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설악산에서 절정을 이룬 단풍이 이제 한창 남쪽으로 내려왔다. 이미 지리산 일대도 울긋불긋 물이 들었고 부산 가까운 곳의 제법 높은 산들은 정상에서 한참 아래까지 단풍이 물들었다. 이달 초·중순에는 1000m 이하의 비교적 낮은 산에서 노랗고 붉게 물든 단풍을 즐길 수 있다. 전국에서 단풍산행으로 이름난 곳을 꼽으라면 한둘이 아니겠지만 설악산과 주왕산, 지리산, 내장산 등 국립공원을 제외하면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건 아무래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이라고 할 수 있다. 나름의 이름값을 하는 것이다.경북 봉화의 청량산도립공원은 깎아지른 듯한 퇴적암이 층을 이룬 절벽과 불룩불룩 솟은 암봉들이 시선을 끄는 곳이다. 게다가 단풍철이면 회색의 암벽과 붉은 단풍이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한다. 수직에 가까운 암벽을 타고 오르는 철계단과 암봉 사이를 잇는 출렁다리, 바로 곁을 흐르는 낙동강 물줄기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라 특히 여름철인 7월과 단풍철인 10~11월에 산꾼들이 몰린다.
■단풍철에도 청량산 비경 보며 호젓한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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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교산 취재팀이 봉화 축융봉 정상에서 북쪽의 청량산 연봉을 조망하고 있다. 맨 왼쪽이 정상인 장인봉이고 하늘다리 좌우의 봉우리는 선학봉과 자란봉이다. 축융봉에서는 줄줄이 이어지는 청량산 열두 봉우리를 제대로 조망할 수 있다. |
그런데 단풍에 물든 청량산의 줄 이은 암봉은 정작 청량산에 올라서는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다. 이번에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찾은 청량산도립공원의 축융봉(850m)은 청량산의 절경을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공원 입구에서 올라가는 길에는 굽이 도는 낙동강 상류의 물줄기를 감상하고 하산길에는 고려 공민왕이 피란 와서 쌓았다는 청량산성 성곽을 걷는다. 성벽 끝자락 천길 벼랑 위에 선 밀성대에서는 아래를 굽어보는 절묘한 위치에 감탄하게 된다. 또 축융봉 산행은 인파가 몰리는 청량산과 달리 조금은 여유 있게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초반의 급경사 오르막만 올라가면 이후로는 편안하게 걸으며 맞은편 청량산 암봉과 어우러진 단풍을 즐길 수 있다.
이번 축융봉 산행 코스는 청량산도립공원 들머리의 탐방안내소를 출발해 전망대~삼거리~축융봉(~다시 삼거리)~잇단 밀성대-공민왕당 갈림길~전망대~산성~밀성대~청량풍혈을 거쳐 산성 등산로 입구에서 마친다. 전체 산행거리는 6.5㎞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2시간30분~3시간, 휴식을 포함하면 3시간30분~4시간 걸린다. 탐방안내소를 출발하면 이정표에 정상까지 3.1㎞로 표기돼 있는데 이 가운데 전반부의 1.5㎞는 호된 급경사의 오르막이고 후반 1.6㎞는 완만하게 능선을 따라 정상까지 이어진다.
산행은 경북 봉화군 명호면 청량산도립공원 입구의 탐방안내소에서 출발한다.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청량교를 건너면 바로 '청량지문'이 서 있고 오른쪽에 탐방안내소가 있다. 안내소 옆 '낙동강 예던길' 표지석 뒤 다리를 건너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다리 입구에 '축융봉 3.1㎞' 안내판이 서 있다.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정자를 지나면서 숲 속으로 들어선다. 30m쯤 가면 길이 갈라진다. 계곡을 따라가는 왼쪽 길은 청량폭포 방향이고 축융봉은 오른쪽 가파른 오르막이다. 갈림길 옆 바닥의 기왓장에 방향 표시를 해두었다. 이후로는 축융봉 정상까지는 갈림길이 없다.
곧바로 갈지자로 오르는 급경사다. 가파른 오르막은 대략 해발 600m를 넘어설 때까지 1.5㎞가량 계속된다. 곧 오른쪽 아래로 낙동강이 내려다보인다. 가파른 흙길에 나무 계단이 이어진다. 드물게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청량산 암봉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정자에서 15분가량 오르면 암벽에 설치한 덱 계단을 오른다. 다시 급경사에 침목 계단과 덱 계단을 잇달아 오르면 오른쪽으로 벼랑 쪽으로 툭 튀어 나간 곳에 전망 덱이 있다. 낙동강이 바로 발아래 흐르는 듯하다. 청량산 정상인 장인봉부터 선학봉, 자란봉으로 이어지는 암봉들이 뚜렷이 보인다.
■초반 절반 급경사 이어 완만한 능선 오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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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방안내소를 출발해 처음 만나는 전망대에서 본 낙동강. |
다시 이어지는 덱 계단을 오른다. 이후로도 침목 계단과 덱 계단이 번갈아 이어진다. 경사가 가파른 만큼 빠르게 고도를 높인다. 덱 계단 3개를 잇달아 오르면 잠깐 완만해지지만 이내 가팔라진다. 20분 정도 가다가 사면을 비스듬하게 치고 오른다. 낙엽과 잔돌이 깔린 흙길이라 미끄럽다. 곧 능선에 올라서고 '축융봉 1.6㎞' 이정표를 지나면 길이 한결 완만해진다. 곧 왼쪽으로 축융봉 정상이 보이고 능선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활처럼 크게 휘어져 이어진다. 호젓한 산책길처럼 편안한 길을 걷는다. 청량산 암봉들이 한결 잘 보이고 선학봉과 자란봉 사이에 설치한 구름다리도 또렷하게 볼 수 있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길을 30분가량 가면 정상이 가까워지며 경사가 급해진다. 곧 바윗길에 설치한 덱 계단을 오르고 이어지는 길에도 주변에 큼지막한 바위들이 널려 있다. 올라갈수록 단풍나무도 많아진다. 짧은 덱 계단을 오르면 정면에 암봉인 축융봉 정상이 우뚝 솟아있다. 살짝 내려서면 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고 곧 암벽과 만난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삼거리가 나오고 바로 위에 정상으로 오르는 철계단이 있다. 두 암봉 가운데 오른쪽에 정상석이 있다. 올라가면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다. 특히 맞은편 청량산 암봉들이 빠짐없이 시야에 들어온다. 최고의 조망지점답게 청량산의 모습을 온전히 눈에 담을 수 있다. 청량산 방향에는 봉우리 이름을 빠짐없이 표기해 둔 사진 안내판이 있다.
■천길 벼랑 위 밀성대 절묘한 위치에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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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 직전 무너진 산성 위로 붉게 물든 단풍나무. |
하산길은 철계단을 내려간 뒤 삼거리에서 왼쪽 내리막으로 간다. 50m쯤 내려가 펑퍼짐한 안부에서 정면 임도로 내려간다. 오른쪽 오르막은 왕모산 방향이다. 임도를 따라가면 맞은편 청량산을 계속 감상할 수 있다. 100m쯤 가면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왼쪽 밀성대 방향이다. 오른쪽은 공민왕당으로 이어진다. 잠시 뒤 숲으로 들어서면 다시 갈림길인데 역시 밀성대 방향으로 간다. 철탑을 지나면 임도가 끝나고 청량산 방향으로 전망대가 있다. 여기서 덱 계단을 200m가량 내려가면 복원한 성벽이 시작된다. 멀리 밀성대가 자그마하게 보인다.
길은 성벽 위를 걷다가 가파른 곳에서는 옆의 덱 계단으로 벗어나기를 되풀이한다. 25분 정도면 벼랑 위로 튀어 나간 밀성대에 닿는다. 서쪽으로 까마득히 계곡이 내려다보인다. 빙 돌아가는 산성을 타고 계속 간다. 성벽이 끊어지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곧 덱 계단이다. 다시 성벽과 만나 6, 7분 내려가면 성벽이 끝나고 계곡과 만나는 삼거리다. 왼쪽으로 내려간다. 너른 흙길을 잠시 내려가면 여름에도 찬바람이 나온다는 청량풍혈을 지나 곧 산성 등산로 입구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는 왼쪽으로 도로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
◆떠나기 전에
- 청량산성·공민왕당… 고려 공민왕 자취 뚜렷
둥글둥글한 암봉이 줄이어 있고 그 암봉이 품은 동굴만도 12개에 이른다는 청량산은 빼어난 경관으로 소금강으로도 불린다. 청량산 주변엔 최치원의 유적지인 고운대, 명필 김생이 공부했던 김생굴이 있고 퇴계 이황도 어릴 때부터 청량산에서 글을 읽고 사색을 즐겼으며 말년에도 틈틈이 이곳을 찾았다.
또 한 명 청량산도립공원 일대에 굵은 자취를 남긴 이가 고려 공민왕이다. 청량사에는 공민왕의 친필로 전하는 현판 '유리보전'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청량산과 더불어 공민왕의 흔적이 뚜렷한 곳이 맞은편 축융봉이다. 이곳엔 공민왕이 피란 와서 쌓은 청량산성과 공민왕을 모신 사당 공민왕당이 있다.
청량산성은 이번 산행에서 축융봉 정상을 오른 뒤 하산하는 길에 지난다. 정상 바로 아래에서부터 가파른 사면을 따라 절벽 근처를 제외하고는 아래 계곡까지 계속 이어진다. 지금의 성벽은 복원한 것인데 밀성대 아래 일부가 무너져 있다. 공민왕당은 축융봉에서 내려오다 보면 산성과 길이 갈라진다. 산성과 밀성대를 보거나 공민왕당을 보거나 선택해야 한다. 이번 산행에서는 청량산 방향 조망이 좋은 산성 길을 택했다. 14세기 홍건적의 난을 피해 왔던 공민왕이 수도로 돌아간 뒤 마을 주민이 세웠다고 전하며 지금의 사당은 2007년 정비한 것이다.
◆교통편
- 안동 가서 시내버스로 청량산까지 이동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부산에서 안동에서 가거나 안동을 거쳐 봉화로 간 뒤 청량산으로 들어가야 한다. 노포동 동부버스터미널에서 안동 가는 버스는 오전 7시(첫차), 7시45분, 8시30분, 9시20분, 10시10분 등 하루 16차례 있다. 안동에서 청량산 가는 시내버스는 안동역 앞에서 출발한다. 67번 버스가 오전 5시50분, 8시50분, 11시50분, 오후 2시50분 등에 있고 청량산에서 나오는 버스는 오후 1시20분, 4시20분, 6시40분(막차)에 있다.
안동에서 봉화로 가는 시외버스는 1시간~2시간30분 간격으로 하루 8차례 있다. 봉화에서 청량산으로 들어가는 버스는 오전 6시20분, 9시40분, 오후 1시30분, 5시40분 네 차례 있고, 청량산에서 봉화로 가는 버스는 오전 7시, 10시25분, 오후 2시30분, 6시20분에 있다. 안동에서 부산 가는 버스는 오후 8시30분(막차)까지 대략 50분 간격으로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땐 대구부산고속도로에 이어 경부고속도로를 잠깐 타다가 금호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탄다. 남안동IC에서 내려 안동시청을 지나 35번 도로를 타면 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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