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도시 부산에도 옛부터 크고 작은 마을들이 산자락에 형성됐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람 사는 세상이니까. 마을의 주축을 이루고 있던 서민들은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넘나들며 이웃의 정을 나누었다. 그렇게 높지 않은 고갯마루가 이들의 소통 통로가 됐고, 고개와 고개를 연결짓는 산자락의 숲길은 서민들의 애환과 웃음, 눈물이 점철된 생활의 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생활의 터전인 마을을 근거지 삼아 이 고개와 고개를 잇는 샛길을 통해 일터로 오가기도 했고, 어린 아이들은 학교를 오가며 배움의 길로 삼기도 했다.
◇ 서민 애환 깃든 산허리길 12㎞…4시간 걸려
| |
 |
|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부산 서구종단트레킹숲길로 명명된 구덕산 허리길을 지나고 있다. 코스의 80%가 완만한 내리막인데다 숲과 그늘이 풍부해 걷기에 좋다. |
차가 다니는 신작로가 뻥뻥 뚫리고 고갯마루를 연결하는 숲길은 이제 옛 기능을 잃었지만, 대신 그 자리에 마을 사람들이 아니라 외지 사람들이 다닌다. 어떤 숲길에는 둘레길, 갈맷길 등의 그럴듯한 이름도 달렸다. 외지에서 찾아온 사람들은 심신의 건강을 목적으로 삼림욕과 트레킹을 한다. 이번 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답사한 '서구종단트레킹숲길' 또한 부산 사람들의 애환과 인정이 깃들었던 곳을 걷기 좋은 산책로로 재구성한 길이다.
서구종단트레킹숲길의 정규 코스는 부산 서구 서대신동 구덕꽃마을 버스정류소에서 시작해 구덕산, 시약산, 천마산, 장군봉 등 서구 일대 산들의 허리춤을 휘돌아 나간 끝에 암남공원을 한 바퀴 돌아 송도해수욕장에서 마침표를 찍는 총연장 15.3㎞이다. 그러나 취재팀은 암남공원의 경우 2012년 8월과 9월 부산등줄기 종주 당시 제1구간에서 답사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생략했다. 따라서 구덕꽃마을~모지포마을 버스정류소까지 총거리 12㎞로 줄였다. 답사 시간은 넉넉잡아 4시간이지만, 감천문화마을에서 여유를 좀 부릴 요량이라면 5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원시림과 편백나무숲이 이어지는 편평한 산책로와 한 두번쯤 들어봤을 것 같은 귀에 익은 고갯마루들, 구덕꽃마을 감천문화마을 모지포마을 등 부산의 전통마을들까지 연결하는 이번 코스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어 가족 나들이 산책로로도 손색이 없다. 천마산 전망대 주변에서 바라본 부산항 일대와 영도의 장쾌한 풍광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전체 구간을 요약하면 구덕꽃마을~구덕문화공원~편백나무숲~무명 폭포~시약산 밑 초소~대티고개~대티배수지~까치고개~반달고개~감천문화마을~감정초등학교~천마산전망대~천마산조각공원~알로이시오전자기계고~송도요양병원앞~예비군훈련장 주차장~모지포 순.
◇ 대티·까치·아미고개, 감천문화마을도 경유
| |
 |
|
구덕문화공원에서 20여분 가면 만나는 간헐 폭포. |
서구1번 마을버스 종점인 구덕꽃마을 정류소에서 도로를 건너면 구덕문화공원 방향 계단 입구에 '서구종단트레킹숲길' 시점을 알리는 안내판과 안내도가 있다. 일별한 후 계단을 올라 왼쪽으로 가면 구덕문화공원 입구다. 다시 계단을 오르면 주차장. 주차장을 가로지르면 화가 신창호(申昌鎬·1928~2003년) 선생 추모비가 있다. 추모비에서 이정표의 '대티배수지 방향'을 보면서 직진하면 숲길로 이어진다. 구덕산 서쪽 자락의 허리를 돌아가는 길 옆에 원시림이 빼곡하다. 짙은 그늘이 늦여름 무더위를 멀찍이 날려주는 듯하다. 곧이어 수천 그루 편백나무가 빼곡한 편백숲이 이어진다. 가히 명품 숲길이라 할 만하다.
편백숲 끝자락에서 만나는 갈림길에서는 왼쪽 내리막을 탄다. 50여m 내려서니 오른쪽 계곡 바위를 타고 하얀 물줄기가 쏟아진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그냥 평범한 바위지만, 마치 제주도 서귀포의 엉또폭포처럼 비 오는 날이나 비가 내린 직후에 폭포로 변하는 특이한 곳이다. 이름은 특별히 알려지지 않아서 무명 폭포라고 표시해 본다. 길을 이어가면 통나무다리앞 갈림길. 우측으로 통나무다리를 건너면 편평한 산책로가 이어지고 5분후 갈림길에서는 우측 대티배수지 방향으로 살짝 오르막을 탄다. 15분 후 '서구09번' 이정표를 지나고 수도암입구 갈림길에서도 계속 직진한다. 길은 어느새 구덕산을 벗어나 시약산 허리춤으로 접어들고 있다. 10분 후 '서구⑨' 산불감시초소'를 지나고 체육공원까지 통과하면 대티고개가 빤히 내려다보이는 갈림길이다.
이정표 상 왼쪽 대티고개 방향으로 내려서면 좁은 골목길을 통과해 차량이 통행하는 대티고개에 닿는다. 일단 도로를 건너 왼쪽으로 돌아가면 대티배수지 입구가 나오는데, 이정표를 보면서 올라선다. 자연스럽게 대티배수지를 넘어가면 까치고개다. 아미까치공영주차장 쪽으로 도로를 건너 오른쪽으로 가면 좁은 골목으로 트레킹길이 이어진다. 바닥의 화살표 표시를 참고하면 된다. 좁은 길로 2분만 가면 '까치고개로128번길 53번지' 앞 갈림길. 옛날에는 이곳이 원래의 까치고개였다. 오른쪽 산 능선길은 낙동정맥길이지만 직진한다. 수령 100년 정도 된 팽나무인 아미동당산나무 앞을 지나 감천마을 방향으로 향하는 길로 이어진다. 일명 반달고개.
◇ 구덕산 간헐 폭포·천마산전망대 풍경 좋아
| |
 |
|
'부산의 산토리니'로 불리며, 신흥 여행지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감천문화마을 전경. |
고갯길 끝나는 곳에 감천문화마을을 만난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지만 부산을 찾은 외지 관광객들이 마을길을 가득 메우고 있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전망대(하늘마루)를 지나면 감정초등학교 주차장에 닿는다. 진행 방향은 왼쪽이다. 초등학교 왼쪽으로 돌아 오르면 자연스럽게 차단봉이 있는 천마산임도로 연결된다. 차량 통행 차단봉을 무시하고 임도로 들어서면 '천마산 10리길'이라는 표지판이 나오는데, 오른쪽 임도를 따라 오른다. 15분 후 목재덱이 설치돼 있는 천마산 전망대에 서면 용두산공원의 부산타워와 자갈치시장 영도다리 부산대교 부산남북항 영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부산항의 풍광을 제대로 보려면 천마산 전망대에 가라'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다.
| |
 |
|
천마산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산항 전경. 오른쪽의 영도와 왼쪽 멀리 장산, 해운대 등이 한눈에 조망된다. |
10분 후 천마산조각공원 앞에서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내리막을 탄다. 5분 뒤 혜광사 앞을 지나 좀 더 내려서면 암남타워빌 앞 고갯길. 도로를 건너 우측으로 도로를 따르다가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내려가면 알로이시오전자기계고교 정문을 지나고 큰 도로에 닿는다. 금강송도타운아파트 쪽으로 횡단보도를 건넌 후 오른쪽으로 틀면 서구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에서 왼쪽으로 다시 꺾는다. 송도동일스위트아파트 앞을 지나 송도요양병원 앞 갈림길에서 왼쪽 11시 방향 예비군훈련장 진입로로 들어선다. 이어진 갈림길에서도 직진해서 임도를 따라 오르면 10분 후 예비군훈련장 주차장이다. 오른쪽 주차장을 통과하면 다시 길은 숲길로 이어지고, 살짝 능선을 넘어가면 수산물 저장창고가 도열해 있는 감천항 일대가 눈에 들어온다. 10여분 후 갈림길에서 암남공원후문 방향 오른쪽 내리막으로 떨어지면 곧바로 시멘트포장로에 닿는다. 왼쪽으로 서서히 내려서면 애경이네집 등 식당 앞을 지나고 5분 후 모지포마을 간선도로에 닿는다. 왼쪽 길 건너에 모지포 버스정류소가 있다.
# 떠나기 전에
- 모지포 애경이네집 산행 후 맛집으로 추천
산행 후 가볼 만한 맛집 한 곳을 소개한다. 코스 막바지 마지막 이정표('암남공원 후문 490m')에서 시멘트길로 내려서면 모지포마을에 닿는데, 큰길로 나서기 전에 음식점 여러 곳이 있다. 그 가운데 '애경이네집(051-253-4464)'은 50년째 이어져 오는 맛집이다. 오리불고기와 닭백숙, 옻닭, 옻오리 등을 맛깔나게 차려내는 것으로 인근에서 유명하다. '애경이네집'은 주인 여삼동(69) 씨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아 형수와 함께 2대째 운영하고 있다. 1965년 어머니가 간판도 없이 시작한 음식점이 어느새 50년째를 맞은 것이다. 암남공원 주변에서 반백년 세월 동안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담백하고 깔끔한 음식 솜씨가 입소문을 타면서 송도해수욕장과 암남공원을 찾는 유명 정치인과 연예인들이 단골손님이 될만큼 일대를 대표하는 맛집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최근에는 웰빙음식 바람이 불면서 옻오리와 옻닭을 찾는 단골이 늘고 있다고 한다.
# 교통편
- 도시철도 동대신역서 꽃마을행 마을버스로
부산도시철도 1호선 동대신역 6번 출구로 나간 후 서대시장 버스 정류소에서 구덕꽃마을행 '서구1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산행 후 모지포마을 버스정류소(모지포마을회관 맞은편)에서 7번, 9번, 9-1번, 71번 시내버스를 타면 송도해수욕장을 거쳐 남포동역까지 갈 수 있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