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한 국토 중심인 백화산 자락
- 석천 따라 상주서 황간 가는 길
- 고려 대몽항쟁 승리 역사 간직
- 백옥정·난가벽 등 비경 즐비한
- 물길과 나란히 가는 6.6㎞ 코스
- 대체로 넓고 부드러워 걷기 편안
- 신라석탑 유명한 반야사도 볼 만
경북 상주시와 충북 영동군에 걸친 백화산(933.8m)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기념할 만한 곳이다. 고려 때 몽골의 침공으로 전 국토가 큰 피해를 보았다. 승전의 소식도 들렸지만 대부분은 패배의 아픈 소식이었다. 남한 땅의 중심에 자리 잡은 백화산은 드물게 몽골에 승전한 소식을 전한 곳이다. 백화산 동쪽 골짜기인 저승골에서 고려의 승병들이 몽골군에 대승을 거두었다. 저승골의 물이 흘러드는 곳이 금강 지류인 초강천에 합류하는 석천이다. 구수천으로도 부르는 석천을 따라 백화산과 헌수봉 사이를 걸어 상주시 모동면에서 영동군 황간면으로 넘어가던 옛길이 있다. 상주시가 이 옛길의 상주 구간을 다듬어 ‘백화산 호국의 길’을 만들었다.
| |  |
| 저승골 입구를 지나 하류로 조금 더 내려가서 건너는 돌다리에서는 강 서쪽 백화산의 가파른 능선과 바위 벼랑이 보인다. 백화산 호국의 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코스 곳곳에서 백화산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
고려를 침공한 몽골군은 백화산 금돌산성을 공격하다가 이곳 저승골에 뼈를 묻었다. 그래서 백화산 정상에는 몽골군이 물러나며 ‘한을 남긴 성과 봉우리’란 의미를 담아 한성봉(恨城峰)이란 이름이 붙었다. 한성봉은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금돌산성을 포획했다 해서 포성봉으로 바꿨는데 2007년 원래 이름을 되찾았다. 금돌산성에서 수봉리로 가는 길에 있는 방성재는 몽골군이 방성통곡하며 퇴각했다 하여 이름 붙었다. 이곳에서는 임진왜란 때도 의병이 활동했다.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이번에 찾은 백화산 호국의 길은 이처럼 대몽 항쟁의 역사를 간직한 뜻깊은 곳이다. 너른 들판을 흘러오던 석천이 수봉리에서 백화산 자락에 든 뒤로는 황간으로 빠져나가기까지 벼랑 사이를 흐르며 거칠면서 매력적인 풍광을 보여준다. 한 굽이 돌 때마다 달라지는 비경을 감상하노라면 어느덧 경북과 충북의 경계에 있는 반야사 터를 지나 반야사에 닿는다. 반야사는 신라 문성왕 때인 846년에 창건됐는데 대웅전 앞의 보물 제1371호 삼층석탑은 창건 당시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한여름에 가면 석탑과 500년 수령의 배롱나무꽃이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이다.
| |  |
| 코스 출발지인 경북 상주 옥동서원. |
원래 호국의 길은 상주시가 조성하면서 반야사 옛터까지만 길을 다듬었다. 이 길만 따른다면 되돌아가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옛길은 시와 군의 경계를 넘나들어 석천을 따라 반야사까지 이어진다. 최근 영동군이 반야사~월류봉 광장 구간에 월류봉 둘레길을 조성해 두 길이 연결됐다. 옥동서원을 출발점으로 해서 호국의 길은 두 갈래로 나뉘는데 백옥정을 거쳐 가는 길과 석천을 건너 방문객지원센터를 거쳐 내려가는 길이다. 두 길은 물이 한 굽이 돈 뒤에 나오는 징검다리에서 만난다. 호국의 길은 여기서 강 왼쪽으로 내려가지만 맞은편으로도 길이 이어져 출렁다리에서 다시 만난다.
이번 코스는 경북 상주시 모동면 수봉리 옥동서원에서 출발해 백옥정에 올랐다가 세심정·세심석을 거친 뒤 석천을 따라 전망대~징검다리 앞 갈림길~독재골 산장~출렁다리~저승골 입구~난가벽~구수정·임천석대~잇단 돌다리~반야사 옛터~너덜을 지나 충북 영동군 황간면 우매리 반야사에서 마친다. 전체 거리는 6.6㎞ 정도로 소요시간은 2시간30분~3시간 걸린다.
| |  |
| 도착지인 충북 영동 반야사의 보물 삼층석탑과 배롱나무. |
동네를 감싼 산자락 과수원 뒤에 자리 잡은 옥동서원에서 출발한다. 서원에서 백옥정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서원으로 들어가는 길로 다시 나가 왼쪽으로 가면 백옥정 바로 아래 석천 강변에서 백옥정으로 올라가는 덱 계단이 있다. 취재팀은 서원 왼쪽으로 올라가는 길을 택했다. 옥동서원 왼쪽 이정표를 따라 잠시 올라가 콘크리트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이정표를 따라 왼쪽 산길로 들어선다. 능선을 가다가 석천 덱 계단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사거리에서 직진하면 곧 바위 위에 선 백옥정이다. 상류 방향으로는 너른 들판이 보이고 하류 방향으로 백화산과 헌수봉의 가파른 산줄기가 겹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시 사거리로 돌아가 임천석대 방향으로 간다. 세심정과 세심석을 지나면 곧 석천과 만난다. 이후로는 물길을 따라 내려간다.
| |  |
| 백옥정에서 본 하류 방향 경관. |
물살이 거칠게 흐르는 여울에 구수천 일탄부터 내려가며 팔탄까지 이름을 붙였다. 물길과 나란히 가는 길은 대체로 넓고 부드럽다. 전망대를 지나면 곧 징검다리가 나온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걷다 구수천 삼탄 안내판을 지나면 독재골 산장이 나온다. 이어 회양목 군락지와 구수천 사탄 안내판에서는 맞은편 우뚝 솟은 암벽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곧 출렁다리를 건넌다. 석천의 서쪽 백화산 아래를 걷는다. 표지석과 안내판이 있는 저승골 입구를 지나면 강 건너 벼랑 난가벽이 보인다. 이곳을 지나면 고려 악공 임천석의 충절이 전해오는 임천석대와 구수정이 나온다. 곧바로 한성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갈라지는 진불암 터를 지난다.
| |  |
| 세심석을 지나 강변 바위 옆을 돌아가는 덱 탐방로. |
여기서부터 반야사까지도 물길이 여러 차례 더 방향을 바꾼다. ‘반야사 옛터 0.86㎞’ 이정표가 있는 돌다리를 건넌 뒤 다시 한번 돌다리를 건넌다. 10분 정도면 안내판과 덱 쉼터가 있는 반야사 옛터다. 이곳이 공식적으로는 호국의 길이 끝나는 지점으로 경상북도 상주와 충청북도 영동의 경계가 된다. 표지석을 지나 처음 나오는 이정표는 영동군이 세운 것이다. 이곳을 지나 강 건너 벼랑 위에 반야사 문수전이 올려다보인다. 제법 규모가 큰 너덜을 지나면 곧 반야사가 나타난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서 다리를 건너면 반야사 주차장에 닿는다.
◆교통편
- 출발지 상주 옥동서원, 부산역서 황간역 간 뒤 택시 타고 가는 게 편리
| |  |
| 반야사 맞은편의 너덜. |
이번 코스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기가 어렵다. 출발지인 옥동서원이 있는 모동면 수봉마을은 상주시의 서쪽 끝으로 상주버스터미널에서 30㎞ 이상 떨어져 시내버스 운행 시간이 긴 데다가 운행 편수도 많지 않다. 열차나 고속도로가 연결돼 교통이 편리한 충북 영동군 황간읍이 10㎞가 채 되지 않아 훨씬 가깝다. 부산역에서 황간역으로 가는 열차는 오전 5시6분, 10시53분 등 오전에 두 차례 있다. 황간에서는 택시를 이용해 옥동서원까지 가야 한다. 도착지인 반야사에서도 황간역까지 가려면 택시를 불러야 한다. 요금은 1만2000~1만3000원. 황간역에서 부산으로 가는 열차는 오후에 2시4분, 3시51분, 8시54분 세 차례 있다. 차편이 맞지 않을 때는 열차편이 많은 영동으로 간 뒤 군내버스로 황간까지 가 옥동서원으로 가면 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경북 상주시 모동면 수봉2길 29 옥동서원을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하면 된다. 옥동서원 앞에 주차장이 있다. 반야사에서 차량을 회수할 때는 황간 개인택시를 불러야 한다. 요금은 2만 원 정도.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