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박보근 교수가 부산여대 설송관 1층의 바리스타 실습실에서 로스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영도 양다방에서 커피 한잔 앞에 놓고 최백호의 ‘1950, 대평동’을 듣는다면 당신은 부산의 커피문화를 좀 아는 사람이다.” 부산커피에 자부심 가득한 어느 교수가 인터뷰 중에 한 말이다.
많은 이들이 국내 ‘커피도시’로 강릉을 첫손에 꼽는다. 테라로사와 보헤미안으로 대표되는 강릉커피는 국내 커피유행을 선도했다.
하지만 커피문화는 부산이 훨씬 더 뿌리깊다. 전후 사연을 간직한 유서깊은 다방부터 최신 트렌드인 대형카페까지 다양한 커피 관련 공간과 콘텐츠를 갖고 있다. 부산의 커피 붐을 일으킨 원조 카페거리 전포동, 커피특구로 떠오른 영도가 있다. 일광 해변에는 개성 강한 카페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 전포카페거리는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50곳에 선정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수입하는 커피 원두의 90%가 부산을 통해 들여온다. 이름을 들으면 다 아는 커피 프랜차이즈 상당수가 부산에서 시작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부산이 압도적이다.
커피도시로 발돋움하는 부산에서 커피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가 있다. 부산여자대학교 바리스타과 학과장인 박보근 교수이다.
부산여대 바리스타과는 제법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2009년에 생겼다. 국내 관련학과 중에는 가장 오래됐다. 박 교수는 이곳 학과장을 맡아 커피와 관련된 일이라면 만사 제치고 뛰고 있다.
부산과 강릉을 비교해달라는 요청에 박 교수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부산이 바리스타 관련 월드챔피언을 3명이나 배출한 곳입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할까요.”
그는 부산이 스토리텔링도 풍부하다고 역설했다.
“고종이 처음 커피를 마셨다는 1896년보다 이른 1884년 부산에 사는 민건호라는 인물이 커피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김동리의 단편 ‘밀다원 시대’는 피난 시절 부산의 다방에서 벌어진 일들이 주 내용이죠. 오래된 추억과 이야기를 품은 다방과 카페가 여전히 건재한 곳이 부산입니다. 서두에 언급한 영도 양다방이 그렇고, 부산역 앞 100년 건물에 자리한 카페도 있습니다. 부산 커피의 시발점인 모모스커피도 빼놓을 수 없죠. BTS 멤버 부친이 운영하는 카페도 스토리텔링의 한 축을 담당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부산 커피는 아직은 문화보다 산업 성향이 강하다. 부산에서 출발한 커피프랜차이즈가 많다. 얼마 전 필리핀 기업에 팔린 컴포즈가 있고 대용량 커피신드롬을 일으킨 더벤티, 더리터도 부산에서 시작했다. 카페051, 텐퍼센트, 하이오, 하삼동, 블루샥도 부산 태생이다.
박 교수는 커피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부산의 커피문화를 새롭게 만들고 폭넓게 향유하는 게 우선이라고 한다. 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스토리텔링을 발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리스타과를 통해 저변 확대에 노력하고 여러 카페와 소통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
| 부산여대 바리스타과에서 창안한 라떼아트 ‘화이트 타이거(White Tiger)’
|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도 개최한다.
오는 27일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리는 ‘2024 부산국제트래블페어 고교생 관광서비스 경진대회’가 그것이다. 부산여대가 주관하고 부산시와 부산시관광협회가 주최한다. 고교생들이 바리스타, 라떼아트, 컵테이스터 등 3개 부문에서 경쟁하는 대회이다. 커피 단독으로 경진대회를 여는 건 작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올해 라떼아트의 소재는 부산여대 바리스타과가 창안한 ‘화이트 타이거(white tiger)’다.
박 교수는 ‘부산커피’에 진심이다. 콘텐츠 발굴에 전력을 다한다. 유명 가수에게 부산커피를 떠올릴 노래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 놓았다. 커피 강연 요청이 있으면 불원천리 달려간다. 10월에는 부산여대에서 커피를 주제로 한 전시회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