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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세상이야기-그 곳에도 삶이 있다 <8> 바다로 돌아간 동물

육지 버린 네 발 동물들 `십리도 못 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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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 위해 육지 떠난 해양포유류 140종, 해양파충류 60종
- 젖 먹여 새끼 기르고 땅에서 알 부화하는 등 육지 습성 그대로 남아
- 일부는 폐 호흡 위해 주기적인 수면 부상해야
- 추위·포획·천적에 의한 생존 위협 속 적응 혹은 멸종 위기 갈려

35억 년 전 지구 바다에 박테리아에 가까운 원초 생물이 출현했다.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다. 이후 약 5억 년 전 최초의 척추동물인 어류가 바다에 나타나고 이들 어류 중 일부 종은 육상으로 이주를 시작해 양서류와 파충류로 진화했다. 이때부터 6500만 년 전까지 지구 생명체의 지배 종은 공룡으로 대표되는 파충류였다. 하지만 빙하시대와 같은 지구환경의 대규모 변화는 공룡의 멸종을 불러왔다. 그 같은 변화를 겪으며 파충류와 파충류 다음으로 출현한 포유류 중 몇몇 종이 생존을 위해 생명체의 근원인 바다로 돌아갔다.

■고래가 최초…기각류는 땅에서도 생활

물 속을 유영한 뒤 육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크랩이터해표.
땅에서 살다 바다로 삶의 터전을 옮긴 종은 포유류 140종, 파충류 60종에 이른다. 이들 중 가장 먼저 바다로 돌아간 종은 포유류인 고래로 6000만 년 전의 일이었다. 고래는 바다라는 환경에 훌륭하게 적응해갔다. 바닷 속 깊은 곳에 머물다 수면으로 빠르게 올라와 숨을 쉴 수 있도록 꼬리지느러미가 수평으로 달려 있고, 공기와 쉽게 접촉할 수 있게 코는 눈 윗부분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완전하게 적응한 것은 아니다. 육상 포유류와 한가지로 젖을 먹여 새끼를 키우고, 코로 숨을 쉬어 폐를 통해 산소를 걸러내며, 자궁 내에서 태아가 자라고, 배꼽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는 아직 땅 위에서 살던 흔적들이 남아 있는 것이다. 전 세계 100여 종이 있는 고래는 먹이를 먹는 방식에 따라 이빨고래와 수염고래로 나뉜다. 이빨고래는 이빨로 먹이를 잡아 통째로 삼킨다. 큰 오징어를 주요 먹이로 하는 향유고래, 정어리 사냥에 나서는 돌고래, 다른 고래나 해양포유류 등을 잡아먹는 범고래 등이 대표적이다. 수염고래는 거의가 대형 종이다. 이들은 이빨이 없기 때문에 주변의 물을 쭉 빨아들인 다음 물과 함께 딸려온 작은 고기나 새우 등을 입천장에 붙은 가늘고 뻣뻣한 수염같이 생긴 조직을 이용해 걸러 먹는다.

남극 사우스새틀랜드 군도 킹조지 섬에서 만난 코끼리해표.
고래에 이어 바다로 돌아간 포유류는 18종의 해표류와 14종의 물개류, 1종의 바다코끼리를 포함하는 기각류들이다. 기각류는 땅에서 살 때 사용하던 다리가 물속에서 활동하기에 편리하도록 지느러미로 변화했다. 기각류의 주 활동무대는 바다이지만 고래와 달리 땅 위를 돌아다닐 수도 있다. 교미를 하고 새끼를 낳고 범고래나 상어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서도 땅 위로 올라온다.

기각류는 거의 대부분이 한랭한 바다에서 산다. 바다코끼리의 주 활동 공간이 북극바다라면 해표와 물개류는 남극 바다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남극 바다 중 우리나라 세종과학기지가 있는 사우스섀틀랜드 군도 킹조지섬 일대는 해표들의 주 서식지로 유명하다. 기각류의 경우 동물성 기름, 가죽, 고기 등을 얻기 위해 사람들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살육당해 왔다. 이 중 코끼리해표의 경우 19세기 중반 상업용으로 석유가 개발되기 전까지 동물성 기름을 구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집중적으로 사냥되었다. 3t에 이르는 수컷 코끼리해표 한 마리를 잡으면 700~800㎏의 기름을 얻을 수 있는데 움직임이 느리고 한곳에서 무리를 이루며 살다보니 이들만큼 만만한 사냥감도 없는 셈이었다.

물 위로 빠르게 올라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수평의 고래 꼬리지느러미.
기각류 중 물개에 대한 무차별 포획은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 독도에서 행해졌다. 우리나라 동해, 특히 독도는 러시아 연해주와 알래스카에서 남하한 물개들이 겨울을 나는 곳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을사늑약이 체결된 1905년 독도에서 물개의 독점 포획권을 가지게 된 일본 수산업자들은 6년 동안에만 1만4000마리의 물개를 죽이고 가죽을 벗겨냈다. 이후 일본인들은 22년 동안 독도에서 물개 어업권을 행사하며 우리나라로 회유하는 물개의 씨를 말려버렸고, 더 이상 물개들은 동해를 찾지 않게 되었다.

■스스로 체득한 파충류의 적응법

범고래가 수면을 박차고 뛰어 오르고 있다.
해양포유류 외에 바다로 돌아간 동물로는 바다거북, 바다뱀, 바다이구아나로 대표되는 해양파충류들이다. 항온 동물인 포유류의 경우 몸에서 열을 발산하거나 피부에 있는 털이나 두꺼운 지방층 등으로 온도가 낮은 곳에서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지만, 파충류는 주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므로 따뜻한 열대와 아열대 바다에서만 살아간다. 바다로 돌아간 해양파충류 또한 해양포유류와 마찬가지로 허파 호흡을 해야 하므로 숨을 쉬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수면으로 떠올라야 한다.

바다거북은 5000만 년 전 일부 종이 바다로 돌아간 후 여덟 종 정도로 진화했다. 이들은 바다에서 살아가긴 하지만 땅에서 살던 때의 습성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땅에서 부화해야 하고 허파 호흡을 위해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숨을 쉬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종은 바다라는 환경에 적응이 빨라 허파 호흡 외에도 물에서 산소를 걸러낼 수도 있다. 이들은 입 뒤쪽 목구멍에 혈관이 특히 많이 모여 있어 입속으로 물이 들락날락할 때 물에 녹아 있는 산소를 핏줄 속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흡수되는 산소는 거북이 바닷속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도록 해준다.

물 속에서 유영하고 있는 바다거북.
수백만 년 전 바다로 돌아간 바다뱀은 바다라는 환경에 적응하는 동안 콧구멍은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밸브 형태로, 꼬리 부분은 노와 같이 납작한 모양으로 변해 수영을 잘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느러미를 갖춘 물고기보다는 유영 속도가 느린 편이다. 필리핀 바다를 찾았을 때 별 힘 들이지 않고도 바다뱀을 따라잡을 수 있었는데 한참을 따라가다 보니 숨이 가빠진 바다뱀이 허파 호흡을 위해 수면으로 상승을 시작했다. 바다뱀은 일정한 시간을 두고 수면으로 머리를 주기적으로 내밀어 허파 가득 공기를 들이마셔야 한다. 이때가 바다뱀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이기도 하다. 수면을 선회하는 독수리나 바닷새가 있다면 이들의 예리한 눈과 발톱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다뱀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아열대 지역에 살던 뱀이 바다로 내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인지 바다뱀은 태평양과 인도양에서만 발견되며 대서양 등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는 온도가 낮은 곳에서는 살 수 없는 파충류의 변온동물적 특성 때문이다. 태평양에서 대서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을 돌아야 하는데, 희망봉까지 가는 도중 만나게 되는 낮은 수온은 변온동물인 바다뱀이 생존할 수 없는 조건이다.

북극 스피츠베르겐 섬 해변에서 휴식 중인 바다코끼리.
바다뱀 중 독을 가진 종을 바다독사라 하며, 독을 가지지 않은 일반 바다뱀은 진성바다뱀이라 부른다. 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들이 바다라는 환경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바다독사와 진성바다뱀의 차이는 바다독사가 육지를 기어 다닐 수 있고 해변에 알을 낳으며 허파 호흡을 위해 한두 시간에 한 번씩 수면 부상을 해야 하는 등 땅 위에서 살던 때의 습성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진성바다뱀은 물속에서 새끼를 낳을 뿐 아니라 피부 호흡을 하는 능력이 발달하여 구태여 수면으로 부상할 필요가 없는 등 물속 생활에 적응했다는 점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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