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년차 베테랑이 쓴 첫 수필
- 경찰문화대전에서 대상 수상
- 내년 시나 수필로 등단 희망
“경찰 은퇴 후에는 야생화를 전문으로 하는 시인이나 수필가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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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규철 경감이 야생화의 매력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
야생화를 사랑한 경찰관이 쓴 수필이 ‘경찰문화대전’에서 대상을 받아 눈길을 끈다. 경남 고성경찰서 수사과 형사팀장을 맡고 있는 한규철(55) 경감이 그 주인공이다. 한 팀장은 지난달 열린 ‘제23회 경찰문화대전’에서 야생화를 주제로 한 ‘가을 산을 걸으며’란 수필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경찰문화대전은 경찰관, 경찰 가족, 경찰 관련 공무원을 대상으로 문화 향유 확대와 활력 넘치는 조직 문화를 위해 경찰청 주관으로 매년 열린다. 올해는 산문·동양화·서예 등 6개 부문에서 338점의 작품이 접수됐다. 한 팀장은 이 중 전체 대상을 차지했다. 시상식은 다음 달 7일 경찰청에서 열린다.
“야생화를 보면서 걷는 산행의 감동을 혼자 즐기기 아까워 많은 이가 함께 힐링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글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가 쓴 작품을 읽으면 마치 작가와 함께 등산하며 야생화를 느긋하게 감상하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구절초나 쑥부쟁이들이 길옆 바위나 나무들 틈에서 하늘거리는 꽃대 위에 초롱초롱 꽃을 피워 놓았다. 아름답고 흥겨워서 콧노래라도 나올 것 같은 풍경이다’.
경찰에 입문한 지 32년 차 베테랑인 한 팀장은 수사·정보통으로, 딱 보기에도 ‘형사’로 직감할 정도로 강인한 인상이다. 그런 그가 야생화에 푹 빠지게 된 건 2006년 통영경찰서에 근무할 당시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열린 ‘야생화 전시회’를 둘러보고 난 후부터였다.
매물도 섬마을이 고향인 그는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흔히 보고 자란 수많은 야생화가 하나의 작품으로 재탄생한 것을 보고 매료됐다. “잡초처럼 보아 온 야생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뭔가에 크게 한대 얻어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이후 야생화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와 함께 시간이 날 때마다 산에 핀 야생화를 보기 위해 등산을 즐겼다. 그러자 경찰로서 짊어진 업무성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마음과 몸이 건강해지고 힐링되면서 직장 생활에 더 충실하게 됐다. 지금은 대한민국 분경야생화협회 사무국장을 맡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그런 그가 지난해부터는 글쓰기에 도전장을 던졌다. 어릴 때부터 막연히 동경해 온 글쓰기를 실천으로 옮기고 싶었고, 이왕이면 야생화를 주제로 한 시와 수필을 남기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한 문학단체가 주관하는 문학강좌를 1년 이상 꾸준히 들으면서 본격적인 글쓰기에 도전했다.
“야생화를 보면서 느낀 감성을 글로 표현하는데 정말 짜릿한 희열감이 오는 겁니다. 글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한계를 뛰어넘어 훨씬 더 큰 감동을 선사하죠.” 그는 ‘꽃풀’ ‘기린초’ 등 야생화를 주제로 10여 편 시를 썼다. 이번에 경찰문화대전에 출품한 ‘가을 산을 걸으며’는 첫 수필 작품이다. 그는 야생화 전문 시인이나 수필로 내년 등단을 목표로 한다.
한 경감은 그의 수필 내용대로 꽃을 보러 간다. ‘가벼운 배낭에 물이나 챙겨 넣고 신발 신으면 끝이다. 매번 보아도 질리지 않는 야생화, 그리고 변함없는 자연. 산을 향해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