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산 오르는 길. 경사가 급하고 길이 직선이라 1시간 이상을 힘겹게 걸어야 한다.

가지 끝에 달랑달랑 매달려 떨어질 날만 기다리는 나뭇잎들. 한여름 억세고 푸르던 기운은 간데 없고 황톳빛 황량함만 남아 스산하다.

바람이 불면 마른 잎이 서로 부대끼면서 달그락 달그락 메마른 소리를 낸다. 배낭을 벗어놓고 가만히 서 있으면 그 울림은 더 가까이 다가온다. 마치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 같다.

이는 겨울 산의 또 다른 맛이다. 아무리 두터운 옷을 껴 입어도 잠시만 걸음을 멈추면 추위가 파고 든다. 그때 들리는 달그락거리는 마른 나무잎 소리는 살을 에는 추위처럼 어지럽다.

겨울에 들어선 영천 천장산(天丈山). 자옥산에서 도덕산을 거쳐 천장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상록수가 거의 없다. 그래서 산 전체의 분위기가 꽤나 어둡다.

낙동정맥을 벗어나 천장산을 오르는 길은 입에 단내가 날 만큼 가파르다. 그러나 정상의 조망은 좋다는 말로는 다 표현 못할 정도로 멋지다. 취재팀은 그 전망대의 이름을 천장대라고 붙였다.

산행코스는 옥산서원 주차장(독락당)~연광사~도덕암~도덕산~마당바위~낙동정맥 갈림길~배티재~천장대~천장산(694.8곒)~벌목지대~묵은 임도~삼계마을~월성마을~석계리. 6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옥산서원 정류장에서 내리면 도덕산 등산안내도가 있다. 전통농사 체험장을 지난다. 오른쪽에 옥산천이 흐른다. 300곒쯤 가면 자옥사 이정표가 섰다. 왼쪽에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국보 제40호 정혜사지 십삼층석탑이 보인다.

연광사 앞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빠진다. 물론 바로 앞 저수지 둑을 보고 직진했다 왼쪽으로 꺾으면 도덕암으로 갈 수 있다. 개울을 건너 작은 골짜기에 들어서면 도덕암 입구 이정표가 있다. 여기까지 15분.

암자 오르는 산길은 호젓하다. 가장 뚜렷한 길을 따라가면 된다. 능선에 오르면 무덤이 있다. 이때쯤 목탁 소리가 들린다. 도덕암이 가까워지면 임도와 만난다. 도덕암 입구 이정표 갈림길에서 임도를 따라와도 된다는 얘기다. 임도따라 10분이면 도덕암에 닿는다.

도덕암에서는 돌탑을 보고 오른다. 정상까지는 0.9㎞. 산신각 앞을 지나 5분이면 이씨묘가 나온다. 30분 정도 제법 가파른 길을 오르면 중간에 직사각형으로 생긴 전망대가 있다. 사각바위이다. 3곒정도 높이로 오르기가 만만치 않지만 전망은 확 트인다. 봉자산 뒤로 비학산이 멀리 보이고 왼쪽에는 지난 봄 소개한 침곡산이 우뚝 섰다.

곧 갈림길을 만난다. 자옥산 1.9㎞, 도덕암 0.9㎞ 이정표가 있다. 오른쪽으로 30곒 앞이 도덕산(702곒) 정상이다. 평상처럼 널찍한 전망대가 하나 있다.

능선을 따라 직진한다. 낙엽 덮인 길이라 발걸음을 조심해야 한다. 낙엽을 보고 무심코 발을 디디면 푹 꺼져 발목을 다칠 수 있다. 도덕산에서 10분이면 삼거리. 여기서부터 낙동정맥과 이어진다.

서서히 내리막에 접어들다 경사가 완만해진다. 능선끝에서 길은 갈라진다. 오른쪽으로 가면 낙동정맥이고 왼쪽으로 내려서면 천장산 가는 길이다.

일단 천장산 가는 길로 접어들면 경사가 급해진다. 잔 자갈이 많아 미끄럽다. 30분 정도 내려서면 안부. 이곳은 배티재이다. 눈치 빠른 산사람이라면 낙동정맥을 벗어난 내리막에서 앞을 당당히 가로막는 천장산의 오르막을 보았을 것이다.

천장산으로 뻗은 임도는 두 갈래. 더 가파른 길을 택한다. 150곒 정도 오르다 임도를 버리고 산길로 직진한다. 주로 산비탈을 오를 때는 지그재그로 난 길이 많지만 천장산 길은 곧바로 치고 오른다. 성벽처럼 버틴 바위절벽을 만나면 오른쪽으로 에돈다. 정상까지는 약 1시간 이상을 기어가다시피해서 올라야 한다.

능선에 닿으면 백씨묘가 있다. 오른쪽 50곒 앞이 천장산 정상이다. 11시 방향으로 기림산, 기림산 뒤로 보현산 천문대가 아스라이 보인다. 2시 방향에 솟은 봉우리가 봉자산이다.
[독락당 뒤에 있는 정혜사지 13층 석탑(국보 40호). 통일신라때 만들어졌으며 하층 기단이 긴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백씨묘에서 정상가는 길 오른쪽에 전망대 ‘천장대’가 있다. 깎아 놓은 듯 평평한 전망대에서는 포항시내와 동해까지 보인다.

하산은 백씨묘로 돌아와 직진한다. 바로 헬기장이다. 능선을 타고 직진한다. 안부에 내려섰다 650곒봉을 오른다. 다시 20분이면 경주 이씨묘. 정상에서 여기까지는 약 40분.

경주 이씨묘에서 20분 정도 서서히 내려서다 안부에서 왼쪽으로 90도 꺾는다. 묵은 임도가 있다.

임도를 따라 5분쯤 걷다보면 조심해야할 구간이 나온다. 산사태로 길이 쓸려나가 폭 2곒정도의 골짜기가 만들어졌다. 밧줄을 준비하면 편하게 지날 수 있다.

삼계마을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마을을 지나 콘크리트 포장길 삼거리에서는 오른쪽으로 튼다. 삼거리에 오후 3시30분 이전에 도착하면 영천행 군내버스를 탈 수 있다. 석계마을 정류장까지는 1시간쯤 걸어야 한다. / 글·사진 김용호기자

/ 산행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051)500-5150, 245-7005



떠나기 전에
도덕산은 근교산을 찾는 산사람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천장산(天丈山)은 산길이 한적하다.

천장산은 의병장 문병이 항거한 곳이다. 1592년(선조 25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천장산에서 의병(義兵)을 모집하여 영천(永川)에서 적을 화공(火功)으로 섬멸했다.

회재 이언적은 낙동정맥이 흘러가는 도덕산 기슭 옥산골에 41세에 낙향하여 보물 413호인 독락당을 짓고 산과 바위에 이름을 지어 생명을 불어 넣었다. 사산오대(四山五臺)로 동-화지산, 서-자옥산, 남-무학산, 북-도덕산과 옥산서원 앞의 세심대 관어대 영귀대 탁영대 징심대 등이 그것이다.

독락당~13층 석탑~안부~도덕산~도덕암~독락당으로 내려오는 3시간의 도덕산 산행을 하고 가족과 함께 옥산서원을 둘러 보아도 좋을 것이다. 도덕산~천장산은 긴 산행으로 교통편에 유의해야 하며 식수는 미리 준비를 하자. 특히 겨울산행에서는 손전등 챙기는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교통편
부산 노포동 종합터미널에서 경주행 버스를 탄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경주에서 옥산서원으로 향하는 203번 좌석버스가 오전 8시40분에 출발하므로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시각 이전에 경주에 미리 도착해야 한다는 것.

버스요금은 900원이고 1시간 정도 걸린다. 203번 좌석버스 다음 버스는 11시50분이다. 겨울에는 산행 시간을 맞추기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유의해야한다.

만약 이 버스를 놓쳤다면 일단 안강까지 가서 택시를 타고 옥산서원까지 가야한다. 안강~옥산서원 택시비는 7천원 정도.

석계마을에서 영천으로 향하는 버스는 약 30분 간격으로 다닌다. 요금은 1천2백원. 영천에서는 부산까지 오후 5시10분, 6시20분, 6시45분, 그리고 7시50분에 막차가 있다. 요금은 6천6백원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