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영식교수의 이야기 가야사 여행 <12> 수로왕비릉을 찾아서 ③

허왕후릉 보주태후 비문은 후대 사람들이 붙인 시호인 듯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7-04-12 20:15:28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보주댁이라고요?

현재 허왕후릉 앞에는 '가락국수로왕비(駕洛國首露王妃) 보주태후허씨릉(普州太后許氏陵)'이라 쓰인 비석(사진)이 서 있습니다. 이 비석은 조선 인조 25년(1641)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로왕릉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보주태후'란 네 글자의 의미에 대해 처음으로 눈여겨보았던 분이 국립전통문화학교 총장이셨던 김병모 교수님이었습니다. 우리는 이제까지 보주태후(普州太后)는 허왕후가 돌아가신 뒤에 지어 올렸던 일반적인 시호로 보아왔습니다. 서기 189년에 허왕후가 돌아가시자 가락국 사람들은 땅이 꺼진 것 같이 슬퍼했고, 자애로웠던 허왕후를 높여 기리는 말로 '큰 세상의 태후'라는 시호를 올렸던 것으로 이해해 왔습니다. 그러나 김병모 교수님은 '보주'가 허왕후의 출신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중국 사천성 안악현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하였습니다. 인도의 아요디아에서 출발했던 허왕후 일족이 중국 남부 사천성 안악현에 정착하였다가, 기원후 47년의 난리를 피해 김해로 이주해 왔던 것을 보여 준다는 겁니다.


#큰 세상의 태후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김해에서 조사되고 있는 고고학 자료와 김해 허씨의 체질적 특징을 가야시대의 인골과 비교해 볼 때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은 이미 앞에서 했습니다. 이번에는 보다 구체적인 몇 가지의 반증을 들어 보려고 합니다. 첫째, 보주는 북주(551~581년)가 설치하고, 송(960~1279년)이 폐지했던 행정구역의 이름으로, 허왕후(48~189년)의 시대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둘째, '후한서'가 전하는 서기 47년의 난리는 남군(南郡)의 오랑캐가 반란을 일으켜 무위장군 유상이 진압하고 그 무리를 강하(江夏)에 강제로 이주시켰던 사건이었습니다. 여기에서 허 씨 성의 집단은 보이지 않으며, 강하는 현재 호북성의 수도 무한(武漢)입니다. 사천성 안악현과는 목포에서 신의주까지 보다도 먼 거리입니다. 셋째, 허왕후능비에 '보주태후'라는 명문이 쓰인 것은 조선시대 인조 25년(1641)의 일이었습니다. 후대 사람들이 지어 올렸던 '큰 세상의 태후'라는 일반적 칭송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파사석탑

허왕후릉 아래 파사각 안에는 붉은 보랏빛을 띠는 파사석탑(婆娑石塔·사진)이 있습니다. 파사석탑은 허왕후가 가락국에 올 때 거친 바람과 파도를 가라앉히기 위해 배에 싣고 왔다 하여, 진풍탑(鎭風塔)으로도 불립니다. 이 탑은 원래 호계천 가의 호계사 터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던 것을 허왕후릉에 옮겨 쌓은 것이라 합니다. 호계천은 복개되어 지금의 호계로가 되었습니다. 실은 '삼국유사'를 지은 고려시대의 일연스님도 이 탑을 보시고 계십니다. 일연스님은 이 탑 돌의 재질이 우리나라에 잘 나지 않는 파사석이라는 것도 지적하셨고, '본초강목'에 있는 이 돌의 특성에 대해서도 기록하셨습니다. 닭 벼슬의 피를 떨구면 응고되지 않으며, 불에 태우면 유황냄새가 난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김해시내 금강병원장으로 계시던 허명철 박사께서 돌가루를 내어 실험해 보았더니 실제로 그러하였답니다. 물론 이런 실험이 곧 허왕후가 이 파사석탑을 싣고 왔음을 증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초강목'이 기술하는 파사석의 특징을 확인한 것에 불과합니다. 현재의 문자기록과 고고자료에 의하는 한 파사석탑을 허왕후의 도래에 직접 연결시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남쪽 바닷길을 통해 가야지역에 전해지던 선진문물의 한 갈래에 대한 전승으로 해석해 보는 것이 좋을 겁니다.


#잘린 거북이 목

끝으로 여담 한 가지. 지금의 허왕후릉과 구지봉은 돌 구름다리에 흙을 덮어 연결되어 있지만, 전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사람들이 부산~마산 사이의 국도를 개설하면서 잘라 놓았던 지맥을 새로 이어 놓은 것이랍니다. '삼국유사'는 허왕후릉에서 서쪽으로 뻗어나간 구지봉에 대해 거북이가 엎드려 앞으로 고개를 내민 형상이라 했습니다. 바로 여기가 거북이의 목에 해당하는 겁니다. 그래서 김해의 어르신들은 "일본 놈들이 거북이 목을 잘랐기 때문에 김해에서 더 이상 큰 인물이 나지 않게 되었다"고 탄식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구름다리를 만들고 그 위에 흙을 덮어 지맥을 연결했더니 김해에서도 인물이 나게 되었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한림면 출신의 박찬종 씨가 그 분이라 하더니, 김대중 대통령, 김종필 국무총리, 김중권 비서실장을 들기도 하고, 요즈음은 진영 출신의 노무현 대통령을 얘기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이런 것을 믿으시는 편입니까? '믿거나 말거나'의 한 토막이었습니다.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박물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2. 2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3. 3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4. 4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5. 5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6. 6‘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7. 7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8. 8“한국 핵 잠수함·전작권 전환, 美 민주 승리로 제약 커질 듯”
  9. 9부산으로 이주하고, 먼 여행 떠나고…두 여자 그림이 달라졌다
  10. 10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3. 3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4. 4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5. 5'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6. 6[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7. 7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8. 8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9. 9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10. 10양당 모두 400억 토해낼 위기..선거법 개정 화두로
  1. 1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2. 2‘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3. 3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4. 4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5. 5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6. 6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7. 7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8. 8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9. 9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10. 10부산 ‘에이지테크’ 해외 노크…日 시니어 시장 진출 길 열어
  1. 1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2. 2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3. 3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6일
  8. 8문 전 대통령 거제생가 복원, 진통 끝 시의회 통과
  9. 9김해·전주시장 “특례시 기준 낮춰달라”
  10. 10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3. 3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