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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의 ‘토지’ 인물을 통한 공간 배치 탁월”

소설가 임회숙 씨

  • 국제신문
  • 조봉권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1-01-07 20:07:35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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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방법론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
- “서사·인물·사건서 ‘비정한 균형’
- 평등 원리가 작품 전체 관통해”

작가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를 연구한 석·박사 학위논문은 지난해 하반기까지 모두 44편이었다. 이들 학위 논문은 대체로 ‘토지’의 ▷장르 규정 문제 ▷인물 ▷주제 ▷작가의식을 연구했다고 한다.

임회숙 작가가 박경리를 연구한 박사 논문을 설명하고 있다. 이원준 프리랜서
소설가 임회숙 씨는 지난해 말 ‘박경리 토지 창작방법론 연구’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은 단순히 45번째 박경리 ‘토지’ 연구 학위논문이 아니다. 박경리 ‘토지’의 ‘창작방법론’을 연구한 최초 박사학위논문이다.

부산소설가협회 회원으로 부산에서 활발히 창작활동을 하다 2019년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 맞은편에 있는 전남 구례군 간전면, 악양 땅 형제봉이 잘 보이는 마을’로 거처를 옮긴 임 작가를 7일 국제신문 편집국에서 만났다.

작가이며 연구자인 그가 연구해 풀어낸 ‘토지’의 창작방법은 위대한 문학작품인 ‘토지’를 입체로 읽게 해주고, 살아 숨 쉬며 펄럭이는 존재로 느끼도록 돕는다. 창작방법 안에 작가가 어떤 세계관으로 무엇을 중시하면서 어떻게 작품을 전개했는지 거의 들어있기 때문이다.

“박경리 작가는 깊고 절실한 생명관으로도 유명한데 (방법론과 관련해서는) ‘인물을 통한 공간 창조’를 생전에 육성으로 강조했습니다.”

임 작가는 “이번 연구에서 그 점에 집중해 특징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논문에서 그는 ‘토지’ 창작방법을 들여다보는 개념이나 표현을 스스로 다양하게 정리해 구사했다. 예를 들어 ▷생명사상 대신 생명관이란 표현을 쓴 점 ▷생명 속의 비정한 균형과 평등 ▷(사건 전개, 공간 배치, 인물 등장 등에 나타나는) 치맛자락 패턴 ▷‘토지’의 다성부 음악적 특성과 교향악적 리듬 등이다. 낯설면서도 참신한 느낌을 주는 이들 개념과 표현이 논문을 일관성 있게 감싸고 꿰면서 대작 ‘토지’를 창작방법 측면에서 설명해나가니, 203쪽짜리 두꺼운 논문 읽는 일이 이상하게도(?) 지루하지 않다.

그는 “생명‘사상’이라 하면 사상이라는 용어에 생명이 고정된다. 박경리 작가는 생명을 ‘끝없이 변화하는 것’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지속되는 것’으로 봤다. 그래서 ‘생명관’이란 낱말이 더 알맞다”고 했다. 임 작가는 “‘토지’ 창작방법을 밝히고 따라가다 보면 서사·인물·사건에서 이런 ‘비정한 균형’이 작동하고, 평등(또는 대등) 원리가 관통하며, ‘치맛자락’ 같은 패턴을 따라, 다성부 음악 또는 교향악적 리듬으로 울리는 점을 느낀다”며 “여기서 ‘토지’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권짜리 정본 ‘토지’(마로니에북스)로 연구하고 논문을 쓰느라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었을 텐데도 임 작가는 “내가 아는 게 정말 없었구나. 이제 시작이구나” 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학문과 예술 측면에서 함정임 지도교수께 큰 도움을 받은 점은 밝히고 싶다”고 했다.

조봉권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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