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국회·부처 등 건의문 제출
- “구조조정 피하려 사채까지 발행
- 지원책 마련해 신규 대출 터줘야 ”

“항공산업은 일반 기계산업과는 달리 고도의 숙련된 기술력이 있어야 하는 직종입니다. 그렇기에 당장 경기가 어렵다고 구조조정을 해선 안 되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버티는 실정입니다. 정부는 국가 미래 먹거리 산업의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항공부품제조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신규 대출의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경남 사천항공우주미니클러스터 회장을 맡고 있는 이경근 대신항공 대표.

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지원책을 마련하면서 항공제조업을 지원 업종에서 제외했다. 9일 만난 이경근(63·대신항공 대표) 경남 사천항공우주미니클러스터 회장은 항공제조업의 특별고용 지원업종 지정을 위해 청와대와 국회, 정부에 건의문 제출하는 등 호소에 여념이 없었다. 이 협의체는 사천을 중심으로 경남에 본사를 둔 항공기 부품 생산 기업 37개사와 대학, 자치단체 등 9개 협력기관으로 결성됐다. 이들 기업은 총 3000여 명의 임직원이 순수 항공기 부품만 생산해 연간 5000여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

이 회장은 “정부가 항공제조업을 최첨단 하이테크 기술이 집약된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고 추켜세우면서 정작 지원책은 항공운송업종에 비해 등한시한다”며 “기술과 노동 집약형으로 초기투자 비율이 높고 숙련 기간이 걸리는 특수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남의 항공 부품산업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기술력 하나로 지탱하고 있으며, 회사의 매출 대부분은 국내 유일의 완제기 생산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매달려 있을 정도로 기업 영역이 넓지 않다. 더욱이 의존도가 높은 미국의 보잉 등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생산을 줄이거나 주문을 취소해 경영난이 심각하다.

이 회장은 “악조건 속에서도 국내 항공산업이 세계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는 것은 숙련공의 기술력 덕분이다”며 “회사 사정이 어렵더라도 하반기나 내년에는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기업은 생산량과 매출 급감에도 숙련된 근로자 이탈을 막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거나 사채를 발행하는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쓴다”고 말했다. 이어 “운영자금의 신규 대출이나 상환 대출금의 연장도 쉽지 않아 정부나 금융위원회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 항공부품기업이 쓰러지기 전에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해야지, 골든타임을 놓치면 근로자가 이탈하고 폐업하는 회사가 속출해 이를 회복하는 데 5~10년이 걸릴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토교통부가 2017년 항공정비 (MRO) 사업자로 선정한 KAI도 걸음마 단계에 있는데 국토 균형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정치적인 이해관계보다 국익과 경제적 효율성을 우선하는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대로라면 하반기는커녕 상반기를 버텨내지 못하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는 게 이 회장의 분석이다. 이 회장은 “항공제조업이 반드시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돼야 한다”며 “기업의 생산활동에 대해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서는 안 된다. 중앙부처나 지자체 공무원은 산업 현장에서 기업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초 취임한 이 회장은 올해 말 2년 임기가 끝난다.

이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