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금대산（847ｍ）을 오르노라면 지리산 쪽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게 된다.

「코끼리의 등짝 위에 올라탄다고 해서 코끼리의 모습 전체를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아니듯, 동서로 180리를 달린다는 지리산의 조망도 이와 비슷한 거로구나」하는 생각이 그 와중에 깊은 인상으로 남는다.

함양 금대산은 지리산에 얽힌 사연과 설화가 많은 산이다. 임천강 줄기를 경계로 지리산의 주능선을 바로 눈앞에 마주 대하고 선 지형부터가 그렇다. 날만 어둡거나 흐리지 않다면 가장 멀리 떨어진 노고단 정도를 빼고는 거의 모든 지리산의 주봉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전망대가 금대산이다.

「제일금대（第一金臺）」. 정확한 출처는 알 수 없으나 금대암（金臺庵）의 스님이 내민 자료에는 금대산의 옛 별칭이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영신대 종석대 만복대등 이름 끝에 대（臺）자가 들어가는 지리산의 조망 좋은 봉우리들 중 그 경치가 으뜸이라 하여 붙은 별호라는 설명이다.

다시찾는 근교산취재팀 이창우 산행대장은 『지리산의 모든 주봉들을 일별할 수 있고, 게다가 주요계곡들까지 한 눈에 볼 수있다. 이같은 전망대는 지리산 어디에서도 매우 드물다』고 평가했다. 지리산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 앉아있는 인근의 삼정산의 경우 주능선과 너무 붙어 있어 봉우리와 봉우리가 서로 겹쳐보이는 단점이 있다는 얘기다.

취재팀은 금대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1㎞ 가량 떨어진 백운산（902.7ｍ）으로 산행로를 연결해 「함양 금대산∼백운산코스」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산행시간은 6시간∼6시간30분. 백운산을 넘어선 뒤 전남 남원시 상황마을까지 이어지는 하산로가 예상밖으로 길어 산 높이에 비해 소요시간은 긴 편이다.

산행경로는 함양군 마천면 의탄면 금계마을∼마을 뒤 노송앞 갈림길∼（산길진입）∼금대암∼금대사∼백운산∼백운암∼전남 남원시 산내면 상황마을∼하황마을 하산.

함양에서 추성리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 추성리 들어서기 직전 의탄마을에서 하차한다. 오른쪽으로 「금계마을」이라는 표지석이 보인다. 이 일대는 풍수지리에서 매우 높이 치는 「금계포란형」의 명당이라고 전해진다. 폐교된 마천분교 의탄분교장 앞을 지나 마을로 들어선 뒤 50ｍ 직진하면 새마을창고앞에서 길이 좌우로 갈라진다. 오른쪽 콘크리트 포장로로 올라선다. 5분만 올라가면 Ｔ자형 갈림길인데 비포장인 왼쪽길을 택한다. 멋들어진 노송 한그루 앞에서 왼쪽을 향해 「직각」으로 꺾이는 논둑앞 농로로 들어서야 한다. 이 농로의 오른쪽으로 뚫린 소로로 들어서면 낭패를 보게 되므로 주의한다.

논둑 밭둑앞을 가로질러 맞은 편 산자락에 올라서면 오른쪽으로 오른막길이 나선다. 이 길을 올라서면 밭이 길을 가로막는다. 원래 이 밭 지대 왼쪽으로 산길이 나있었으나 칡덩굴이 너무 짙어 사람이 걷기 버겁다. 조심스럽게 밭둑을 타고 20ｍ만 가면 금계암으로 향하는 산자락 오솔길로 올라붙을 수 있다. 그 뒤로는 옛 산길의 흔적이 또렷한 편이다.
점점 숲이 짙어지는 산길을 타고 1시간 가량 올라서면 산길이 넓고 평평해지면서 「세심정（洗心井）」이라는 샘터를 만난다. 물이 맑고 풍부한 오래된 산속 옹달샘이다. 세심정에서 5분만 올라서면 금대암에 도착한다.

절의 터는 꽤 오래 전에 닦였다. 신라말 도선국사와 고려말 진감국사가 수도했다는 설화가 남아있다. 지금의 절은 조선 후기 때 세워졌다는 것이 절을 지키는 스님의 설명이다. 절 치고 이다지도 지리산 조망이 좋은 곳도 드물 것이다. 지리산 주능선을 숫제 병풍으로 삼고 있다. 절에는 문화재 3점이 있고 오랜 전설도 많아 머물렀다 갈 만하다. 이 절에서는 정부가 추진중인 지리산식수댐 반대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나한전 뒤로 난 가파른 산길을 따라 30분 정도면 금대암 정상에 올라선다. 중간중간 바위전망대를 기어오르다보면 실제 소요시간은 더 걸린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금대산 암봉 정상에 올라서자 「감동의 물결」이 밀려온다. 『왼쪽 끝에서부터 상내봉 새봉 쑥밭재, 두류봉 하봉 중봉 천왕봉 제석봉 촛대봉 영신봉 칠선봉 덕평봉 벽소령 형제봉 반야봉 만복대 고리봉 세걸산 바래봉을 거쳐, 지리산 대종주의 마지막 봉우리인 덕두산까지, 노고단만 빼고는 다 보여！』 이창우 산행대장이 주문이라도 외듯 산세를 설명한다. 게다가 광점골 칠선계곡 국골 광대골 한신계곡과 지곡등 눈 밝은 사람이라면 지리산 주요계곡들의 흔적까지 일별할 수 있다. 병풍도 이런 병풍은 없지 싶다.

정상에서 진행방향 기준 직진해서 내려서면 성가신 수풀길을 거쳐 1시간 정도면 이웃 봉우리인 백운산에 오른다. 백운산 안부의 묘지 1기를 통과해 30분 정도 뚜렷한 산길을 내려오면 계곡으로 떨어지는 길과 오른쪽으로 꺾여 산사면을 타고 길이 갈라지는 지점이다. 여기서 국제신문 리본을 잘 확인해 반드시 오른쪽 길로 가야한다. 25분 잘 닦인 등산로를 내려가면 오른 쪽으로 손질이 잘 된 무덤 1기가 보인다. 길을 이탈해 이 무덤 뒤로 내려서면 5분 만에 전남 남원에 속하는 백운암에 도착한다.


# 교통편

우선 경남 함양까지 먼 길을 가야한다. 부산 사상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진주까지 간 뒤, 진주에서 시외버스로 함양에 들어가면 차 시간의 구애를 덜 받는다. 부산∼진주 10분 간격 운행. 4천9백원. 진주∼함양 10분 간격 운행. 4천1백원.

함양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리면 함양교통 터미널까지 걸어서 5분 거리. 여기서 추성리행 버스를 타면 된다. 의탄 하차. 오전에는 30분 간격 운행. 1천8백원.

전남 남원시 하황마을로 하산하면 시외버스가 다니는 산천식당앞 도로까지 걸어나와 함양행 버스를 탄다. 30분 간격 운행. 오후 8시 막차. 1천5백원. 함양∼부산 직행노선은 일찍 끊기므로 우선 진주까지 나온다. 오후 9시 막차. 진주∼부산간 정규노선이 끊기면 밤 10시 11시 자정에 출발하는 심야버스를 탈 수 있다. 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