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천읍 남쪽 동서로 누운 산세
- 산행 초반 200m대 성황당산과
- 정상 직전 361m 봉우리 오르면
- 서쪽·북쪽으로 막힘없이 탁 트여
- 하산길 아찔한 상사바위도 볼 만
경남 사천시는 중앙부를 남쪽에서 가르듯 깊숙하게 들어온 사천만을 품은 넓은 땅이다. 그러나 와룡산을 제외하면 이름을 알린 산은 그다지 떠오르지 않는다. 다솔사가 자리 잡은 이명산 정도가 알려졌다. 낙남정맥이 사천을 거쳐 가지만 100~200m대라 이름을 알린 산은 없다. 그렇지만 지역민들이 아끼고 찾는 산이 와룡산뿐이지는 않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이번에 찾은 사천 이구산(尼邱山·379m)은 옛 사천의 중심지인 사천읍 남쪽에 동서로 길게 누워 보호하는 형세다. 사천읍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와룡산은 보이지 않고 이구산에서 동쪽으로 흥무산(興霧山·454.7m)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시야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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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구산 정상을 지나 곧 만나는 상사바위에 올라선 이창우 산행대장이 발아래 구룡저수지와 멀리 와룡산 민재봉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오른쪽에는 희미하게 하동 금오산이 보인다. |
이구산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건 400m가 채 되지 않는 높이인데도 빼어난 조망을 지녔다는 점 때문이다. 서쪽과 북쪽으로는 사천만과 사천읍이 있어 시야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다. 산행 초반부에 오르는 성황당산(204m)에서부터 서쪽으로 조망이 막힘없이 열린다. 이구산 정상은 조망이 다소 막히지만 정상 직전의 봉우리인 361m 봉에서는 서부 경남 주요 산을 시야에 담는 최고의 조망을 즐길 수 있다. 남해 망운산을 시작으로 하동 금오산, 지리산 주능선, 산청 웅석봉 둔철산, 의령 자굴산 등을 시야에 담을 수 있다. 지리산 왼쪽으로는 광양 백운산과 억불봉도 뚜렷하게 보인다. 또 능선을 걷다 보면 산행 후반부에는 의령과 함안 지역 산도 찾아볼 수 있다. 조망만 빼어난 게 아니다. 고성군에서 흘러온 용소계곡의 물을 담은 큰 구룡저수지가 있고 이곳을 내려다보는 능선에 있는 상사바위의 전설, 산행 막바지 지나는 고자고개와 안종능지에는 고려 현종과 아버지 안종의 사연 등 이야깃거리가 많은 산이다.
이번 산행은 경남 사천시 정동면 예수리 침곡저수지 옆 이구산 등산로 입구에서 출발해 선황사~성황당산~제단~선황사·이구산 갈림길~수청마을 갈림길~361m 봉·정자~이구산 정상~상사바위~송전탑 삼거리~삼각점봉~고자고개~안종능지를 거쳐 능화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마친다. 전체 산행 거리는 9㎞ 정도로 소요시간은 4시간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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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1m 봉의 정자를 뒤로 하고 이구산으로 향하는 취재팀. |
산행 출발지점인 침곡저수지로 가려면 사천버스터미널에서 삼천포 방향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월성1리 정류장에 내린 뒤 동쪽 아파트 건설공사 중인 야산의 왼쪽으로 돌아 대승암과 선황사 방향으로 찾아가야 한다. 도로가 일직선으로 나 있지 않아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사천터미널에서 멀지 않아 걸어가도 30여 분이면 된다. 사천터미널을 나와 왼쪽으로 가면 나오는 자전거도로를 따라 끝까지 간 뒤 사천천을 건너 왼쪽으로 가면 보이는 대승암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침곡저수지 둑에서 왼쪽 길로 가면 콘크리트 길이 갈라지는 지점에 이구산(3.3㎞)과 성황당산(0.9㎞)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선황사와 대승암 안내판도 있다. 참고로 등산로 이정표의 이구산은 실제 정상인 379m 봉이 아니라 정자쉼터가 있는 361m 봉을 가리킨다.
이구산 방향으로 난 콘크리트 길을 올라간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멀리 눈 덮인 천왕봉과 지리산 주능선이 보이고 뒤로는 하동 금오산과 광양 백운산이 보인다. 10분 정도 올라가면 왼쪽으로 산길이 갈라진다. 올라서면 이정표가 있다. 급경사를 잠깐 올라가면 잘 꾸민 무덤을 지나 콘크리트 길과 다시 만난다. 곧 선황사다. 경내로 들어가 대웅전과 범종각 오른쪽 돌계단으로 올라간다. 삼거리를 만나면 오른쪽으로 가 성황당산 정상에 들렀다가 되돌아온다. 운동기구 몇 개가 있는 펑퍼짐한 정상에서는 서쪽과 북쪽으로 조망이 트인다. 사천읍 북서쪽으로는 200~300m의 높지 않은 산이 이어지다가 지리산 주능선이 우뚝 솟아올라 시선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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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막바지 안종능지로 오르는 돌계단 길. |
다시 계단 쪽으로 되돌아가 계속 걸어가면 단군상이 있는 제단과 우물을 지나 선황사 방향과 이구산 방향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 내리막으로 간다. 수청마을 갈림길을 지나면 곧 급경사를 올라 정자 쉼터가 있는 361m 봉이다. 역시 서쪽과 북쪽으로 성황당산보다 더욱 시원하게 조망이 열린다. 깊숙하게 들어온 사천만과 사천대교, 사천공항이 손에 잡힐 듯하다. 여기서 10분 정도 더 가면 자그마한 정상석이 있는 이구산 정상이다. 정상에서는 오히려 조망이 답답하다. 정상석 왼쪽에는 수청웃담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진다. 능선을 따라 계속 가다 잠시 상사바위에 선다. 능선 북쪽 수청마을 처녀와 노천마을 도령 사이의 못 이룬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서 20분 정도 더 가면 송전탑 삼거리다. 오른쪽으로 꺾어서 내려가는 길은 송전선로를 따라 구룡저수지 둑이 있는 구룡마을로 이어진다. 송전탑에서 북쪽으로 보면 가까이 정상부에 흰색 구조물이 있는 진주 월아산이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방어산과 괘방산, 서북산, 여항산까지 보인다. 직진해서 흥무산 방향으로 간다.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를 지나면 고자고개로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콘크리트 임도로 내려가면 안종능지로 올라가는 돌계단이 있다. 급경사를 올라가면 안종의 묘가 있었다는 안내석과 안내문이 있을 뿐이라 굳이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계속 내려가 능화저수지를 지난 뒤 ‘능화’ 버스정류장에서 산행을 마친다.
# 떠나기 전에
- 고려 현종 부자 애틋한 상봉 사연 간직 ‘고자(顧子)고개’
산행 막바지 능화마을로 내려서기 직전 지나는 곳이 고자고개다. 어감이 이상하게 느껴지겠지만 돌아볼 고(顧) 아들 자(子) 자를 쓴다. 아들을 돌아본다는 의미의 이 고개는 고려 8대 왕인 현종과 그의 아버지 안종에 얽힌 사연에서 이름이 비롯됐다. 고려 태조의 8번째 아들 욱은 이구산 남쪽의 사남면으로 귀양을 왔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그의 아들 순은 성종의 배려로 이구산 북쪽 정동면 배방사로 옮겨왔다. 욱은 매일 배방사로 가서 아들과 하루를 보낸 뒤 해 질 녘이면 고개를 넘어 귀양지로 돌아와야 했다. 욱은 고개를 넘으며 아들 생각에 배방사 방향으로 돌아보았다고 하는데 여기서 고자란 말이 유래했다.
욱은 귀양 온 지 4년 만에 세상을 떠났는데 죽기 전 그의 무덤을 능화마을 뒷산에 써 달라고 당부했다. 10여 년 뒤 아들 욱은 왕위에 올라 현종이 되었다. 현종은 아버지의 묘호를 안종이라고 하고 묘를 경기도로 이장했다. 지금의 안종능지는 말 그대로 능의 터만 있는 곳으로 안내석과 안내판이 위치를 알리고 있다. 사천시는 2015년 능화마을에서 고자고개를 넘어 대산마을 배방사지를 잇는 고자실길을 새로 단장했다.
# 교통편
- 부산서 사천터미널 간 뒤 삼천포행 시내버스 타고 월성1리 정류장서 하차
경남 사천으로 가는 시외버스는 부산 사상 서부버스터미널에서 40~50분 간격으로 22회 운행한다. 오전 6시(첫차), 7시30분, 8시15분, 8시45분, 9시5분, 9시45분 등에 출발한다.
사천터미널에서는 삼천포 방향으로 가는 40, 73, 75, 80번 버스를 타고 월성1리 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터미널 버스 하차 지점의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산행을 마치는 능화마을에서는 사천터미널로 가는 버스는 하루 몇 차례밖에 운행하지 않아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사천지역 콜택시를 부르면 1만 원 정도 나온다. 사천에서 사상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3시35분, 4시15분, 4시55분, 5시35분, 6시15분 등 대략 40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막차는 오후 8시55분에 출발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