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발 691.6m… 낮은 산이지만 시원한 조망 매력
- 팔공산 유학산 금오산 황학산 등 내륙 명산 도열
- 아도화상 왕건 등 역사적 인물들 이야기 한가득
- 11㎞ 원점회귀 코스 넉넉 잡아 5시간이면 충분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경북 구미의 대표적인 산은 금오산(977m)이다. 그래서 일명 '태조산'이라고도 불리는 냉산(冷山·691.6m)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신라에 최초로 불교를 전파한 아도화상이 건립한 도리사(桃李寺)가 위치한 산이라고 하면 그제서야 산행 애호가들은 "아하 그 산!"이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구미 냉산은 산자락 곳곳에 보석처럼 박힌 역사적 유물과 이야기의 내력이 천 년 세월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유서깊은 산이다. 5세기에 신라 불교의 시작을 알렸던 아도화상, 후삼국을 통일했던 고려 태조 왕건 등의 이야기가 골골이 스며있어 역사 테마 산행지로 제격이다. 여러 전망대에서 수시로 내륙의 힘차고 광활한 산줄기와 낙동강 본류의 물줄기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 |  |
|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경북 구미 냉산 답사 도중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시원한 조망을 즐기고 있다. S자로 휘어지며 흐르는 큰 물줄기가 낙동강 본류이고, 그 너머 사진 중앙에 솟은 산이 구미의 명산 금오산이다. |
이번 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답사한 냉산 코스는 총 산행 거리 11㎞의 원점회귀 산행 코스다. 겨울철 산행 치고 짧지 않은 거리지만, 코스의 절반이 걷기 편한 임도여서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인데, 도리사 경내에 산재한 문화재와 금수굴 등 볼거리가 많아 총 산행 시간은 여유있게 5시간쯤 잡아야 한다. 코스를 요약하면, 도리사 제1주차장~도리사~지능선 삼거리~주능선 삼거리~냉산 정상~주능선 삼거리~안부 삼거리~625봉 갈림길~패러글라이딩 활공장~금수굴 사거리~금수굴~금수굴 사거리~(임도)태조산정~임도 갈림길~산악레포츠공원~도리사 제1주차장 순이다.
차량을 타고 국도 25호선에서 도리사 방향으로 우회전, '해동최초가람성지태조산도리사'라는 현판이 눈에 띄는 일주문을 통과해 4㎞가량 가면 도리사 제1주차장에 닿는다. 행정구역 상 경북 구미시 해평면 송곡리에 해당한다. 이곳에서 도리사까지는 30분쯤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오른다. 길 주변 산자락은 온통 굵직굵직한 소나무 천지. 송곡리(松谷里)라는 지명이 그냥 붙은 것이 아닌 듯하다.
냉산 7부 능선 소나무숲 사이에 자리 잡은 도리사는 1500여년 전 아도화상이 건립한 신라 최초의 사찰인 만큼 볼거리도 많다. 우선 우측 수선요 뒤로 돌아가면 17세기에 조성된 극락전이 있고 그 앞 뜰에 보물 제470호인 도리사화엄석탑이 있다. 높이 3.3m 규모의 이 탑은 고려 중엽에 건립된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에서 그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독특한 형태의 모전석탑이다. 또 석탑 옆 문으로 나가면 아래 쪽 솔밭에 아도화상이 참선을 했다는 좌선대가 있다. 그 외에도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 아도화상 동상, 범종각 등을 둘러볼 수 있다. 특히 꽃 문양 창살이 아름다운 적멸보궁 앞과 서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가슴을 뻥 뚫어 줄 만큼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 |  |
| 구미 냉산 산행 중 들른 도리사 적멸보궁에서 바라본 풍광. |
이어지는 산행은 범종각 왼쪽으로 열린 산길을 따른다. 5분 후 지능선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계속 오르면 15분 뒤 Y자 갈림길. 우측으로 곧장 5분만 더 오르면 주능선 삼거리다. 우측으로 10분쯤 가면 삼각점이 있는 냉산 정상에 도달한다. 남쪽 발 아래로 도리사가 보이고 멀리 우뚝 솟은 금오산과 도도하게 흘러가는 낙동강 중상류 물길이 선명하다.
하산은 조금 전 거쳐온 주능선 삼거리로 되돌아가 직진하는 방향이다. 정상을 출발한 지 20분 만에 닿는 안부 삼거리에는 직진 방향으로 '금수굴 1.4㎞', '태조산정 1.5㎞'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고 좌측 내리막을 가리키는 이정표에는 '산악레포츠공원 1.1㎞'를 가리키고 있다. 답사로는 직진 오르막이다. 20분 후 왼쪽으로 '태조산정 0.5㎞'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는 625m봉 삼거리에서 주능선을 버리고 왼쪽 내리막으로 길을 잡는다. 1분 후 눈앞이 탁 트이는 천혜의 조망처가 나오는데, 페러글라이딩 활공장이다. 크게 S자를 그리며 흐르는 낙동강 물줄기는 물론이고 동남쪽 멀리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팔공산 유학산 금오산 황학산 등 내륙의 명산들이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멀리 가야산과 덕유산, 백두대간 삼도봉 등도 빼놓을 수 없는 그림이다.
| |  |
| 고려 중엽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보물 제470호 도리사화엄석탑. |
계단을 타고 천천히 2분쯤 내려서면 금수굴과 태조산정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우측 태조산정 방향으로 들어선다. 곧바로 금수굴 사거리. 금수굴을 보려면 오른쪽으로 계단을 따라 200m쯤 내려가야 한다. 아도화상이 입적한 곳이라고 알려진 이곳은 입구 너비가 4m가량 되고 깊이는 3m쯤 되는 작은 굴이다. 다시 정확히 250개의 계단을 올라 사거리로 돌아온 후 우측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임도를 만나는데, 그 우측 계단 위에 태조산정(太祖山亭)이 있다.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대구 팔공산에서 후백제의 견훤에게 패한 뒤 이 산에서 재격돌 대승을 거두고 비로소 통일의 대업을 이룬 것을 기념해 2004년에 건립한 정자다.
| |  |
| 아도화상이 참선했던 도리사 좌선대. 주변에 소나무숲이 울창하다. |
태조산정부터는 20분 가량 줄곧 임도를 따라 내려오다가 이정표를 만나면 임도를 버리고 우측 산길로 내려선다. 5분 후 다시 교량 앞에서 콘크리트 포장 임도를 만나고 이어지는 갈림길에서 왼쪽 산악레포츠공원으로 들어선다. 구름다리 앞에서 도리사 방향 이정표를 보며 왼쪽으로 틀어 구름다리를 건너면 정자를 지나고, 이어지는 갈림길에서는 우측 흙길을 따른다. 다소 가파른 임도를 타고 5분쯤 가면 도리사 갈림길. 우측으로 틀면 곧바로 다시 넓은 임도를 만난다. 우측 가까운 곳에 인공 암벽훈련장이 보인다. 왼쪽으로 틀어 40분쯤 걸으면 출발지인 도리사 제1주차장에 닿는다.
◆떠나기 전에
- 왕건이 숭신산성 쌓고 후삼국 통일 대업 이룬 곳
- 1977년 도리사에서 부처님 진신사리 1과 발견돼
| |  |
| 냉산 정상을 향해 가파른 오르막을 타고 있는 근교산 취재팀. |
구미 냉산이 태조산으로 불리는 이유는 고려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이 산에 어가(御駕)를 두었던 데서 유래한다. 실제로 왕건은 925년 팔공산 전투에서 명장 신숭겸을 비롯한 여러 장수를 잃는 등 견훤에게 패한 후 이 산에 숭신산성을 쌓아놓고 929년과 930년 잇따라 안동전투에서 견훤의 후백제군을 대파한다. 이후 견훤이 왕위 계승자로 아들 금강을 지명한 데 불만을 품은 또 다른 아들 신검은 935년 형제인 금강을 죽이고 아버지 견훤을 금산사로 유폐한 후 왕건의 고려군과 맞섰지만, 냉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인근 선산읍 일대와 고아읍 일대 전투에서 결국 붙잡혔다. 이로써 왕건의 후삼국 통일 전쟁이 대미를 장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냉산을 후세 사람들이 태조산으로 부르게 됐고, 도리사의 일주문과 안내판 등에도 태조산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그러나 충남 천안의 진산으로 통하는 태조산(421m) 역시 고려 태조 왕건이 후삼국 통일 과정에서 전진기지로 삼았던 곳이어서 붙은 산 이름이라는 점은 참고 할 필요가 있겠다.
한편 1977년 도리사 세존사리탑(석종형 부도)에서 부처님 진신사리 1과가 발견됐다. 이에 따라 이 절에는 대웅전이 없다. 적멸보궁과 그 뒤뜰의 사리탑이 대웅전과 불상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진신사리를 담고 있던 금동육각사리함은 통일신라때 만들어진 것으로, 국보 제208호로 지정됐다. 현재 김천 직지사에 소장돼 있다.
| |  |
| 신라에 불교를 최초로 전파한 아도화상이 입적한 금수굴(金水窟). |
◆교통편
- 중앙고속도로 가산IC서 내려 25번 국도 타야
대중교통 보다 자가용 이용이 수월하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거쳐 경부고속도로 금호JC에서 안동 방향 중앙고속도로를 탄다. 가산IC에서 내려 요금소를 통과하자마자 우회전, 선산 구미 방향 25번 국도를 이용한다. 23㎞가량 직진하다가 도리사 입구 교차로에서 표지판을 보고 우회전한다. 1㎞ 후 송곡삼거리에서는 좌회전 하자 마자 도리사 방향으로 우회전해 4㎞쯤 가면 제1주차장에 닿는다. 대중교통의 경우, 부산동부터미널에서 오전 8시40분 출발하는 상주·충주행 시외버스를 타고 선산터미널에서 하차 후 도리사까지는 택시(요금 2만 원)를 이용해야 하는데 상당히 불편하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