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출 범죄 등 피·가해 구분 모호
- 우리 사회가 먼저 감싸안아야
- 상담·활동·복지 등 복합시설 필요”

“가출한 뒤 만난 오빠들의 강요로 성매매를 해온 중학생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협박에 이기지 못해 응했고, 이후에는 ‘돈 버는 법’을 알아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나섭니다. 센터에 찾아와선 ‘잘못된 일을 하고 있다는 건 잘 알지만, 끊지를 못하겠다’며 눈물 흘립니다. 이 아이는 성매매의 가해자인가요, 피해자인가요. 이 아이가 저지른 잘못은 이 아이만의 책임인가요.”

박용성 부산진구청소년문화센터장이 청소년범죄의 특징을 말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3일 센터에서 만난 박용성(48) 부산 부산진구청소년문화센터장이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그의 말에는 청소년 가출을 단순한 ‘거주지 이탈’로만 바라봐선 안 되는 이유가 담겨 있다.

가출로 인해 피해와 가해의 구분이 흐릿한 범죄의 수렁으로 빠진 청소년들이 있다. 잠잘 곳을 마련해준다거나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오빠’ 또는 ‘형님’의 꾐에 빠진 아이들이다. 이들을 구덩이에서 꺼내 가정과 학교로 복귀하도록 지원하는 게 그의 일이다.

지금은 방황하는 청소년의 길잡이가 되고자 하지만, 한때는 그 또한 ‘거친 아이’였다.

“저도 청소년 때에는 방황을 제법 했습니다. 오토바이 타는 걸 좋아했지요. 고등학생 때는 가출해 풍찬노숙하기도 했습니다. 철이 들고 나니 그 허송세월을 보낸 시간이 너무 아까웠죠. 청소년들이 나처럼 시간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품었습니다.”

청소년이 저지른 강력 범죄가 세상에 알려질 때면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으레 제기된다. 이에 박 센터장은 처벌보다는 이들을 보듬을 가정과 지역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소년범 가운데 95% 이상은 정상적인 청소년으로 성장할 수 있다. 대부분이‘한때 그랬다’ 수준의 잘못이다. 문제는 아이들을 교화하는 게 아니라, 이들을 지지하고 보호할 가정과 사회, 학교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 두려운 건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가정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아이를 돌봐야 할 학교가 손을 놓는 상황이다”며 청소년을 보호하는 환경 그 자체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렁에서 건져진 아이가 반듯한 청년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

“중학교 졸업도 안 한 채 가출해 거리에서 생활한 고등학생을 찾아 보호관찰을 받게 했습니다. 부모님과의 갈등이 심해 마음을 못 잡고 있던 아이였는데, 우리 센터에서 검정고시를 공부했었지요. 지금은 대학생이 돼 보석 세공을 공부하는데, 이번에 전액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자기 앞가림을 훌륭히 해내고 있는 아이가 찾아와 ‘선생님, 그때 저를 잡아주지 않으셨으면 저는 어떻게 됐을까요’라며 감사해할 때 정말 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끝으로 박 센터장은 갈림길에 선 청소년들을 보호하려면 상담·활동·복지 등으로 세분된 청소년 시설보단 이 기능들을 한데 모은 복합 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소년은 공이 아니다. 상담이 필요해 큰마음 먹고 시설을 찾은 청소년에게 ‘우리는 활동 시설이니 다른 곳으로 가라’고 패스해선 안 된다. 청소년이 원하는 시설에서 상담사 등과 유대 관계를 쌓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 센터도 이런 복합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