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암치료 와중 구청 앞 1인 시위
- 비장애인과 같은 기회 제공 필요
“아이가 자폐 판정을 받았을 때도 안 울었는데 제가 암이라는 말에 눈물이 흐르더군요. 제가 잘못되는 것보다 ‘내가 없으면 우리 아들은 누가 돌보나’는 생각이 들어서요. 의사 선생님께 ‘우리 아이 때문에라도 나는 죽으면 안 된다. 시키는 거 다 할 테니 살려달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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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은영 부산 금정구 발달장애인부모협회장이 발달장애인 가족의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
칼바람이 매섭던 지난 11일 아침. 임은영(46) 부산 금정구 발달장애인부모협회장은 이날도 어김없이 구청 입구에 현수막을 들고 자리를 잡았다. 사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들 영훈(17)이가 18개월이 되자 또래 친구와 다른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물건을 일렬로 세우고, 특정 소리에 예민했죠. 병원에 가니 자폐증이라고 하더군요. 그때는 제가 젊고 건강했을 때라 잘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훈 군은 자폐 1급의 중증 발달장애로 인지 능력이 두 세 살 정도다. 그럼에도 임 회장은 특수학교 학부모회장을 하는 등 씩씩하게 아들을 키웠다. 발달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어 아들과 함께 공원에서 쓰레기를 줍고, 아파트에서 마스크를 나눠주며 발달장애를 제대로 알리는 데 힘 썼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암 3기 판정을 받았다.
그런 그가 지난 3일부터 편치 않은 몸을 이끌고 1인 시위에 나섰다. 금정구에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조성을 요구하고 나선 것. 매주 목요일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그만두지 않고 있다.
“예전에 신우신염을 앓았는데 아이를 봐줄 곳이 없어 입원을 못 했어요. 지금도 항암치료 후 수술할 걸 생각하면 걱정입니다. 금정구에만 1100명의 발달장애인이 있고, 그 중 20~30%만 학교를 다니고 나머지는 성인입니다. 그런데 발달장애인을 가르치고 돌봐줄 만한 곳이 없습니다. 특히 영훈이처럼 중증인 경우에는 더욱 갈 곳이 없죠.”
그는 발달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평생교육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정구민체육센터에 발달장애인 수영반이 있어요. 처음에는 없었는데 1년 넘게 요구해겨우 6명이 참여하는 수업을 만든 겁니다. 비장애인은 당연히 누리는 권리를 우리는 1년을 졸라서야 겨우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장애인 사교육비는 비장애인보다 곱절은 비싸요. 발달장애인의 평생교육은 공공에서 분담해줘야 하는데 부산에는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가 한 곳도 없습니다.”
임 회장은 금정구가 평생교육센터 대신 장애인직업적응훈련시설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발달장애인 중 99%는 직업을 갖기 어렵다. 평생 24시간을 어떻게 쓸지 고민해야 한다”며 “센터에 직업 교육을 보조적으로 추가할 수는 있지만 직업 교육에 중점을 둔 시설을 만드는 건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던 그는 뜻밖의 말을 했다. “평생교육시설 생긴다고 영훈이가 들어가진 못할 겁니다. 영훈이가 워낙 인지능력이 낮아서요.”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묻자 “그렇기 때문에 더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 솔직히 저도 힘들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