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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교수의 이야기 가야사 여행 <10> 수로왕비릉을 찾아서 ①

왕과 왕비는 부부인 동시에 별개의 정치집단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7-03-29 20:16:14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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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시 구산동에 있는 사적 제74호 수로왕비릉. 허황후릉으로도 통한다.


오늘부터는 김해 시내 북쪽의 구지봉에서 동쪽으로 연결된 낮은 언덕의 수로왕비릉을 답사하면서 세 차례 정도에 걸쳐 수로왕비 허왕후의 신비와 역사적 의미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합니다.

황당했던 질문

저는 지금 활자를 통해 여러분의 가야사 여행을 안내하고 있습니다만, 김해를 찾는 답사모임의 현지안내를 맡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어떤 해는 무려 20여 회나 답사안내를 한 적도 있고, 그러다 보니 가까운 동료 교수들은 "또 관광가이드 나갑니까"하며 싱겁게 되묻곤 합니다.

약 7년 전쯤이라 생각됩니다. 어느 답사모임을 이끌고 김해 시내를 누비고(?) 있을 때였습니다. 허왕후릉 앞에 50여 명쯤 되는 답사객을 모아 놓고 '인도공주' 시비로 침을 튀기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때였습니다. 어떤 아줌마 답사객이 손을 번쩍 치켜들었습니다. "수로왕과 허왕후는 부부였다면서요? 그런데 왜 함께 묻히질 못하고 이렇게 떨어져 있는 겁니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아주 평범한 질문이었지만, 순간 저는 아찔해졌습니다. "생전에 부부 사이가 별로 좋지 못했던가요? 아니? 수로왕과 허왕후는 아들 열에 딸을 둘이나 두었다고 하니, 금실이 나빴을 리는 없었을 텐데…"라는 농담으로 그 순간을 모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부부합장은 없었다

가야시대에 지금과 같은 부부합장의 풍습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가야고분의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서로 다른 때 죽는 부부를 같은 무덤에 묻을 수는 없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가야의 전형적인 무덤은 나무나 돌로 네 벽을 먼저 만들고, 주검을 수습한 목관이나 시신을 위에서 내려, 방의 중심에 안치한 다음, 돌이나 판자로 뚜껑을 덮고, 봉토를 쌓아 올리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가야의 매장법에 대한 이해가 수로왕과 허왕후의 능이 서로 떨어져 있는 것에 대한 완전한 설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1회 한정의 매장이란 점에서는 신라도 비슷한 형식을 택하고 있지만, 경주에서는 황남대총과 같이 같은 방은 아니더라도 부부의 무덤을 붙여 만들고, 두 무덤을 하나의 봉토로 연결한 것이 확인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직도 아줌마 답사객의 의문이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왕비족

그런데 허왕후가 가락국에 혼자 시집왔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따르면, 허왕후는 신하인 신보와 조광, 그들의 아내인 모정과 모량에 노비를 합해 20여 명 정도의 일행과 함께 가락국에 들어왔습니다. 이들에 대해 많은 기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신보와 조광의 부부가 딸만 하나씩 낳았다는 기술, 그 딸들이 제2대 거등왕과 제3대 마품왕의 왕비가 되었다는 기술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거등왕은 신보의 딸 모정을, 마품왕은 조광의 손녀 호구를 각각 왕비로 맞아들였습니다. 따라서 허왕후와 그 일행은 대를 이어 가며 가락국에서 왕비를 내었던 집단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수로왕과 혼인했던 허왕후가 국모로서 지배층의 일부를 구성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함께 왔던 일행의 자손들 역시 대대로 왕비로 간택됐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허왕후로 대표되던 집단이 가락국에서 왕비족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국모+왕비족 수장

건국 초기에 고구려의 지배층을 구성했던 5부 중에서 대대로 왕을 내던 계루부와 왕비를 내던 절노부로 나뉘어 있던 것과 좋은 비교가 될 겁니다. 더구나 건국 후 일정 시기까지도 대대로 왕비를 내었던 절노부는 계루부와는 다른 독자적인 종묘와 사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계루부와 절노부는 왕과 왕비의 부부관계이기도 하였지만, 집단적으로는 출신과 제사에서 독립성을 가진 별개의 정치집단이었던 겁니다. 가락국에서 허왕후 집단의 위상도 고구려의 왕비족이었던 절노부와 같은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허왕후 자신은 수로왕의 왕비이기도 했지만, 수로왕집단과는 구별되는 출신과 독자적인 제사를 가지고 있었던 왕비족, 즉 독립성이 강한 별개 정치세력의 수장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왕릉과 왕비릉이 서로 떨어져 있는 배경에 대해 조금은 이해가 가십니까?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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