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바위 아패 허리를 숙이고 들어갔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지리산 천왕봉. 오호라 지라망문이로다!]초겨울 산행이라면 산청군 신등면과 신안면 경계에 있는 둔철산(屯鐵山·811곒)을 찾아가 볼 만하다. 가림 없이 암릉과 흙길이 뒤섞인 매혹적인 산세를 즐길 수 있는데다 옅은 산길도 뚜렷이 드러나 산행을 잇기에 그만이다.
산행코스는 ‘자신마을 버스정류소(3번국도)~범학마을회관~밤나무밭~바위통로~지리망문~헬기장~둔철산~삼거리~바위전망대~밤나무 단지~심거 버스정류장(3번국도)’으로 이어진다. 산행시간은 4시간 30분 내외.
원지에서 산청행 완행버스를 타고 가다 자신마을 앞에서 내린다. 3번 국도상이다. 도로 너머에는 ‘자신마을’ 표지석이 보인다. 도로 따라 산청방면으로 30여곒 걸어간다. ‘범학리’ 표지석을 만날 수 있다. 표지석을 따라 오른쪽으로 꺾어 마을로 들어간다. 공사 중인 도로 아래에 닿는다. 당산나무인 팽나무 옆에는 ‘습정 유래’라는 석비도 보인다.
도로 아래 터널을 지나면 산양정미소 앞 사거리다. 오른쪽으로 틀어 50여곒 가면 016 중계기가 나타난다. 길을 계속 좇으면 범학마을 경로회관 앞 삼거리에 닿는다. 큰길을 버리고 왼쪽 좁은 길로 들어간다. 컨테이너 박스를 지나 왼쪽으로 가면 녹색 기와를 얹힌 가옥이 한 채 보인다. 대숲길을 지나면 청색 기와집 앞 삼거리다. 왼쪽 너른 길로 30여곒만 오르면 논길이 시작되는 삼거리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산으로 붙어야 한다. 왼쪽은 논길을 따라 인근 마을로 넘어가 버린다.
곧 밤나무밭이 시작된다. 50여곒 올라가면 사거리다. 등산로는 가운데 희미한 길. 좌우측길은 모두 밤나무밭으로 스며든다. 콘크리트 수로를 만난다. 수로를 타고 잠시 따라가면 왼쪽으로 슬그머니 올라서는 오솔길이 있다. 이곳에서 밤나무밭은 끝이 나고 푸른 소나무가 향연을 벌인다. 잘 정리된 무덤 길섶을 지나면 솔향이 가득하다. 몇 차례 갈래길이 나오지만 계곡을 따라 가장 뚜렷한 길로 든다. 10여 분 오르면 삼거리다. 다음 길은 오른쪽. 왼쪽으로 무덤 2기가 보인다면 제대로 찾았다. 30여곒를 오르면 석축을 한 무덤이 또 있다.
개울을 건너자 계곡이 왼편으로 따라온다. 10분 정도 오르면 길이 왼쪽 계곡을 건넌다. 계곡을 건너면 능선으로 치고 오르는 길이 기다린다. 오르막은 짧은 바윗길이다. 10분 정도 오르면 깨끗하게 단장된 합장묘가 있다.
길이 가팔라지는가 싶더니 곧 능선길이다. 5분 정도 능선을 따르면 기묘한 바위 통로를 만날 수 있다. 높이 2곒 가량되는 두 바위기둥에 큰 바위가 얹혀 있다. 이를 통과해 오른쪽 오르막으로 튼다. 10여곒만 올라붙으면 큰 너럭바위가 기다리고 있다. 너럭바위를 올라서니 웅석봉 천왕봉 등 산청지역의 높은 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너럭바위 한켠에는 누군가가 만든 영단(靈壇)이 있다.
영단을 지나 50여곒 가량 올라가면 경주 최씨묘다. 무덤을 지난다. 인적이 뜸해지고, 길은 옅어진다. 제법 가파른 길이 시작된다. 10분 가량 올라가자 큰 바위가 앞을 가로선다. 좌우를 잘 살피며 올라보자. 바위를 넘어서면 놓칠 수 없는 볼거리가 있다. 대형바위가 바위 사이에 살짝 뜬 공간에 한 사람이 들어가면 딱 알맞은 자리가 있다. 이곳에 들어가 보니 곧추선 지리산 천왕봉이 눈에 들어온다. 그야말로 지리망문(智異望門)인 셈이다.
지리망문에서 되돌아 나와 30여분 바윗길을 계속 간다. 급하게 곧추선 암벽이 앞을 가로 막고 있다. 조심스레 올라서니 또다른 암벽이 길을 가로막는다. 취재팀은 이곳에서 직접 오르는 길과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길을 냈다. 암벽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면 직접 올라도 좋다. 그러나 일반 산악동호인이라면 오른쪽으로 돌아가도록 한다. 돌아가는 길도 경사가 심해 생각보다는 만만찮다.
이 암벽이 마지막 암릉이다. 이를 지나면 흙길이 시작된다. 암벽을 넘어서니 안부 건너 오른쪽으로 살짝 돋은 봉우리가 있다. 이곳이 둔철산 정상이다. 20분 가량 가면 헬기장.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오른쪽으로 가면 10분 뒤 둔철산 정상에 오른다.
‘우리를 늘 맑고 푸르게 하소서’라 적힌 정상석이 산꾼을 맞이한다. 정상조망은 산청을 한눈에 담아준다. 경호강 맑은 물줄기가 산청시내를 가르고 그 뒤로 정수산 왕산 필봉산 등 산청의 고산들이 방벽을 쌓고 있다.
하산을 시작한다. 정상석을 바라볼 때 오른쪽이다. 100여곒 내려가면 삼거리봉이다. 오른쪽으로 꺾어야 한다. 왼쪽은 외송까지 이어가는 길.
10여분 오르내리면 바위전망대에 이른다. 이즈음부터는 너른 길만 따르면 된다. 타 산악회의 리본이 눈에 띄고 암벽에 스프레이를 뿌려 그린 화살표도 있어 길 찾는데 큰 도움이 된다.
길이 느긋이 내려간다. 30분 정도 지나면 급격한 내리받이다. 10여분 정신없이 떨어지면 개울을 만난다. 계곡길 끄트머리에는 너럭바위로 이루어진 폭포도 보인다. 폭포를 지나면 밤나무밭. 임도를 따라 심거마을까지 30분이면 충분하다. 옥궁모텔을 지나 도로(3번국도)까지 내려온다. 도로를 건너 왼쪽 30곒 즈음에 버스정류소가 보인다. / 글·사진=박병률기자
/ 산행대장 이창우(www.yahoe.co.kr)/ 문의=245-7005
▶ 교통편
부산 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진주까지 버스를 탄다. 약 10분 간격. 요금 4천9백원. 소요시간 1시간30분. 진주에서는 원지행 버스를 탄다. 요금 1천3백원. 소요시간 30분. 산청 혹은 지리산 중산리행 버스가 모두 원지에 서므로 차편이 넉넉하다. 5분 간격으로 출발.
원지에서는 산청행 완행버스로 갈아탄 뒤 자신마을(혹은 범학마을 입구)에서 내린다. 오전 7시25분, 8시, 8시40분, 9시30분, 11시 등에 출발한다. 요금 1천1백50원. 소요시간 15분.
산에서 내려오면 심거마을이다. 심거마을에서는 오후 4시51분, 5시21분, 6시21분, 7시11분께 원지행 버스가 지나간다. 요금 950원.
원지에서 진주행은 늦게까지 있다. 진주~부산 막차는 밤 9시10분. 이후는 심야버스를 이용한다. 원지 신정농협 맞은편 누렁소 식육식당(055-973-9298)에서 두껍게 썬 돼지삼겹살과 육개장을 맛볼 수 있다. 산꾼들에게는 특히 인심을 써 음식이 푸짐하게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