행 <17> 가야의 부뚜막 귀신-하

백제·신라계 이주민에 밀려 일본의 신으로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7-05-17 20:12:59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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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해협을 건넌 부뚜막

가야의 부뚜막 귀신은 대한해협을 건넜습니다. 가야의 부뚜막은 큐슈북부를 거쳐 일본열도 안 쪽 깊숙한 곳까지 전파되었습니다. 오사카(大阪) 남부 카와치(河內)의 이치스카고분군(一須賀古墳群)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부뚜막형 토기가 부장되어 있습니다. 저 세상에 가서도 굶지 말라는 뜻이겠지요. 그러나 카와치는 일본열도로 이주했던 가야인의 삶의 터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카와치 지역의 중심에는 카라쿠니노무라지(韓國連)를 주신으로 모시는 카라쿠니신사(韓國神社)가 있습니다. 카라쿠니(辛國)으로도 쓰는 카라쿠니(韓國)는 카라국(加羅國), 즉 가야국(加耶國) 입니다. 결국 카와치의 이치스카고분군은 가야계 이주민들의 무덤 떼입니다. 이러한 무덤에서 출토되고 있는 부뚜막형 토기는 가야의 이동식 부뚜막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고대 일본의 중심지였던 오사카, 나라, 쿄토 동쪽의 오오츠(大津) 등에서는 아주 많은 부뚜막형 토기가 출토되고 있습니다만, 오히려 우리나라에서의 출토 예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국내 부뚜막형 토기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철제부뚜막과 고분벽화에 보이는 부뚜막은 고구려의 것으로 유명하고, 경주의 안압지와 포항 안강의 냉수리고분에서 출토된 부뚜막형 토기는 신라의 것입니다. 다만, 현재 국립김해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부뚜막형 토기는 김해와 같은 가야지역에서 출토된 것이라 전해지고 있습니다. '부뚜막+솥+시루+뚜껑'으로 구성된 완전한 조합입니다. 무엇보다도 최근에 김해 봉황대유적의 발굴조사에서 이들의 선조 벌이 되는 이동식 부뚜막이 출토되었습니다.

일본의 부뚜막신사

더구나 동해에 인접해 독도 영유를 주장하고 있는 시마네현(島根縣)의 히라타시(平田市)에 있는 카라카마신사(韓竈神社)는 너무나 유명합니다. 카라(韓)는 가라=가야이고, 카마(竈)는 부뚜막으로, 가야의 부뚜막신이란 뜻입니다. 지금도 이 신사에서 철제 솥을 걸친 부뚜막을 주신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또 카라카마신사 옆으로는 카라카와(唐川, 韓川)가 흐르고, 대한해협으로 나가는 강 하구는 카마우라(釜浦)로 불리고 있습니다. 즉, 가마솥과 부뚜막신앙을 가지고 대
김해서 출토된 부뚜막형 토기(위)와 일본 부뚜막형 토기.
한해협을 건넌 가야인이 처음 상륙했던 곳이 카마우라(釜浦), 즉 가마솥 포구였고, 내륙으로 들어가면서 이용했던 하천이 카라카와(韓川), 즉 가야천이었으며, 가야의 부뚜막신을 모신 곳이 카라카마신사(韓竈神社)였다는 얘기가 됩니다. 카라카마신사에서 서쪽으로 하마야마(彌山, 495m)를 넘으면, 거기가 바로 이즈모대사(出雲大社)입니다. 일본에서 11월은 '신(神)이 없는 달'이라 합니다. 일본 전국의 신들이 한 해의 결산을 위해 이즈모대사로 모이기 때문이랍니다. 지금도 이즈모지역은 일본 신들의 고향입니다. 또한 이즈모국(出雲國)은 야마토(大和, 나라)·키비(吉備, 오카야마)와 함께 일본고대사의 1/3을 차지하던 곳이었습니다. 이즈모시(出雲市)에 있었다는 가야신사(加夜神社)는 지금의 가야당(加夜堂)입니다. 가야인들이 이주하고 생활했던 터전이었음을 아울러 기억해 두었으면 합니다.

일본에서 신이 된 가야인들

일본신사의 부뚜막 복원 모습.
가야인들은 부뚜막신앙을 가지고 일본열도의 곳곳에 이주하였고, 거기에서도 자신들의 신앙생활을 통해 가야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한반도에서 가야는 신라에 통합되었고, 일본열도에서도 관료로 출세했던 백제계 이주민이나, 경제적으로 성장했던 신라계 이주민에게 밀렸습니다. 그러나 가야인 들은 일본열도에서 신(神)이 되었습니다. 일본 천황가의 고향이자 일본인들의 정신적 지주인 이세신궁(伊勢神宮)의 중심부 깊은 곳에는 카라카미(韓神)가 소중하게 모셔지고 있습니다. 카라카미란 '가라=가야'의 신입니다. 아마도 현세에 이기지 못했던 가야인들이 내세에서 신이 되어 섬겨지게 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생각이 가야사를 전공하고, 언제나 가야 편만 드는 저 자신의 위안과 혼자만의 상상은 아닐 것으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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