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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교수의 이야기 가야사 여행 <2> 가야사의 시간과 무대

12개독립국 부산경남넘어 경북,전북까지세력 뻗쳐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7-02-01 20:17:51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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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시대의 기마인물형토기(국보 제275호)
#가야사의 의미

가야의 역사는 2,000년 전 남쪽 해안지역에서 시작되었고, 1,400년 전 북쪽 내륙지역에서 마감되었습니다. 흔히 6가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삼국유사'를 저술한 고려시대 일연스님의 생각일 뿐입니다. '삼국지' '삼국사기' '일본서기' 등의 문자 기록과 가야의 고고학 자료를 보면, 12개국 정도가 각각의 역사를 가졌음을 알게 됩니다. 가야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과 무려 600년 동안이나 어깨를 나란히 했던 독립국들이었습니다. 가야가 망하는 것은 백제와 고구려가 신라에 통합되기 100년 전이었습니다. 100년 먼저 망한 것과 600년 동안 역사를 함께 했던 것 중 어느 쪽에 의미를 두어야 하는 지는 분명할 겁니다.

이런 간단한 산술 계산의 의미조차 존중되지 못했기 때문에 가야사는 홀대되어 왔습니다. 삼국시대라는 말이 그 대표입니다. 우리 고대사가 삼국만의 역사로 생각되어왔던 까닭에 가야사는 탈락되었습니다. 가야사의 탈락은 우리 고대사의 이 빠진 복원을 뜻하고, 600년 동안이나 가야인으로 살았던 고대 부산·경남인의 역사는 무시되었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가야사의 의미를 새롭게 보아야 할 때가 왔습니다.

#가야사의 시간과 무대

보통 가야사는 서기 400년 고구려 광개토왕 5만군의 가야 공략 사건을 전환점으로 전기와 후기로 나눕니다. 전기가야에는 김해의 가락국, 후기가야에는 고령의 대가야, 아라국은 전·후기 모두에 큰 세력이었습니다. 전기에는 남해안의 동래 김해 창원 마산 함안 고성 사천 진주 등이 바다로 전해지던 선진 문물을 바탕으로 번성하였고, 후기에는 고령 합천 창녕 함안 의령 산청 거창 함양 등 서부 경남을 중심으로 가야문화의 꽃이 피었습니다.

'삼국유사'는 가야사의 무대를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에서 남해까지, 낙동강 서쪽에서 지리산까지로 기록했습니다만, 낙동강 동쪽의 부산 양산 창녕, 그리고 지리산 서쪽의 진안 장수 임실 남원 등에서도 가야의 유적과 유물이 확인됩니다. 경남과 부산을 중심으로, 경북과 전북의 약간이 가야사 전개되던 무대였습니다.

'삼국유사' 5가야조
#가야라는 이름

가끔씩 지역에서 가야사를 연구하신다는 분들조차도 가야의 이름이 너무나 많은데, 어느 것이 옳고, 또 무슨 뜻이냐고 묻습니다. 모두 옳습니다. 가야국 모두를 아울러 가리키거나, 각국의 이름이 따로 전하기 때문입니다. 통일왕국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12개국 명이 있었고, 자신들의 기록을 남기지 못했으니 삼국과 왜의 제3자가 부르던 이름에 신라~고려~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부쳐진 이름들이 있습니다.

가야는 가라(加羅)에서 온 말입니다. 가라는 옛말에서 산과 들 자락의 마을을 뜻했습니다. 마을이란 일반명사가 특정국의 고유명사로 정착하게 된 겁니다. 김해의 가락국은 '가라의 나라'입니다. 나라의 말씀이 나랏 말으로 표기되던 원리입니다. 가야의 한자는 加耶(신라)→伽耶(고려)→伽倻(조선)와 같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 인(人)변 하나씩이 더해졌습니다. 합천의 가야산이나 함안의 가야읍을 伽倻로 쓰는 것은 가장 늦게 사용되던 조선시대의 표기가 남은 때문입니다.

가야의 한자는 뜻은 없고 소리만 있는 말입니다. 따라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간단한 加耶의 표기가 좋을 겁니다. '삼국지'는 12개의 가야국을 전하고 있습니다만, 우리가 잘 아는 금관가야(김해) 대가야(고령) 아라가야(함안)와 같은 이름은 없습니다. ○○가야는 신라와 고려시대에 부쳐진 것들로 정작 가야인은 몰랐던 이름입니다. 가야 각국을 부를 때는 가락국(김해) 가라국(고령) 아라국(함안) 등과 같이 쓰는 것이 옳겠습니다.

임나(任那)는 '일본서기'가 고대 일본의 가야 지배를 꾸미기 위해 썼던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고구려의 '광개토왕릉비', 신라의 '진경대사탑비'(창원)에도 쓰여 있습니다. 임나는 가야 여러 나라들이 김해와 고령을 높여 '님(主)의 나라'로 부르던 것에서 비롯된 가야의 대명사입니다. 지금 대가야(大加耶)는 경북 고령으로 통하지만, 원래 가야사에는 2개의 대가야가 있었습니다. 1~4세기에는 김해가 큰 가야였고, 5~6세기에는 고령이 큰 가야였습니다. 나중의 큰 가야가 고령이었기 때문에 지금 그렇게 부르고 있을 뿐입니다.

원래 입문이란 게 꼭 필요는 하지만 별로 재미는 없습니다. 다음부터는 가야의 유적을 찾아 거기에 얽힌 가야인들의 이야기 여행을 떠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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