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 많은 외길…가볍게 산행

고성벌판과 당동만 당항포만으로 둘러싸인 거류산(570.5m)은 경남 고성군의 진산으로 일명 고성의 `마터호른'으로 불린다. 이는 거류산이 스위스 알프스에 깎아지른 듯이 삼각형 모양으로 서 있는 산, 마터호른을 닮았기 때문

거류산은 등산코스로도 다른 산들에 비해 매력이 뛰어나 부산 마산 울산 통영 등 각지에서 온 등산객들의 발길이 사철 끊이질 않는다. 게다가 해안도로로 드라이브를 즐기러 왔다가도 산의 풍치에 반해 평상복 그대로 산에 오르는 사람들도 흔히 눈에 뜨인다.

산행은 감동마을에서 시작을 한다. 차를 가지고 갔다면 이 마을 입구에 있는 동부농협 외곡지소앞에 주차시키면 되고 버스도 역시 농협앞에 하차한다.

차에서 내려 도로를 건너 감동마을로 들어간다. 코스는 산의 모양새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외길로 단순해 길에 대한 염려를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

500m 가량 길을 가면 시멘트포장길이 사라지고 곧 마을도 끝난다.

마을이 끊기는 지점에서 산아래를 보면 큰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공적비 1기와 등산로안내도가 설치돼 있다.

안내도를 보면 현위치와 등산로가 잘 나와있다. 정상을 확인하고 하산지점인 월치(달티)고개를 머리속에 그려넣는다. 이 지점에서 옆으로 난 임도를 따르지 말고 10m쯤 위에서 바로 산길로 접어든다.

200m쯤 오르면 오른편에 그다지 크지 않은 저수지가 하나 있고 30분 가량 오르다 등산로에서 30m 왼쪽으로 들어가면 감동봉에 서게 된다. 구절봉이 송편처럼 마주서 있고 좌우로 당동만과 당항포만을 끼고 있다. 되돌아 나와 산행로를 계속 탄다.

10분 정도 주위의 경치를 즐기면서 걷다보면 암벽군을 만난다. 산의 모습에 넋을 잃고 한참을 구경하다가 바위사이로 오른다. 좀전의 감동봉보다 사방이 탁 트여 시야가 더 좋다. 여기에 서 있는 표지판을 확인하면 정상까지는 1.5Km, 하산지점인 월치고개까지는 5.8Km다.

100m앞에 철제사다리가 있다. 하산하는 동안 이런 철제사다리를 12개 건넌다. 사다리를 건널때의 기분은 꼭 소풍나온 아이처럼 기분이 명랑해진다.

300m앞에 옥봉이 보인다. 옥봉 오르는 길가엔 진달래 군락지가 있어 이 곳에 꽃들이 피었을때 바다색과 어울려 얼마나 화려하고 환상적일지 짐작이 간다. 옥봉 오르는 길은 급경사에 가까울 정도로 가파르지만 짧아 그다지 힘이 들지는 않는다. 산 전체에 야산이 갖춰야 할 소나무 진달래 암벽 등이 다 있지만 특히 옥봉은 비경덩어리 그 자체인 것 같다. 옥봉 봉우리 못미쳐 두번째 철제 다리를 건너면 암벽타는 재미가 그만이다. 벼랑을 오르면 당동만이 눈 아래 내려다 보이는 너른 마당바위.

마당바위에서 조금 쉬었다가 돌아나와 거류산정상으로 향한다. 곧 내려가는 사다리와 오르는 사다리를 거친다. 큰 바윗덩이같은 봉우리를 지나면 또 내려가는 사다리를 만난다. 능선의 진달래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당항포만의 바다색은 동해바다와는 달리 고요하고 아늑하다.

곧 거류산 정상이다. 옛적 한 할머니가 저녁밥을 짓다 밖에 나오니 산이 하나 걸어가고 있어 `게 섯거라!'고 소리치니 지금의 자리에 멈췄다. 그래서 걸어가던 산이라 해서 거류산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이 있다. 구경할 것 다 구경하고 뉘엿대며 걸어도 1시간45분 만이다. 정상엔 바다색을 닮은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옆엔 옥샘이 얼음덩어리를 품은 채 거의 말라있다.

정상이 뱀의 머리부분이고 가려리쪽으로 내려가는 산자락이 꼬리부분 형상으로 생겼다. 또 정상에서 두호(頭湖)마을(일명 머릿개)쪽으로 난 바위부분이 범의 머리형상을 하고 있다. 당항포만에서 고성벌로 들어가는 수로의 윗마을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임란때 왜적의 선발대가 지형을 탐지하러와 군사지도를 만들었다. 그 사실을 안 고성의 을선이라는 기생이 그 선발대장에게 술을 먹여 두호마을앞에서 끝나는 당항포만을 고성벌을 지나 고성만으로 연결되는 것처럼 지도를 조작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왜적선들이 그 지도를 들고 고성벌로 들어오다 아군에 의해 전멸됐다는 것. 왜군의 시체가 당항포만에 둥둥 떠다닌다해서 그 마을이름이 두호마을로 명칭됐고 그 아래 마을은 왜군들이 속았다해서 지금도 쏙씨개마을로 불린다.

정상에서 앞능선을 보고 산행길을 잡아 20m앞에서 왼쪽 아래로 내려간다. 오른 편 아래로 가면 샘이 있는 무재터골로 가는데 그 쪽으로 자세히 보면 흔들바위가 돌출돼 있다. 그러나 흔들거리지는 않는다고 한다.

곧 경남문화재자료 제90호인 거류산성을 만난다. 300m아래 무덤이 한 기 있고 거기서 산성을 넘어 계속 아래로 내려간다. 50m 아래에 약수터 0.3Km라는 표지판이 있고 왼쪽 아래로 내려가면 당동리로 빠진다. 500m 더 가 길이 갈라지는데 그대로 직진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하산길. 오른 편 아래로 고성만이 너른 벌을 끼고 있다. 여기서 500m 더 가면 정자가 하나 있고 정자에서 왼편 아랫길을 따르면 장의사라는 절이다.

벽방산이 손에 잡힐 듯 정면으로 서 있다. 사다리를 7개 더 거치면서 하산지점인 달티고개까지 40분 소요된다. 별 어려움없이 그냥 길을 따르면 고갯마루 도로에 선다. 산행시간은 4시간30분 가량 걸린다.

산행을 마쳤다면 그 유명한 당동 도다리를 맛 볼 시간적인 여유는 있다. 길을 건너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거나 지나는 차를 세워 타고 당동에서 내린다. 그렇지 않으면 만포장횟집(055-673-1801·대표 서판기)에 전화를 하면 차가 태우러 온다.

만포장횟집은 주인의 개인 어장에서 나온 고기를 사용하고 있어 다른 집에 비해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모든 회가 자연산이다. 특히 당동도다리는 예전부터 식도락가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다. 양이 푸짐해 1인당 1만원 정도면 회와 밥 그리고 술도 곁들일 수 있다.

# 교통편

부산서부터미널에서 고성버스터미널행 시외버스가 오전5시40분부터 오후8시20분까지 16분 간격으로 있다. 고성에서 감동마을행은 오전8시30분, 9시5분, 9시45분, 10시45분 등 낮시간대엔 대략 한시간에 1대씩 있다. 승용차로 간다면 서마산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