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근교산 취재팀이 지도를 보며 주위를 조망하고 있다. 멀리 수풀로 덮인 비학산 골짜기가 포근하게 느껴진다.]꼭꼭 숨었다 이제야 나타났다. 근교산 취재팀이 경북 포항에서 새로운 산행지를 발굴해냈다. 이번 산행은 온천산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미답지, 괘령산이다.

괘령산은 포항시 신광면과 죽장면 사이에 우뚝 솟은 산으로 낙동정맥의 한 봉우리를 이루고 있다. 괘령산은 지금까지 어떤 산악 가이드북에도 소개된 적이 없다. 심지어 국립지리원의 지도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어느 산보다 더 순수하고 깨끗한 산길을 간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광온천 산행지로 비학산을 꼽는다. 하지만 취재팀은 답사 뒤 괘령산이 비학산보다 신광온천 산행지로 더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동생들의 후광이 너무나 컸던 탓일까. 높이로는 8백고지가 넘는 괘령산이 같은 줄기의 비학산(762곒) 내연산(710곒) 천령산(775곒)에 가려 오랫동안 미답지로 남아 있었다.

이번 산행은 원점회귀 산행이다. 산행코스는 ‘포항시 신광면 반곡리 반곡버스정류장~마북지~당수동~삼거리~검등골~합장묘~괘재령~괘령산(870.3곒)~헬기장~752곒고지~경주 최씨묘~고랭지 채소밭~마을터~마북골~삼거리~당수동’로 이어진다. 산행시간은 6시간~6시간30분. 신광면으로 나가는 국도변에 신광온천이 자리잡고 있어 뜨거운 온천물로 산행에 지친 육신의 피로를 풀기에 좋다.




포항 시내버스정류장에서 신광면 반곡리행 버스를 타고 가다 종점에서 내린다. 버스가 되돌아나가는 이곳에는 부녀회 구판장이 있다. 구판장 옆 도로를 따라 마을을 가로지른다. 반곡교를 지나면 삼지창처럼 갈라지는 삼거리길이다. 그중 가장 오른쪽 길을 택한다. ‘원각사’를 알리는 표지판을 따라 10여분 가면 마북저수지다. 신광면 계곡을 따라 건설된 대규모 저수지로 바다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넓다. 풍광이 좋아 당수동 마을까지 40여분 저수지길은 지루하지 않다. 길 중간에 만나는 700년 됐다는 느티나무는 작은 볼거리.

마을을 가로지르면 곧 농로가 시작된다. 오른쪽으로 계곡을 끼고 10분 정도 걸어가면 왼쪽으로 상마북저수지가 보이는 삼거리에 닿는다. 이곳에서 직진해 200곒 가량 올라가면 또다른 삼거리다. 산비탈을 타고 서서히 오르는 숲길이 들머리다. 삼거리에서 왼쪽 오솔길을 탄다.

길은 아늑하다. 하늘을 짙게 가린 활엽수가 초여름을 앞 둔 한낮에도 햇볕 한줌 들여놓지 않는다. 이따금 시원한 바람이 등뒤를 씻어간다. 오를 듯 말 듯한 완만한 오르막을 따라 40분 가량 올라간다. 합장묘를 지나면 조붓한 길이 뒤를 잇는다. 왼쪽으로는 비학산에서 넘어오는 부드러운 능선이 고개를 내민다. 20여분 뒤 괘재령에서 고개를 올라오는 바람을 맞을 수 있다.

괘재령에서 오른쪽 오르막이 괘령산 가는 길이다. 만약 왼쪽으로 틀면 비학산으로, 고개를 넘어가면 오지마을인 상옥리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경사가 다소 급해진다. 하지만 부엽토가 짙게 깔린 길이어서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 별다른 갈래길이 없는 깔끔한 능선길이다. 이 길을 따라 괘재령에서 괘령산 정상까지 30여분이면 충분하다.

괘재령 멧부리는 헬기장이 있는 너른 공터다. ‘괘령산’을 알리는 정상석이 최고봉임을 알려준다. 조망은 360도로 훤히 뚫려 있다. 첫눈에 들어오는 풍광이 포항시가지와 영일만 쪽빛 바다가 멀리 펼쳐지는 동남쪽 방향. 동북쪽으로는 포항의 진산, 삿갓봉 향로봉 천령산 등이 꿈틀거리 듯 이어간다. 또 북서쪽으로는 주왕산이, 남서쪽으로는 비학산 줄기가 유유히 흘러내린다.

내려서는 산길은 두갈래다. 취재팀은 북동쪽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정면으로 샘재 너머 매봉이 위풍당당하다.

산길은 살며시 내려간다. 850고지의 헬기장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곧바로 752봉까지 이어간다. 봉정상을 오른쪽으로 돌면 산길이 아래로 뚝 떨어진다. 올라왔던 산길을 다 까먹으며 20여분 신나게 내려선다.

안부에서 산길은 묵은 임도와 만난다. 임도를 따라 산허리를 돌자 경주 최씨묘가 나타난다. 묘를 지나 오른쪽 낙엽송길로 파고 들면 간벌된 나뭇가지들이 산길의 흔적을 덮어버린다.

오르막 능선이 시작된다. 이를 따라 20여분 올라간다. 경사가 내리막으로 바뀔 즈음 왼쪽으로 떡갈나무 너른 잎새를 헤치면 바위전망대가 하나둘 드러난다. 바위전망대에서 내려서면 고랭지 채소밭이 있는 안부다. 왼쪽으로 죽장~청하를 잇는 국도와 확포장공사 사무실이 보인다.

이곳이 하산을 결정하는 중요지점이다. 하산길은 오른쪽 내리막길이다. 직진해 올라가면 샘재를 거쳐 삿갓봉 천령산으로 이어갈 수 있다.

길은 갈지(之)자로 급하게 내려선다. 숯가마터를 지나 20여분 정도 가면 물이 마른 마북계곡으로 들어선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은 희미하다. 이 길은 옛사람들이 신광에서 상옥으로 넘어갈 때 사용한 길로 지금은 인적이 거의 끊겼다. 계곡을 왼쪽으로 두고 내려서면 마을이 있었던 흔적을 만난다. 계속해서 계곡으로 200여곒 내려가면 산길은 오른쪽으로 꺾인다. 어린 소나무가 자라는 너른 임도가 산허리를 돈다. 바위절벽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내려와 냇물을 건너면 너른 임도이다. 뽕나무밭을 지나 20여분 내려가면 초입의 삼거리로 되돌아 갈 수 있다.

/ 글·사진=박병률기자

/ 산행정보 문의=다시찾는 근교산취재팀(051-500-5150) 이창우 산행대장(011-563-0254 · www.yahoe.co.kr)


▶ 반곡, 예전 역촌으로 불려

8백고지의 괘재령은 샘재와 함께 과거 청송군에서 포항시로 넘어가는 주요 고갯길이었다. 비학산~괘령산~내연산을 잇는 높은 봉우리들로 인해 옛사람들은 이같은 험준한 고갯마루를 넘지 않고서는 왕래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912번 국도가 고산준령을 가르고 있어 죽장면과 청하면을 손쉽게 오갈 수 있다.

괘재령 아래에 있는 반곡은 역촌(驛村)이었다. 풀어놓은 말들이 재를 넘나들며 돌아다녔다 하여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 때 마북리(馬北理)라는 새로운 지명이 생겼다. 산행 들머리인 당수동은 매년 정월대보름이면 마을 주민 전체가 숲에 있는 거목에 제사를 지내 이같이 불리게 됐다.


▶ 교통편

△대중교통=명륜동 동부터미널에서 10분 간격으로 포항행 버스가 있다. 요금 6천3백원. 포항시외버스터미널 옆에는 빨간색 건물의 시내버스 터미널이 있다. 이곳에서 반곡행 550번 버스를 탄 뒤 종점에서 내린다. 오전 7시25분, 9시15분 등. 요금 1천3백50원. 소요시간 1시간10분.

만약 시간이 여의찮거나 1시간 가량 저수지길을 걷는 것이 싫다면 다음 방법도 있다. 시내버스터미널에서 신광까지 간다.

신광행 버스는 오전 7시25분, 8시10분, 8시40분, 9시15분, 9시50분 등에 있다. 신광면에서 내린 뒤 택시를 탄다. 마북리 당수동까지 8천원. 소요시간은 30분이면 충분하다.

하산하면 출발지로 돌아온다. 반곡 버스정류소에서 오후 4시 포항행 버스를 탈 수 있다. 이 버스로 신광온천에서 내린 뒤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신광온천에서 포항행 막차는 오후 7시 20분께다.

포항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막차는 밤 9시에 출발한다. 그 뒤는 밤 10시30분, 11시30분 등에 심야버스가 있다.

△승용차=경부고속도로 경주 나들목에서 빠져 나와 포항으로 가는 7번 국도를 탄다. 강동대교를 지난 뒤 포항 외각을 따라 흥해까지 간다. 흥해 시내에서 좌회전해 용연저수지를 지난다.

925번 지방도와 만나는 3거리가 신광면소재지다. 이곳에서 우회전하면 신광면사무소를 지나 10여분 뒤 신광온천을 만날 수 있다. 좌회전해 온천 옆 도로를 지나면 반곡저수지, 반곡버스정류장이 잇달아 나온다.

마을을 가로질러 반곡교를 건너자마자 가장 오른쪽 길로 방향을 잡는다. 마북저수지 외곽도로를 끼고 10여분 가면 700년 가량된 느티나무가 나타난다. 이 길섶에 주차할 공간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