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상 손님 충성고객 될때 보람
- 주차장에 ‘폴리스콜’ 안전 강화
- 농민과 소비자 연결역할 뿌듯해
“처음 점장을 할 때 하루가 10년 같았죠. 직원 뺨을 때리거나 마음에 안 든다고 밀가루를 뿌리는 고객도 있었어요. ‘점장이 무릎을 안 꿇으면 용서 못 한다’고 해서 무릎 꿇은 일은 허다했죠. 고객과 직원 간 시비가 붙어 밤 12시에 경찰서에 불려 나가기도 했고요. ‘유통이 사람 사는 세상이구나, 울고 웃는 인생사, 희로애락이 여기 있구나’하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무릎 꿇으라던 고객이 우리 단골 고객이 되고, 힘들지만 가는 곳마다 매출을 올리면서 보람을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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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부산경남유통 김정혜 전무가 안전한 먹거리와 쇼핑 환경 만들기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농협의 유통 조직 최초의 여성 전무인 농협부산경남유통의 김정혜(55) 전무가 농협에 몸담은 지난 30년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었다. 1988년 농협 공판장에 입사한 그는 하나로마트 서면점, 부전점, 자갈치점, 부산점 등의 점장을 거쳐 2016년 여성 최초로 본부장에 오른 데 이어 지난 3월 또 ‘유리천장’을 깼다.
유통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김 전무지만 코로나19로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됐다. ‘마스크 대란’ 때 농협 하나로마트가 공적마스크 판매처로 지정된 것이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전날 밤부터 줄을 설 정도로 사람이 몰리고 고객센터는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항의하는 고객으로 몸살을 앓았다. 김 전무는 직원에게 ‘마스크 사러 온 사람을 미래 고객으로 만들 수 있도록 기분 좋게 응대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직원들이 너무 고생했습니다. 그래도 그때 온 신규 고객이 농협에 안착해서 올해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좋아졌습니다. 힘들지만 고객과 함께 위기를 넘는다는 생각으로 할인 행사도 많이 하고 버텼는데 고생 끝에 빛을 본 것 같습니다.”
김 전무가 코로나보다 더 큰 위기감을 느낀 것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성장이었다. 그는 “고객이 매장에서 온라인과 가격을 비교하면서 옛날에 잘 팔리던 것도 매출이 줄었다. 그때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젊은 고객을 유입시키고 이들이 매장에 머무르며 즐길 거리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농협 하나로마트 부산점에 문을 연 키즈카페, 롤러스케이트장, 풋살장 등 문화공간이 그가 본부장 시절 추진한 것이다.
전무에 취임한 뒤에는 ‘안전한 매장’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전무가 돼 가장 먼저 한 일이 주차장 내 폴리스콜을 설치한 것입니다. 저희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 대부분이 여성인데 여성이 혼자서도 마음 편히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안전한 먹거리와 쾌적한 쇼핑 환경을 위해 하루 2회 클린타임을 비롯해 식품관리직원과 식품안전전문업체를 통한 위생 관리를 강화했습니다.”
농협부산경남유통은 올해 추석을 맞이해 국내산 농축수산물 선물세트, 인기 가공·생필품 선물세트를 마련했다. 선물세트 구매 시 행사카드 최대 37% 할인과 최대 100만 원 농산물 상품권 증정, 1+1 3+1 5+1 등 일정 수량 구매 시 무료 덤 증정, 3만 원 이상 구매시 전국 무료 택배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을 준다.
김 전무는 “코로나19로 어려운데 이번 추석을 앞두고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과일, 채소 가격까지 많이 올랐다. 농협부산경남유통은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농민과 소비자가 어려울 때 도움이 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 거창 출신인 김 전무는 거창대성일고를 나와 동의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스스로 ‘30년 농협맨’이라고 자부하는 김 전무는 “농민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간 역할에 뿌듯함을 느낀다. 고객에게는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고 농산물을 팔아 농민에게 보람과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게 이 일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