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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983> 영덕·포항 바데산

명산들 어깨 맞대 빚어낸 계곡, 들어갈수록 펼쳐지는 '玉궁전'

  •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  |   입력 : 2016-07-20 19:08:53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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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교서 출발 정상 들러 원점회귀
- 총길이 7.5㎞ 3시간반가량 소요

- 해발 646m 높이에 불과하지만
- 1000m에서나 볼 수 있는 산세
- 경방골 거슬러 다섯계곡 건너면
- 호박소·비룡폭포 점입가경 절경

땅이 온통 유리로 되어 있다는 극락정토가 이럴까. 맑고 차가운 물이 흐르는 상아빛 암반은 백옥(白玉), 계곡을 호위하며 우뚝 선 검붉은 바위벼랑은 흑옥(黑玉)과 적옥(赤玉), 벼랑 위에 우거진 숲은 녹옥(綠玉), 계곡에 드리운 푸른 하늘은 벽옥(碧玉)…. 경북 포항시 죽장면과 영덕군 달산면에 걸쳐 있는, 옥으로 뒤덮인 듯한 바데산(646m)의 비경이다. 바데산 구석구석 핏줄처럼 뻗어 있는 옥계(玉溪)계곡의 윗줄기는 거대한 '옥궁전'을 빚어 놓았다.

   
경북 포항·영덕 바데산과 동대산 사이 경방골에 자리한 비룡폭포 중 하단. 비룡폭포는 상·하단 2단으로 되어 있다.
옥의 향연은 이뿐만 아니다. 길섶 바위나 나무 둥치를 보송보송 뒤덮은 이끼는 옥가루를 뿌린 듯하고, 산새 소리마저 쟁반 위를 구르는 옥구슬처럼 청아하다. 이런 바데산의 비경을 만끽한 지난 14일의 산행은 한마디로 '옥의 세례'였다. 이날 산행 도중 만난 소나기의 빗물도 옥수(玉水)로 다가왔고, 비가 몰고 온 안개에서는 기화한 자옥(紫玉)의 푸른 기운이 느껴지는 듯했다.

옥계계곡은 바데산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바데산 서쪽 기슭이 옥계계곡과 접할 뿐이다. 옥계계곡이 수려한 건 청송·영덕·포항 일대의 명산들과 어우러져서다. 국립공원인 청송·영덕 주왕산(周王山·721m)에서 영덕·포항 팔각산(八角山·633m)·바데산·동대산(東大山·791m)을 거쳐 내연산(內延山·710m) 군립공원에 이르는 광대한 산지가 그 공간적 범위다. 기암괴석이 빼곡한 이들 산의 뭇 암봉 사이의 크고 작은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모여 옥계계곡을 이루니 그 경치가 어찌 빼어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바데산은 전형적인 암산이지만 울창한 숲이 군데군데 적절히 산의 예기를 가려 산세를 부드럽게 완화했다. 산에는 굴참나무와 느티나무, 가래나무가 군락하는 데다 산작약 망개나무 금붓꽃 왜박주가리 등 다양한 식물들이 서식한다. 이 때문에 250여 만 ㎡의 산지가 산림유전자보호림으로 지정돼 있다.

   
비룡폭포 아래에 있는 호박소.
바데산은 이름의 유래도 재미있다. '영덕군지'에 따르면 바데산의 원래 이름은 해월봉(海月峰)이다. 산에서 바다 위에 뜬 달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졌는데, 바다와 달을 연음화해 부르다 보니 '바달기' '바들기' 또는 '바데'라는 우리말로 굳어졌다고 한다. 죽장면 하옥리 해월마을의 별칭이 '바들기'인데서도 그런 유래를 짐작할 수 있다. 동학의 제2대 교주인 해월 최시형(崔時亨·1827~1898)이 1871년 이곳에 머무른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광여도' '여지도' 등 고지도에는 산 이름이 '소지산(所之山)'이나 '소의산(所矣山)으로 표기돼 있다. '바데'를 한자로 음차하면서 초래된 현상으로 보인다.

이번 산행은 하옥리 '신교'에서 출발해 '호박소'와 '비룡폭포'를 지나 바데산 정상에 오른 뒤 '옥녀교'로 내려와 원점으로 회귀하는 코스다. 총거리는 약 7.5㎞로 3시간30분가량 걸린다. 신교에서 이정표를 따라 바데산과 동대산 사이를 흐르는 경방골을 거슬러 올라간다. 경방골은 옥계계곡을 이루는 계류의 하나다. 계곡을 다섯 번 건너면 수문장처럼 버티고 선 높이 10m 남짓한 바위가 나온다. 이 바위를 지나 계곡으로 들어갈수록 경치는 점입가경이다.

   
옥계계곡.
산행 기점에서 1.5㎞가량 떨어진 곳에 호박소가 있다. 거무스름한 협곡의 암반을 타고 쏟아지는 물이 모여 만들어진 널따란 못은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다. 구름과 안개가 낀 밤, 못 위를 날아다니는 반딧불이가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한다고 한다. 호박소에서 200m쯤 올라가다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계곡을 두 번 건너며 좁은 벼랑길을 400m가량 걸으면 2단으로 이뤄진 비룡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하늘을 찌를 듯 날카롭게 솟은 암봉 아래 층층이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촬영한 필름을 거꾸로 돌리면 용이 승천하는 모습이 나타날 것 같다.

   
경방골.
비룡폭포에서 왼쪽으로 700m가량 가파른 자드락길을 오르면 곰바위 삼거리에 이른다. 삼거리에서 바데산 정상까지 약 900m 구간은 좌우가 수직에 가까운 급경사의 비탈로 이뤄진 칼날 능선이다. 정상에서 옥녀교에 이르는 하산 구간(2.5㎞가량)도 칼날 능선이 이어지기는 마찬가지다. 해발고도가 646m에 불과한데도 1000m 이상 되는 산에서나 볼 수 있는 깊고 그윽한 계곡이 형성된 것은 이런 산세 때문이다. 하산지점인 옥녀교 밑을 관류하는 넓고 긴 계곡이 이를 실증한다.


# 주변 가볼만한 곳

- 침수정 마루 누우니 흐르는 물 베개한 듯

   
침수정.
옥계계곡 경치의 백미는 달산면 옥계리의 침수정(枕漱亭)이다. 침수정은 '흐르는 물을 베개 삼고 돌로 양치질을 한다'는 뜻의 '침류수석(枕流漱石)'에서 따왔다. 조선 광해군조에 경주 양동에 살던 선비 손성을(孫星乙)이 이곳 너럭바위 위에 지은 정자다. 정자는 정면 2칸, 측면 2칸의 아담한 목조 팔작 기와집인데, 앞에는 마루를 내고 뒤에는 방을 두었다. 그는 인근 바위에 '산수주인(山水主人)'이란 각자를 새기고 옥계계곡에 은둔했다. 침수정 뒤편에는 새색시의 쪽 찐 머리처럼 생긴 '옥녀봉'이 솟아 있다. 또 정자 왼쪽 아래 깊은 못가에는 거북이 세 마리가 물 밖으로 기어 나오는 듯한 형상의 '삼귀암', 침수정 앞에는 촛불을 밝힌 모양의 '촛대봉'이 있다. 그 외에도 봉황의 벼슬 같은 '봉관암', 마고 할미가 중국에 가지고 가려다 못 가져간 '진주암', 물에 떠 있는 듯한 '부암', 갓끈을 씻어 세속을 초월한다는 뜻의 '탁영담', 학이 둥지를 틀었다는 '학소봉' 등 옥계계곡에는 명소가 즐비하다.


# 교통편

- 노포동 터미널 시외버스 이용
- 영덕서는 옥계유원지에 하차

부산 금정구 노포동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영덕행 시외버스를 탄다. 영덕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 6시30분, 7시18분, 8시53분, 9시30분에 출발한다. 영덕터미널에서 내려 옥계행 농어촌버스를 갈아탄다. 버스는 오전 6시40분, 8시15분, 9시50분, 11시40분에 있다. 옥계유원지 정류장에서 내려 이번 산행지의 기점까지 걷는다. 거리는 1㎞가량 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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