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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적 환경문제 심각, 다 잃기 전 바로잡아야”

국제아카데미 23기 9주차 강연- 진재운 영화감독

  • 임훈 기자 hun@kookje.co.kr
  •  |   입력 : 2026-05-14 19:34:14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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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 ‘나무의 소리’ 속 주인공 소개
- 미래세대 위한 환경보존 필요 강조

13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아카데미 23기 9주차 모임에서 진재운 영화감독이 ‘생태문명 대전환 & 하나뿐인 지구’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진재 프리랜서
“문명이 길을 잃었습니다. 왜 잃었을까를 생각해보면 결국 생태적인 부분과 연결됩니다. 개발에 매몰되고 생태적인 부분을 도외시하면서 생태와 문명이 단절돼 인간이 길을 잃고 만 것이죠. 대전환의 시대에 직면했습니다. 지구는 하나 뿐 이고, 하나 뿐 인걸 뻔히 알면서도 하나뿐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빚어지는 엄청난 일들을 바로잡아야 할 때입니다.”

지난 13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아카데미 23기 9주차 강연. ‘생태문명 대전환 & 하나뿐인 지구’를 주제로 강단에 선 진재운 영화감독은 지구적 환경 문제와 인간의 삶과 죽음, 문명과 불안, 그리고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강연은 단순한 환경 강의라기보다 오랜 시간 자연을 기록해온 다큐멘터리스트의 철학적 독백에 가까웠다.

진 감독은 31년 넘게 방송 현장을 지킨 전직 KNN 기자이자 다큐멘터리 연출가다. 경북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에서 공학석사를 마쳤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환경법센터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KNN 기획특집국장을 지냈다. 그는 아시안TV어워즈와 뉴욕페스티벌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했고, 지금까지 지구 생태환경 다큐멘터리 35편을 연출했다. 그중 16편은 장편으로 녹록치 않은 결과물을 남겼다. 한국방송대상 8회, 뉴욕페스티벌 2회 등 국내외에서 70차례 넘는 상을 받았다.

대표작으로는 ‘물은 생명입니다’ ‘생명의 바다’ ‘생명의 땅 삼각주’ ‘해파리의 침공’ ‘한반도 환경대재앙 산사태’ 같은 다큐멘터리와 영화 ‘위대한 비행’ ‘물의 기억’ ‘하향옥 3일’ ‘백산’ 등이 있다. 러닝타임 102분의 다큐멘터리 ‘나무의 소리’는 올해 초 서울서 전문가 그룹에게 공개돼 큰 화제가 됐다. 오는 9월 개봉을 추진 중이다.

강연의 뿌리는 ‘나무의 소리’였다. 뉴욕에서 평생 모은 돈으로 중남미 니카라과의 밀림을 사들여 나무를 심고 있는 88세 한국인 여성(별칭 공주님) 이야기를 통해 지구적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건드렸다. 4분짜리 영상으로 압축된 ‘나무의 소리’는 부드러우면서 잔잔한, 품격이 느껴지는 주인공의 내레이션과 초록빛으로 가득한 밀림의 나무와 숲이 절제된 화면으로 펼쳐져 원우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진 감독은 오래된 기억을 더듬듯 “공주님은 나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산소를 준다는 사실을 가장 아름답게 여겼다. 매 순간순간 오롯이 집중하는 그를 보면서 무심했던 삶과 죽음 등에 대한 통찰,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주님과의 만남을 통해 인간 중심 사고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진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자연이 인간보다 훨씬 현재에 충실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몸무게 16g짜리 제비가 태평양을 건너 제자리로 돌아오고, 300g 남짓한 도요새가 뉴질랜드와 알래스카를 왕복하는 장면을 설명했다. 그는 “그 새들은 비행하는 순간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순간이라도 흐트러지면 바다에 떨어져 죽는다. 그런데 인간은 늘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불안해하면서 현재를 놓치고 살아간다. 우리가 서 있는 이 지점은 찰나의 순간인데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니 불안과 후회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살아간다”고 일갈했다.

그는 현대 문명을 ‘관념에 갇힌 시대’라고 표현했다. 사람들은 자연을 배경처럼 소비하고 삶조차 효율과 생산성의 언어로만 바라본다는 것이다. 가로수를 그냥 도시 풍경으로 보는 순간 생명은 사라지고 사람도 ‘인적 자원’이라는 말로 부르는 순간 존재가 아니라 기능으로 남게 된다는 말로 원우들의 공감을 얻었다.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도 강했다. 그는 “인류는 지금 미래세대의 자원을 빌려 쓰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미래세대의 기회를 끌어와서 소비하고 있다. 미래세대는 우리에게 빌려준 적이 없는데 우리는 그것으로 생존 중이다. 세대 불평등이 심화되는 이유고 우리가 길을 잃어버린 이유다”고 인식의 전환을 주문했다.

진 감독은 강연 말미에 “모른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부터 비로소 세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자연을 오래 기록하면서 오히려 인간의 오만함을 더 크게 느꼈다. 처음에는 내가 자연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모르겠더라. 모든 걸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나무도, 새도, 사람도 다시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잠시라도 멈춰 서서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달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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