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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교수의 이야기 가야사 여행 <11> 수로왕비릉을 찾아서 ②

왕비족의 리더 허왕후, 아들에게 허씨 代 잇게 해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7-04-05 20:07:56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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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궁터로도 전해지는 김해시 동상동에 세워진 가야왕궁 추정 비석.


오늘도 우리는 김해시내 북쪽의 수로왕비릉 앞에 서서 수로왕과 허왕후의 혼인이야기를 통해 가락국 왕비족의 리더였던 허왕후의 위상에 대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건국신화의 혼인담

우리 건국신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혼인이야기는 출신과 성격이 다른 집단 간의 통합이란 역사적 사실이 신화의 형식과 구성을 빌려 기록된 결과입니다. 곰이 여자로 변했음은 믿지 않지만 신석기문화의 웅녀족과 청동기문화의 환웅족의 통합으로 단군조선이 되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문화 단계와 성격이 다른 두 집단의 역사적 통합이 건국신화에서는 환웅과 웅녀의 혼인이야기로 기록되었던 겁니다. 결국 허왕후릉이 수로왕릉과 떨어져 있게 된 이유는 원래 독자적인 출신과 조상에 대한 제사를 가지고 있었던 왕비족으로서, 수로왕 집단과는 일단 구별되는 정치집단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같은 김해시내라도 허왕후 집단은 왕비족으로서 다른 지역적 기반을 가지고 있었고, 허왕후는 수로왕과는 다른 허왕후 집단, 즉 왕비족의 리더로서 자신의 영역에 묻혔던 겁니다.

허왕후의 왕궁?

실제로 김해시내 북쪽의 허왕후릉 아래 동상동사무소 앞에는 허왕후의 중궁(中宮)이 있었다는 전승이 지금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수로왕궁이 있었던 김해시내 남쪽의 봉황대와는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으로 수로왕집단과 구별되는 지역기반을 가지고 있었던 사실을 반영하는 전승의 하나로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별개의 독립적 지역기반을 보유하고 있던 왕비족의 수장이 허왕후였던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는 가끔 "허왕후는 남자였을 수도 있다"라는 농담을 합니다. 김해지역에서나 김해 허씨 분들은 "이 무슨 망발이냐? 미친 놈 아니냐?"라 하시겠지만, 우리의 건국신화에 공통적으로 보이는 혼인이야기에 대한 역사적 해석을 통해, 성격이 다른 두 집단의 통합이 가락국의 성립이라는 역사로 복원될 수 있었고, 현재 허왕후릉이 수로왕릉과 떨어져 있는 의미에 대해 좀 더 깊이, 좀 더 사실적으로 추론해 본다면 그렇다는 겁니다. 그저 근거 없는 농담만은 아닐 겁니다. 두 집단의 통합에서 통합의 주체는 신랑으로, 통합의 대상은 신부로 표현되었던 것이 우리 고대의 건국신화였습니다.

허씨라는 성

김해 김씨와 허씨가 결혼하지 못한다는 전승과 전통도 이러한 해석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수로왕은 열 명의 아들 중에서 두 명에게 허왕후의 성을 허락하여 허씨 성의 맥을 잇게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는 같은 형제에서 나온 후예들인 까닭에 지금도 결혼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조차 자식 중 하나에게라도 부인의 성을 따르게 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두 명의 아들에게 허씨의 성을 잇게 하였다는 것은 가락국에서 허왕후 집단의 위상을 짐작케 해 주는 것으로 생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허왕후릉

'삼국유사' 가락국기는 서기 189년에 허왕후가 돌아가시자 구지봉 동북쪽의 언덕에 장사 지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장사를 지냈다고 하는 것이 왕비의 능(陵)을 만들었음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장례를 치르기 위한 빈궁(殯宮)을 세웠다는 뜻인지 정확치는 않습니다. 그러나 매장에 관련된 다른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왕비의 능을 여기에 썼다는 것으로 해석해 좋을 것입니다. 허왕후릉은 그 외형과 규모로 보아 인접해 있는 구산동고분군에 속하는 고분의 하나로 봄이 옳을 겁니다. 구산동고분군은 이미 발굴조사를 통해 6세기 중엽에 축조되었던 돌방무덤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따라서 수로왕릉과 같이 신라의 문무왕에 의한 개축으로 생각해 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고려 중기에 편찬된 '가락국기'에 의해 후대에 허왕후릉이라 붙여졌을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이럴 경우에는 지난주에 힘들여 머리를 쥐어짰던 수로왕릉과의 거리에 대한 해석도 다시 검토해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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