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첫 취임 이후 6번째 연임
- “유통 환경 급변화… 이대론 안 돼
- 상인과 소통하며 혁신방안 고민”

“다른 건 없습니다. 청렴결백하게 열심히 일하려고 합니다. ‘돈만 좇으면 돈이 모이지 않고 사람을 알면 밑천이 된다’는 신념으로 시장을 위해 여생을 바치고 싶습니다.”

이효순 부산새벽시장 대표이사가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새벽시장은 최근 이효순(73) 현 대표이사를 제15대 대표이사로 선출했다. 3년 임기의 시장 대표이사는 상인회장도 겸한다. 이 대표이사는 2003년 대표이사에 처음 취임한 이후 이번까지 6번째 연임하고 있다. 중간에 한 차례 쉬었던 기간을 제외하면 햇수로 총 16년째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상인이 많아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기 쉬운 전통시장을 이처럼 장기간 이끌 수 있는 비결에 대해 이 대표이사는 16일 이렇게 말했다.

오랜 세월 시장을 위해 일한 덕분에 일궈놓은 성과도 많다. 부산새벽시장은 지역에서 발빠르게 주차장을 조성했다. 2004년 정부 및 부산시의 시장 현대화사업 예산 25억 원을 지원받아 총 180여 개면 규모의 주차장을 건립했다.

주차장 건립이 돈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었다. 부산새벽시장은 1984년 1월 부전시장과 충무동 새벽시장 일부 상인이 힘을 합쳐 총 12000㎡ 부지 12개 상가동에 총 380여 개의 가게가 밀집한 과일과 채소류 전문 도매시장으로 문을 열었다. 전통시장으로는 특이한 형태인 사단법인이다 보니, 처음에는 전통시장만 대상으로 하는 현대화사업에 신청할 수 없었다. 이 대표이사는 “부산시와 시상인회, 관계기관을 꾸준히 방문하고 소통을 이어간 끝에 ‘인정시장’ 등록을 받아냈다”며 “당시 공식적인 인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면 주차장은 물론, 각종 정비사업을 꿈꾸기조차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이후 부산새벽시장은 종전 시장 건물 옥상에 설치돼있던 슬레이트 가건물 130채가량을 철거한 데 이어 시장 건물 위쪽을 덮는 아케이드공사를 2008년 10월 마무리했다. 상인의 재교육과 친절서비스 교육 등을 진행하는 상인대학과 상인대학 최고경영자과정 1기에도 참여했다. 2017년에는 문화관광형육성사업에 선정돼 3년간 총 16억 원의 예산을 받아 김치체험장과 행사장, 전통가옥형 상점가 조성 등으로 시장 환경을 개선했다.

하지만 유통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고민이 크다. 그는 “인근 사상구 엄궁동 농산물도매시장이 옮겨가면 중도매시장으로서의 기능은 급격히 약화될 것”이라며 “더욱이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쇼핑의 급증과 음식점 휴폐업 등 직면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어 “건물이 40년가량으로 노후화돼 재건축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이를 논의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상인들과 뜻을 모아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인천 송도신도시나 전북 군산 등 전국의 주요 시장들을 돌아보며 벤치마킹 사례도 모을 예정이다.

이 대표이사는 “혼자 잘해서는 절대 이렇게 계속 변화하며 버텨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상인 주주들의 자발적인 동참과 무한한 신뢰에 감사하며 더욱 혁신하고 새로워지는 시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