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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처리 없는 고리 1호기 해체 무의미”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

  • 국제신문
  •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  |  입력 : 2020-10-18 20:01:49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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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처럼 지연 해체 방식 제시
- 재검토위 독립 기구 전환 강조
- 원전 관리 위한 정부 규제 필요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 없이 고리원전 1호기를 해체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해체를)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박종운 교수가 지난 16일 동국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고리 1호기 해체 계획의 문제점 을 지적하고 있다.
박종운(57)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원자력 안전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가 에너지 및 원전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거쳐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원자력공학을 전공하던 1980년대 말이다. 당시 그는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과 관련한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해당 시설이 자연 재해에 얼마나 잘 견뎌내는지 등을 분석하는 과제였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원자로의 연료로 사용된 뒤 배출되는 핵연료 물질을 말한다. 이후 그는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신고리 3·4호기의 표준 설계 및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2009년 동국대 교수로 임명된 이후에도 원전 안전성을 높이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난 16일 박 교수를 만나 ▷태풍 원전 사고 ▷고리원전 1호기 해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찬반 논란 등 최근 불거진 원전 관련 이슈에 대한 입장과 해결 방안을 물었다. 그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이 아직 수립되지 않은 고리 1호기 해체 계획부터 언급했다.

“원전 해체의 가장 큰 목적은 해당 부지를 (원전) 건설 이전으로 복원해 지역 주민에게 돌려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고리 1호기 해체 계획은 졸속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이 가능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추후에 작업하는 ‘지연 해체’ 방식이 인력과 장비 활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입니다. 원전 해체 경험이 많은 미국도 그렇게 합니다.” 고리 1호기 해체는 박 교수의 지적과 달리 ‘즉시 해체’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방식은 화학 약품이나 물리적인 기술을 활용해 방사성 물질을 조기에 제거한 뒤 해체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박 교수는 정부가 구성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재검토위는 월성원전 내 맥스터(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시설) 증설 문제를 놓고 탈핵단체와 갈등을 빚다 지난 6월 위원장이 사퇴하는 등 파행을 겪은 바 있다. 경주·부산·울산지역 탈핵단체는 지금까지도 “재검토위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상실했다”고 비판한다.

박 교수는 “핵시설 안전 문제는 행정 구역과 무관하므로 일정 거리에 있는 주민 모두가 투표하는 것이 바람직한데도 (재검토위는) 제한적으로 선출된 대표자만 참여시켜 (맥스터 증설 여부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더욱이 경주·울산 등 월성원전 인근 지역의 주민보다 서울 사람이 (대표자 그룹에) 더 많이 들어갔다”며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있는 재검토위를 완전한 독립 기구로 전환해야 공정성과 중립성이 보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지난달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영향으로 고리·월성원전의 가동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서도 당국을 질타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자연 재해를 사전에 대비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에만 매몰돼 있습니다. 자연 재해 예방책을 조속히 만들어야 합니다. 국내 원전 밀집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도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원전은 부지 한 곳에 통상 6~8기가 몰려 있습니다. 만약 큰 사고가 발생해 다수 호기의 원전이 동시에 중단되면 대규모 블랙아웃(대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는 “원전이 주요 에너지원인 동시에 잠재적 위험성을 갖고 있는 만큼 정부가 적절한 규제를 통해 (원전을) 조절하고 관리해야 한다”며 “원전 해체 산업에 대한 섣부른 기대감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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