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런 5월을 맞아 국제신문 근교산팀은 역사의 숨결이 흐르고 오묘한 산세가 공존하는 산길을 찾았다. 경북 경주시 여근곡(女根谷)-오봉산(五峰山.688m)-부산성(富山城.729.5m)코스. 밟는 곳마다 1천3백여년전 전설과 역사의 향기가 오롯하고 산세와 조망도 이에 뒤질세라 수려하고 독특한 맛을 풍기는 보기 드문 산길이다.

그런데 취재팀은 이번 답사산행에서 매우 곤혹스런 상황에 부닥치고 말았다. 산행을 전.후반부로 나눴을 때 후반부는 낙동정맥 종주산행로에 해당한다. 애초 오봉산을 넘어 이 낙동정맥구간까지 코스에 포함시키려했던 취재팀은 심각한 낙동정맥 훼손실태에 경악하고 말았다. 낙동정맥구간은 고랭지채소밭과 벌목 철조망 등으로 산행의 의미를 찾기 힘들 만큼 파헤쳐지고 상처받은 상태였다


취재팀은 고심끝에 주말 가족산행지로 훌륭한 면모를 갖춘 여근곡-오봉산 산행로를 제1코스로 분류해 소개하고 나머지 코스는 참고로 독자들께 전하기로 결정했다.



산행의 기점은 경주시 건천읍 신평2리마을. 4호 국도상의 이곳 버스정류장 이름은 통상 여근곡입구라 불린다. 산행경로는 기점-유학사(암자)-여근곡-오봉산-주사암(朱砂庵)-산내면 송선1리로 하산하는 길이 제1코스로 3시간30분 정도 소요. 주사암 통과후 하산길을 무시하고 고랭지채소밭 사이를 거쳐 부산성 정상-벌목지대-종묘장을 거쳐 임도로 내려온후 송선2리로 하산하는 산행길은 6시간 가량 걸린다.

여근곡입구(신평2리) 버스정류장에서 차를 내리면 국도 4호변에 여근곡건강타운이라는 식당건물과 큼직한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 건물 반대편 포도밭사이로 난 콘크리트길을 따라 마을로 방향을 잡는다. 멀리 여성의 특정신체부위를 닮았다는 여근곡이 뚜렷히 보인다. 여기서 10분쯤 걸어 마을 끝까지 가면 비포장길이 시작된다.

여기서 마을 길가 표지판을 참고해 유학사쪽으로 간다. 5분 더 들어가면 솔숲 길이 열리면서 작은 사찰 유학사 경내에 들어 선다.

앞마당엔 여근곡에서 솟아나는 신비의 샘물인 옥문지(玉門池)의 약수를 끌어들인 급수시설이 있어 얼마든지 물을 구할 수있다. 절 마당을 건너 산속 오솔길로 접어들면 여근곡이다. 이곳은 신라 선덕여왕 5년(636년) 여왕이 놀라운 예지로 백제 매복군을 섬멸했다는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이 계곡등산로는 시종 습기가 많아 눅눅하고 각종 풀과 활엽수가 밀림처럼 무성해 신비한 땅기운의 실체가 느껴진다. 쭉 이어지는 지그재그 오르막을 쉼없이 오르는 길로 능선안부까지 1시간 남짓 걸린다.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5분정도 가면 툭 트인 바위전망대가 있다. 정면으로는 신라 화랑들이 말을 달렸을 부산성의 넓직한 평원이, 오른쪽으로는 아담한 오봉산 정상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굴곡이 좀 있지만 시원하게 난 능선길로 15분 정도 전진하면 난데없이 시멘트포장길로 올라선다. 이 길을 몇발짝 걷다 오른쪽으로 난 오르막 샛길로 올라서면 오봉산 정상. 정상에 주사암이라는 작은 사찰이 있다. 1천3백여년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만만찮은 연륜을 자랑한다. 바위사이에 터를 잡은 고즈넉한 암자는 한폭의 동양화다. 주사암 뒤편 봉우리들과 환상적인 조망을 연출하는 마당바위등에선 뜻밖에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주사암에서 정상바로 밑 주차장까지 돌아나와 오른쪽 길로 내려서면 부산성 방향. 채소밭 사이를 통과해 10분 정도 내려서면 숲속 갈림길이다. 여기서 왼쪽으로 빠지면 임도에 내려선 뒤 산아래 송선1리까지 연결되는 하산로다.
부산성 돌담성벽과 밭둑사이길을 통과한 뒤부터는 고랭지밭 개간으로 인해 등산로가 실종됐다. 능선으로 무조건 올라붙는다는 기분으로 `밭둑산행'을 해야 한다. 주사암을 출발한 시간을 기준으로 1시간 넘도록 밭둑과 군데군데 용케 살아남은 산길을 지나자 부산성의 정상지점이다.

부산성 정상을 지나도 산길을 잡아먹은 고랭지밭이 이어지다 20여분후에야 모처럼 숲으로 접어들지만 40여분 이후엔 산이 온통 파헤쳐진 벌목지대. 국제신문리본을 붙여가며 겨우 숲을 벗어나자 사유지내 종묘장으로 내려선다. 그러나 종묘장 뒤편 봉우리 전체가 가시철조망에 막혀 도저히 전진할 수가 없다. 취재팀은 산행을 포기하고 종묘장 왼쪽 흙길을 통해 임도로 내려섰다. 국토의 기가 흐르는 정맥이 끊기고 파헤쳐지고 있는 현장은 취재팀의 발길을 무겁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