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번에 그리는 독창적 기법…17년간 은둔하며 창작 몰두
- "작품을 깊이 이해한다면 가장 귀한 것을 소유하는 것"

소호(小昊) 김원준(63·사진) 화백이 화폭에 그려내는 화법은 독특하다. 세계 최초의 기법으로 불리는 일필추상(一筆抽象)이다. 서예의 일필휘지처럼 한 번의 붓놀림으로 달리는 말과 같이 우주의 영감을 거침없이 화폭에 담아내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이 고정된 장르나 틀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의 그림은 우주와 인간 내면의 깊은 심성을 아우르고 있다.

그의 작품을 울산 울주군에서 만나 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울주문화예술회관 측이 다음 달 25일부터 3월 25일까지 김 화백을 초청해 초대전을 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예술회관 측이 지방 미술애호가들에게 김 화백의 작품세계를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

"그동안 고향인 울주에서 전시회를 갖지 못해 늘 아쉬움을 가졌는데 이젠 마음이 편안합니다." 지난 10일 울주문화예술회관 측의 초청으로 울산을 찾은 김 화백은 올해 프로젝트(특별초대작품전)를 함께하자는 예술회관 측의 제의에 흔쾌히 응했다.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던 그로서는 고향에서의 전시는 처음이다. 그래서 더욱 반겼다. 김 화백의 고향은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다.

김 화백의 작품세계는 힘이 넘쳐난다. 독창적이다. 무엇보다 우리 내부에서의 끊임없는 원초적인 본능과 갈등을 붓으로 생명력 있게 표현한 그만의 작품 세계는 그의 그림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다.

"오방색은 색채 간 조화가 생명입니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색채는 우리나라 전통 색상인 음양오행을 담은 오방색이다. 황, 청, 백, 적, 흑의 5가지 색이다. 이들 색상을 화폭으로 담기는 극히 까다롭다. 자칫 잘못해 오방색을 조율했다가는 어딘지 천하게 보이는 느낌을 그는 귀한 색채로 아름답게 다시 태어나게 한 것이다. 그가 오방색을 사용하는 이유는 우주의 기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김 화백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그려낸 '김원준 화풍'을 만들기까지는 그리 녹록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 독특한 화풍으로 유명 화가 반열에 올랐던 40대에 갑작스레 작품 활동을 중단하고 경기도 가평에서 17년간 은둔하면서 창작에 몰두했다. 우주의 기를 거침없이 쏟아붓는 세계 최초의 기법인 일필추상의 탄생을 예고했다.

그가 지금까지 화폭에 담은 2000여 점 중 1000여 점은 이 기간 그린 것이다. 창작의 고통을 거쳐 잉태한 이들 그림은 그가 2010년 5월께 소호 아트미술관을 개관하면서 비로소 세상에 나왔다. 미술관에는 김 화백이 30여 년 전에 그린 작품 50여 점이 걸려 있다. 그가 천연재료를 직접 개발해 만들어 쓰는 오방색은 작품 하나하나에 귀한 숨소리를 불어 넣었다. 오방색이 뿜어내는 색감의 농도는 30여 년이 지나도 마치 오늘 그린 듯 선명하다. 화단이나 그림 애호가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그의 그림에 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SK그룹 측은 2009년 소띠 해를 맞아 연하장 그림으로 김 화백의 그림 '정'을 선정했다.

김 화백은 "작품의 실체는 눈에 보이는 아름답고 신비로움만이 전부가 아니고 모든 작품은 그 값을 논할 수가 없을 만큼 귀하고 값지다"며 "작품을 깊이 이해한다면 그것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귀하고 값진 것을 소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