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백일제 올린 곰바위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려면 천자봉에서 안민고개까지 타 봐라'.
근교산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베테랑산꾼들이 하는 말이다. 그만큼 이 코스는 능선이 트여 전망이 좋고 산행의 묘미가 뛰어난 산이다.

이 등산로는 지난 해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출입이 통제됐다가 6월부터 개방되었다. 그러나 뙤약볕이 내리쬐는 더운 날엔 이 코스를 피하는게 좋다. 산행구간 거의 키 큰 나무가 없고 초원을 걷는 듯 낮은 잡목이 많아 햇빛을 가릴 곳이 적기 때문.

산행은 진해 어은동에서 시작한다. 부산 시청앞에서 출발, 남포동 대신동 하단동을 거쳐 용원까지 가는 (58)번 버스를 타고 용원선착장 들어가기 직전 도로에서 내린다.

이 버스정류장에서 (105)번 진해시내버스로 갈아타고 어은동버스정류장에 하차, 청룡암으로 시멘트길을 따라 간다.

산행은 청룡암앞에서 시작하는데 산행구간에 샘이 두어군데 있으나 식수로 사용하기에는 부적당하므로 절에 양해를 얻어 수통을 채운다. 절앞에는 야외 식탁처럼 만들어진 평상이 놓여져 있다. 이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40분 정도 오르막뒤에 무덤과 키 작은 잡목이 무성한 평지가 나오고 10분쯤 더 가면 큰 비석이 나타난다. 20-30분쯤 더 오르다 제법 큰 바위사이로 들어가면 시야가 활짝 열린 곳이 나오는데 여기가 천자봉(天子峯.693.8m)정상. 천자봉은 웅산에서 남쪽으로 뻗어나간 산지로 웅산(熊山)-천자봉-부자봉(夫子峯)-대발령-행암반도(行岩半島)로 이어진다.

천자봉은 예부터 진해시를 에워싼 산세로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어 명나라 태조 주원장, 조선 태조 이성계, 주(朱)씨, 천자(天子), 일본으로 간 도공 등과 관련된 전설이 많다.

천자봉을 지나 능선을 타면 조그만 바위를 여럿 지나는데 비가 오거나 물기가 있을 때는 미끄러우므로 조심한다. 여기를 벗어나면 무릎이나 가슴까지 오는 잡목길이 30분가량 이어지고 평지에 의자가 설치돼 있는 등산로휴식처가 나타난다. 길쭉한 의자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 아주 넓고 때깔나는 초지 가운데 앉아있는 기분이다. `아, 이렇게 전경이 아름다워 이 코스를 타봐라고 권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휴식처에서 시루봉까지는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지만 계단을 오르지않고 계단아래에서 오른쪽 등산로로 접어들면 능선을 우회하므로 그늘이 있고 짙은 녹음내음에 폐부 깊숙히 신선한 공기가 채워지는 것 같다. 10분쯤 가다 이 길을 계속 따르지 말고 계단쪽으로 올라간다. 그래야만 유명한 시루봉을 볼 수 있다. 이 길을 잡으면 조그만 옹달샘이 있으나 물을 마시기에는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아까의 계단과 만나면 곧 시루봉(693.8m)이다.

웅산 곰메 곰실바위 곰바위 시루바위라고도 불리는 시루봉은 조선조까지 산신제가 올려진 곳이고 명성황후가 세자의 무병장수를 비는 백일제를 여기까지 와서 올렸다고 전해진다.

곰바위에서는 일본 대마도를 바라볼 수 있어서 조선시대 일본으로 내왕하는 통역관과 진해에 살던 기생 아천자(阿天子)와의 애달픈 사랑이야기가 남아있는데 일본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연인을 아천자가 시루봉에 올라 대마도를 바라보며 그리워했다는 것. 특히 곰메는 안민고개로 가면서 바라보면 영락없는 여자의 젖가슴이다.

시루봉에서 능선을 따라 20분쯤 가다 오른 쪽 능선으로 방향을 틀어 걷는다. 아래로 곧장 내려가도 진해시로 들어가나 안민고개로 가는 아름다운 능선을 즐기기 위해서다. 여기서 하산지점인 안민고개까지는 무릎까지 올라오는 나무가 없다. 산행길을 심심치 않게 해주는 바위가 군데군데 있을 뿐. 30분쯤 가면 바위밑에 물이 고여있는데 바위밑에서 솟아나오는 이 물은 가뭄때나 장마때나 항상 똑같은 수량을 간직하고 있다.

거진 하산지점이 다 되어갈 때 쯤 능선 바로밑에 시커먼 굴이 있는데 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자살특공대가 이 굴에 전투기를 숨기고 있다가 바다에 떠 있는 연합군함대에 비행기를 몰고가 부딪쳤다고 전해진다. 돌아온 코스를 뒤돌아보면 시루봉아래와 또 그 밑 야산정상에 허옇게 표시된 부분이 3군데 있는데 거기는 해병부대에서 돌을 쌓아 `해'`병'`혼'이라는 글자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 한다.

안민고개로 내려서면 아스팔트길. 오른 쪽으로 내려가면 안민동이고 왼쪽으로 길을 잡아가는데 진해시와 창원시의 경계석이 있다. 만약 여기서 장복산으로 가려면 경계석 전에 있는 구멍가게 건너 산 초입에 `불조심'이라는 표지를 보고 산으로 오르면 장복산행 길이 나온다.

경계석에서 200m쯤 도로를 따라 걸으면 길옆에 정자처럼 만든 휴게소가 나오고 여기서 100m쯤 더 가다 길 아래 산길로 내려간다. 10분쯤 동네로 내려가면 조그만 암자인 장복암과 문수암을 거쳐 대로를 만나고 길 건너면 경호시장으로 접어든다. 피곤하다면 시장내에 있는 경호탕에서 몸을 풀고 시장 끝까지 내려가 도로 건너있는 버스정류소에서 (105)번 버스를 타고 용원에서 내려 (58)번 버스를 갈아타고 부산시내로 돌아온다. 산행시간은 7시간 정도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