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곡마애여래좌상 등 보물 4점
- 헌강왕릉·정강왕릉 등 사적 5곳
- 상서장·윤경렬 고택 잇단 눈호강
- 남산 동쪽 자락 운치 양껏 맛보고
- 염불사지서 10㎞ 뚜벅길 마감
- 평지길 많고 오르막 짧아 수월
경북 경주시의 남산은 산 전체가 박물관으로 대접받는 곳이다. 남산에만 국가 지정 문화재인 국보 1개에 보물도 10개 가까이 품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주 남산을 산행하면 수많은 문화재 가운데 극히 일부만 볼 수 있다. 제대로 둘러보려면 차량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지만 남산의 운치를 즐기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이번에 경주 동남산 둘레길을 찾았다. 경주시가 조성한 이 길에는 남산의 동쪽을 걷는 둘레길이라는 의미로 ‘동남산 가는 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남산 동쪽의 문화유적을 잇는 이 길은 불곡마애여래좌상, 남산 탑곡마애불상군 등 보물 4점과 헌강왕릉, 정강왕릉 등 사적 다섯 곳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춘양교지, 고창 윤경렬 고택, 서출지 등 다양한 볼거리가 심심할 틈 없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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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은 이미 겨울이건만 경주시 배반동 탑골마을에서 옥룡사로 올라가는 길은 미처 잎을 떨구지 못한 애기단풍나무가 취재팀을 맞는다. |
이 코스는 몇몇 보물을 찾아가는 길에 짧은 오르막이 있을 뿐 대부분 남산 자락을 에둘러 가는 평지다. 이런 코스의 단점이 차량이 다니는 도로를 걸어 위험하다는 것인데 이곳은 차도와 트레킹 코스가 확실하게 구분돼 있다. 나무 덱이나 황톳길을 조성해 마음 놓고 주변 풍광을 구경하며 걸어도 된다. 또 길이 갈라지는 곳마다 이정표가 서 있어 한두 곳을 제외하면 길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 없다. 남산에 너무 가까이 붙어 걸어 주 능선을 보기는 어려운데 코스 막바지인 통일전을 지나면서 남북으로 누워 있는 남산 능선을 바라볼 수 있다. ‘동’남산 코스가 있으니 물론 ‘서’남산 코스도 있다. ‘삼릉 가는 길’로도 불리는 서남산 가는 길은 동남산 가는 길과 마찬가지로 월정교 앞에서 출발해 용장골까지 이어진다.
이번 트레킹은 경북 경주시 교동 월정교 남단에서 출발해 인왕동 사지(인용사지)~춘양교지~상서장~고청 윤경렬 고택~불곡마애여래좌상~남산탑곡마애불상군~미륵곡 석조여래좌상~경북산림환경연구원~화랑교육원~헌강왕릉~정강왕릉~통일전~서출지~남산동 동·서삼층석탑을 거쳐 염불사지에서 마무리한다. 총산행 거리는 10㎞로 4시간 안팎 걸린다. 하지만 문화재가 많아 실제로는 이보다 넉넉하게 시간을 잡아야 한다. 경주시의 자료에는 8㎞ 거리로 소개돼 있는데 문화유산을 둘러보고 돌아 나오는 일이 잦아 답사 때 GPS에는 10㎞가 기록됐다. 거리는 짧지 않지만 대부분 구간이 평지라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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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4월 개방 예정으로 한창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인 월정교. |
경주시 교동 월정교 남단에서 출발한다. 현재 진행 중인 월정교 복원 공사는 내년 4월께 마무리 될 예정이다. 아직은 월정교를 건널 수 없어 남천 북쪽 교동마을에서 서쪽 사마소 앞의 교촌교를 건너 둘러와야 한다. 월정교 남단 도로 건너에 이정표가 서 있다. 오른쪽(서쪽)은 삼릉을 거쳐 용장골로 이어지는 ‘삼릉 가는 길’이고 정면은 상서장을 거쳐 남산을 오르는 ‘남산 가는 길’ 표시가 돼 있다. 동남산 가는 길은 왼쪽 ‘인용사지 350m’ 방향으로 가면 된다. 도로변 인도를 잠시 걸으면 도로 건너 산불감시초소 옆에 인왕동 사지(사적 제533호) 안내판이 있다. 절터의 흔적은 볼 수 없는 빈 들판이다. 도로를 따라 답사를 이어간다. 왼쪽으로 남천 건너 반월성을 바라보며 잠시 걸으면 월성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지 않고 오른쪽으로 꺾어 동남산 가는 길 안내도 오른쪽 마을 길로 들어선다. 이정표를 따라 남천으로 가서 예전 월정교와 짝을 이뤘던 다리인 춘양교지(사적 제457호)를 보고 돌아온다. 남천 건너에는 경주박물관과 공사 중인 영남권수장고가 가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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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산 둘레길에서 처음 만나는 보물인 불곡마애여래좌상. |
서라벌대로의 고운교 아래를 지나면 이정표를 따라 상서장(경북 기념물 제46호)을 둘러보고 돌아온다. 상서장은 정면 계단을 오르면 되는데 만약 문이 잠겨 있다면 오른쪽으로 돌아가 최치원 선생 전시관을 거쳐 들어가면 된다. 다시 돌아와 남천을 따라 걷다가 다리를 건너 고청 윤경렬 고택을 본 뒤 마을 길을 걸으면 비로소 남산 자락에 들어서 흙길을 걷는다. 짧은 오르막 끝에 ‘금오봉·불곡석불좌상’ 이정표가 서 있는 갈림길에 닿는다. 왼쪽으로 가면 곧 이 코스의 첫 번째 보물인 불곡마애여래좌상(보물 제198호)을 만난다. 여기서 내려가면 잠시 후 다시 도로와 만난다. 탑골마을에 들어서 개울 옆을 따라가면 이정표가 선 갈림길이다. 직진해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옥룡사로 들어가 대웅전 옆으로 가면 남산탑곡마애불상군(보물 제201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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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산림환경연구원을 지나는 길에서는 다양한 수종의 나무를 볼 수 있다. |
다시 갈림길로 돌아가 미륵곡석조여래좌상(보물 제136호) 방향으로 간다. 마을 안 갈림길에서 잠시 오르막 포장도로를 걸어 보리사로 올라간다. 대웅전 왼쪽에 여래상이 있다.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마을을 벗어나면 곧 오른쪽에 경북산림환경연구원이다. 좌우로 다양한 수종을 구경한 뒤 화랑교육원 앞을 지나면 헌강왕릉(사적 제187호) 가는 길로 오른다. 여기서는 곧바로 정강왕릉(사적 제186호)으로 길이 이어진다. 정강왕이 헌강왕의 아우지만 사적 지정 번호는 아우가 빠르다. 정강왕릉에서 도로로 나오면 곧바로 오른쪽에 통일전이다. 통일전 주차장 끝까지 가면 서출지(사적 제138호)가 있다. 여기서 도로를 따라가면 남산동 동·서삼층석탑(보물 제124호)을 거쳐 종착지인 염불사지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나눔·인재양성 앞장선 최부자 삶 배워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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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시 교동 최 부자댁. |
이번 코스는 걷는 도중 곳곳에서 문화유적을 볼 수 있지만 출발하기 전에도 월정교 북단에 있는 교동마을을 꼭 둘러보자. 교동마을 중심에 있는 최 부자댁(국가민속문화재 제27호)은 18세기 말에 지은 것으로 옛 양반 가옥의 모습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집안이다. 12대 동안 만석지기 재산을 지켰는데 그 마지막 12대에 해당하는 최준 선생은 일제강점기 때 재산을 털어 독립군에 군자금을 대고 학교를 설립해 인재를 양성하는 데 앞장섰다.
최 부자댁 바로 옆의 경주향교(경북 유형문화재 제191호)는 신라 때 세워진 국학이 있던 자리다. 경북에서는 가장 큰 향교인 경주향교는 임진왜란 때 불탄 뒤 대성전(보물 제1727호)을 비롯해 명륜당 등이 새로 지어졌다. 교동마을 입구 교촌교 옆에는 조선시대 생원·진사들이 모이던 사마소(경북 문화재자료 제2호)가 있다.
# 교통편
- 경주터미널서 60번 버스 탄 후 천마총서 내려 교동까지 걸어야
부산에서 경주까지는 시외버스나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부산 노포동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경주행 버스가 오전 5시30분부터 대략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서부버스터미널에서는 오전 7시30분부터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부전에서 경주행 무궁화 기차는 오전 6시부터 오전에 6차례 운행하는데 소요시간이 3시간 정도라 버스가 편리하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지인 월정교까지 가는 대중교통은 없다. 터미널에서 60, 60-1, 61, 61-1번 버스를 타고 천마총이나 황남초등학교 정류장에 내린 뒤 교동마을까지 걸어가야 한다. 3㎞ 정도 거리라 택시를 타면 금방이다. 종착지인 염불사지에서 버스를 타려면 통일전으로 되돌아 나와야 한다. 통일전 앞에서 10번 버스를 타면 시외버스터미널이 종점이다. 경주에서 노포동행 버스는 밤 9시50분까지 15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사상행 버스는 오후 7시40분(막차)까지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