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상규명위원회, 민주화 시위 인정
- 부경대에 명예졸업장 수여 등 권고
- “제적자 상태… 학교 측 판단 바라”

“우리들의 의거가 민주화 시위로 인정받았으니, 명예회복도 뒤따라야 하지 않겠어요?”

김맹규 씨가 9·17시위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곽재훈 기자

김맹규(63) 씨는 지난 17일 부마항쟁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명예회복 결정 통지서를 받았다. 그는 1979년 9월 17일 부산 남구 대연동 부산공업전문대학(현 부경대) 교내에서 일어난 유신 반대 시위를 계획했다는 이유로 제적당했다. 이른바 ‘9·17시위’다. 김 씨와 그의 친구들은 그날 낮 12시30분께 메가폰으로 사이렌을 울려 학생 약 500명을 교내 주강의동 인근 게시판 앞으로 모은 뒤 유신 철폐와 박정희 대통령의 하야를 부르짖었다. 그를 포함한 10명이 경찰에 붙잡혔고, 제각기 구속과 구류, 학사 제적 등을 면치 못했다. 연구가들은 이 시위를 부마항쟁의 전초적 사건으로 평가한다.

10·26 이후 그의 동지 대부분은 학적을 되찾았지만, 사건 이후 학교를 옮긴 그는 42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적자로 남아있다. 원래 서울대 학생이었던 그는 1977년 두 차례 시위에 연루돼 제적당해 부산공전에 입학했다. 이곳에서도 학적을 말소당한 뒤엔 다시 서울대로 돌아갔다. 위원회는 부경대에 학사징계기록 말소와 명예 졸업장 수여를 권고한 상태다.

대통령 험담만 해도 경찰에 끌려가는 엄혹했던 시절이다. 신변의 위협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이들이 메가폰까지 울려가며 당차게 시위를 준비한 건, 그해 8월 일어난 YH무역 사건의 영향이었다. 김 씨는 “여공을 버리고 미국으로 도망간 악덕 기업가를 처벌해야 하는데 오히려 농성하는 여공을 탄압하는 것에 분노했다. 유력 야당 지도자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근거지인 부산에서 유신 반대 시위가 일어난다면 정권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생각했다”며 당시를 기억했다. 이후 김 씨는 교내 독서 동아리 등에서 만나 시국을 논하던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구체적인 계획을 준비해 나갔다.

사실 9·17시위는 계획의 절반만 실행으로 옮겨졌다. 아예 시위 자체를 못 해볼 상황이었다. 그는 “학내 시위를 벌인 뒤 중구 부영극장에서 시민과 함께 시위를 이어가려 했지만, 누군가의 밀고로 계획이 발각돼 당시 지도교수에 의해 경남 김해 어느 사찰에 감금당했다”며 시위 자체가 무산될 뻔했다고 당시 급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시내 집회는 무산됐지만, 함께 시위를 준비한 동지들의 의지로 학내 집회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학교를 졸업한 뒤 그는 중학교 도덕 교사로 재직했다. 지난해 8월 퇴직할 때까지 그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활동을 하며 통일 교육에 힘썼다.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1989년부터 1998년까지 9년간 해직 교사로 지냈다. 2007년엔 학생들에게 통일 교육을 진행하던 중 북한의 선군정치와 관련한 사진을 보여준 것이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구속을 당하기도 했다.

김 씨는 “부산공전에서의 시위가 당시 부마항쟁을 일으킨 학생과 시민에게 영향을 줬으리라 생각한다. 부마의 정신이 5·18과 6·10, 촛불 혁명으로 이어져 왔다”며 “1979년의 항쟁과 관련해 명예 졸업장을 받은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으로 안다. 부경대 측의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