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장군 이미숭 절개 기려 명명
- 봉수대 등 굽이굽이 역사의 현장
- 무성한 가시나무·칼바람에 진땀
- 이정표 오류, 세심한 배려 필요
- 정상 찍고 하산길엔 샘터 발견
- 미숭산성 남문 터 흔적 추정
경남 합천군 야로면에 있는 미숭산(755m)은 원래 상원산이었으나 고려 말 국운이 쇠할 무렵 역성혁명을 이룬 이성계에 항전한 안동장군 이미숭의 절개를 기려 미숭산으로 바꿔 불렀다. 그는 정몽주의 문인으로 진서장군 최신과 함께 미숭산을 근거지로 이성계에 항전하다 뜻을 이루지 못하자 절벽에서 투신했다. 그가 항전했던 미숭산 정상부에는 미숭산성(경남 기념물 제67호)이 있다. 자연지세를 최대한 이용해 8부 능선을 따라 축조된 포곡식 산성이다. 성의 둘레는 1325m에 이르며 삼국시대에 축조돼 조선시대까지 여러 차례 보축됐다. 산성 내에는 동문 서문 남문을 비롯해 갑옷과 칼을 묻었다는 갑검릉, 말을 달리던 주마대, 망향대, 달각암, 연병장, 순사암, 봉수대 등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 성은 고려시대 원나라의 침입 때나 왜구의 침입 때 인근 주민들의 피난처로 이용됐고 조선시대에는 봉수대가 설치돼 통신의 거점으로 이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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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우 산행대장이 미숭산 정상 직전 된비알을 오르고 있다. 이날 매서운 바람이 몰아쳐 취재팀은 눈만 나오는 모자인 바라클라바(balaclava)까지 착용했다. |
산행은 이미숭 장군의 충절을 엿보기 위한 코스로 야로면 하빈리 당산나무~호랑이쉼터~관창봉~미숭산 정상~합천종합야영수련원~미숭사 입구를 거쳐 당산나무에서 마치는 원점회귀 코스로 총거리 6.5㎞에 순수 산행시간은 3시간30분이 걸린다.
야로면 합천종합야영수련원 조금 못 미친 지점인 하빈2길 당산나무에서 시작한다. 합천행복택시 승하차장에서 30m 아래에 있다. 골짜기를 따라 난 길로 진입한다. 묘가 있어 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을 텐데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입구에서 전신주 3개를 지나 25m가량 더 간 뒤 왼쪽으로 희미한 흔적을 따라 살포시 내린 눈을 밟으며 산을 오른다. 길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계속 이어진다.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았는지 가지가 무성해 성가시다. 가시가 무성한 키 작은 나무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으니 장갑은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10분 정도 오르면 길이 좋아진다. 약간 편평한 곳에 벤치가 있는 '호랑이 쉼터'와 만난다. 바닥에 호랑이라 적힌 안내판이 부러져 방치돼 이름을 짐작한다. 갈림길 왼쪽으로 가면 야로초등학교로 가는 길이다.
관창봉 밑 삼거리를 지나는데 갑자기 시베리아 북풍이 몰아치듯 바람이 거세다. 추위에 떨면서 왼쪽 관창봉(410.8m)으로 들어갔다가 되돌아 나온다. 봉우리이지만 조망이 열리지 않는다. 관창봉 밑 삼거리 직전에 또 다른 삼거리에서 직진한다. 왼쪽은 합천군 야로면 나대리로 가는 길이다. 정상까지 2.2㎞가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에 도착한다. 왼쪽으로 가면 합천군 야로면 매촌마을이다. 무덤 터를 지난다. 추운 날씨에 바람까지 불어 볼펜마저 얼었는지 '호호' 불어야 겨우 한 글자씩 써진다.
다시 만나는 삼거리에서는 오른쪽으로 꺾는다. 다시 이정표가 나온다. 실컷 걸었다 싶었는데 오히려 정상까지 100m 더 멀어졌다. 반대로 왔나 싶어 이창우 산행대장과 머리를 맞대 지도와 GPS를 살펴봤지만 결론은 이정표가 잘못됐다는 것이었다. 이정표 설치에 좀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불평할 틈도 없이 된비알을 만난다. 날이 추워서인지 힘든 것도 잊었다. 묵직한 바위가 길을 막는다. 바위 옆으로 길의 흔적이 있는데 애매하다. 바위 왼쪽으로 돌아 바위 위로 올라선다. 전망대가 나타난다. 정면으로 문수봉이 보이고 왼쪽 먼 곳에 합천 고령 성주가 어우러진 가야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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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에서 내려다 본 합천 야로면과 가야면 전경. |
정상 아래 삼거리다. 정상까지 700m가 남았다고 이정표가 알려준다. 앞서 잘못된 이정표를 만난 탓에 곧이곧대로 믿어지지는 않는다. 신뢰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참고로 야로초교까지는 4㎞ 떨어진 것으로 나와 있다. 갑자기 ET가 연상되는 바위가 나온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부처님을 닮았다며 미륵바위라 한다. 산에서 ET를 만난다는 게 좀 어색하기도 해 미륵바위로 부르기로 한다.
빨간색의 가시나무가 산행 초반부터 내내 괴롭힌다. 꺾어버리려고도 했지만 산딸기라는 대장의 설명에 손을 거둔다. 누군가 누릴 산딸기 따 먹는 즐거움을 뺏을 수는 없지 않은가. 최근 두 번이나 읽은 신준환 전 국립수목원장의 '다시, 나무를 보다'라는 책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났다. '나무가 어릴 때는 가시를 세워 동물을 찌르지만 성숙하면 가시를 접고 맷집을 키운다'. 맷집을 키우면 우리에게 맛있는 산딸기를 제공할 수 있는데 잠깐 불편하다고 꺾는 것이 너무 잔인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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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산길에 만난 미숭산성 내에 있었다는 샘터. |
야로초교 갈림길이다. 정상까지는 왼쪽으로 100m만 가면 된다. 오른쪽 합천종합야영수련원까지는 1.6㎞ 거리다. 드디어 미숭산 정상을 밟는다. 정상석 바로 뒤 돌무더기에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미숭산은 북쪽으로 사월봉, 북서쪽으로 문수봉, 동쪽으로 주산과 연결된다고 한다.
하산길은 합천종합야영수련원에서 오르는 산행로가 있어서 길이 제대로 나 있다. 고령 주산으로 향하는 갈림길을 지나니 미숭산성 내에 있었던 샘터가 나타난다. 좀 더 내려가면 미숭산성 터가 보인다. 우리는 산성의 남문 터를 지난다. 지도상 봉수대가 정상, 직전에 지나온 샘터로 볼 때 남문 터일 것으로 추정한 것. 나름대로 근거를 갖췄다. 하지만 이후에는 조망이 없어 한동안 걷기만 한다.
널찍한 합천종합야영수련원으로 내려선다. 지극히 크고 굳고 곧은 마음을 뜻하는 호연지기를 한자로 쓴 바위가 떡하니 서 있다. 미숭사를 지나 당산나무에서 여장을 푼다.
# 주변 가볼 만한 곳
- 가야 마지막 왕 도설지왕 창건
- 월광사 내 '월광사지 삼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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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광사지 삼층석탑 |
미숭산 인근인 합천군 야로면 월광리에는 월광사지 삼층석탑(보물 제129호)이 있다. 이 석탑은 월광사지 동서로 배치된 쌍탑으로 서탑은 무너져 있던 것을 최근에 다시 세웠다. 이 중 기단에 삼층 몸돌을 갖춘 전형적인 통일신라시대 탑의 모습을 보이며 높이는 5.5m이다. 두 탑은 전체적으로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만든 방법은 약간의 차이가 있어 같은 연대에 세워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월광사는 대가야의 마지막 왕인 도설지왕(월광태자)이 창건했다고 해서 월광사라고 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 교통편
- 고령터미널서 해인사 버스 탑승
- 야로정류장 하차후 택시로 환승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버스(오전 7시10분, 8시20분, 9시30분)를 타고 고령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린다. 1시간50분가량 걸린다. 이어 고령터미널에서 해인사로 가는 시외버스(오전 7시10분부터 40분 간격)를 타고 야로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한다. 부산에서 오전 7시10분에 거창행 버스를 타면 고령에서 해인사로 가는 오전 9시10분 버스와 연결된다. 야로버스정류장에서 산행지로 가는 버스가 없으니 야로개인택시(010-6267-7006)를 타고 하빈2리(상대마을)로 가야 한다. 요금은 7000원 선.
문의=스포츠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